P. S. From Paris 피에스 프롬 파리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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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 모으다보면 잘 읽지 않는데 계속 사는 작가가 있다. 그 중 한 명이 마르크 레비다. 그의 출간 목록을 한 권씩 보면서 꽤 많은 제목이 낯익다. 할인행사에 산 책도 있고, 헌책방에서 산 책도 있고, 궁금해서 사놓은 책도 보인다. 그런데 이 책들 읽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읽지 않은 것이 확실한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하게 읽은 책 한 권이 생겼다. 바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책이다. 흥행하는 작가의 작품답게 가독성이 굉장히 좋다. 결과는 뻔한데 그 과정이 재밌다. 아마 연속적으로 읽으면 질리겠지만 가끔 한 권씩 이런 책을 읽는다면 여유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단한 설정이다. 첫 작품이 성공한 미국 소설가 폴과 영화배우 미아의 로맨틱 코미디다. 미아의 남편은 유명 배우이지만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그 남편을 사랑하지만 배신감을 이기지 못해 파리로 온다. 이곳에서 절친한 친구 다이지가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건축사였던 폴은 첫 작품이 대박나면서 전업 작가로 나선다. 그 다음 책들은 그렇게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 작품을 내고 있다. 이들 각자의 일상을 먼저 보여준 후 한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다. 원래 이 만남은 이들이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

 

폴은 경이라는 한국 번역가 여자 친구가 있다. 여자 친구라고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녀를 좋아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이런 그에게 첫 작품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주인공인 아서와 로렌이 등장해 작은 변화가 생긴다. 그 첫 작업이 폴 몰래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하고 소개글을 올린 것이다. 로렌이 가입했다면 아서는 더 적극적으로 폴에게 어울릴 듯한 여자를 찾아 메모를 보낸다. 이런 시도가 조금은 평온했던 폴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미아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했다.

 

미라, 영국 여배우인 멜리사 바로우가 본명이다. 남편의 외도 때문에 친구 집에 피난 왔지만 마음속으로는 남편이 잘못을 빌기를 바란다. 그녀가 친구 다이지를 위해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를 검색한다. 그러다 폴의 정보를 본다. 어느 로맨틱코미디처럼 처음에는 친구를 위한 의도였다. 아직 자신은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여배우이지만 머리 모양을 바꾼 후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어 파리에서 지내는데 별 무리가 없다. 웨이트리스로 다이지를 도와주면서 자신의 삶과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폴과의 만남은 이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다.

 

첫 만남은 아서의 장난(?)이었다. 네 명이 함께 식사하는 것처럼 폴에게 말해 놓고 이 부부만 다른 곳으로 간다. 미아의 존재조차 몰랐다. 미아는 폴이 보여주는 몇 가지 반응이 이상하다. 미친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주방장이라고 속인 책 어색한 만남을 이어간다. 서로에게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다. 하지만 운명은 왠지 모를 이유로 미아의 가방 속으로 폴의 핸드폰을 넣어둔다. 둘은 다시 만나고, 친구라는 선을 긋는다. 서로에게는 경과 남편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자신들의 연인을 찾기 위한 만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로맨틱코미디 공식대로 흘러간다. 엮이고, 꼬이고,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되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폴의 비행공포 문제점 하나와 한국에서 대박난 일 때문에 한국국제도서전에 오는 일이 생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원서를 읽을 수 있는 수많은 독자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특히. 재밌는 부분은 프랑스 문학상을 하나도 수상한 적이 없는 작가가 소설 속에서 상을 하나 받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경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문학상이 추구하는 바와 작가가 추구하는 바가 다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시간 나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한 권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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