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히샴 마타르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분 수상작이다. 수상 이력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고? 논픽션에서 다루는 소재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리비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 정확한 위치도, 이 나라의 독재자가 카다피란 것도 몰랐다. 카다피가 독재자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랍의 나라 중 하나로만 알고 있었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거의 모른다고 뭐라고 할 수 없다. 역사를 좀 안다고 말하는 나 자신이 이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나.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한국과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있는 리비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귀환. 히샴 마타르가 33년의 시간을 지나 고국 리비아로 돌아온다. 이미 세계적인 작가가 된 그이지만 리비아에서 그의 소설은 금서다. 2012년 3월 카이로 국제공항을 떠난 그의 동행은 아내와 어머니다. 이 공항에서 시작하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히샴과 그의 아버지와 리비아의 역사를 조용히 풀어낸다. 그 내용은 아주 비현실적인 모습을 띠는데 구성이나 진행 방식이 소설과도 닮았다.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있었던 역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다. 그의 바람은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의 생사여부다.

 

자발라 마타르는 1939년생이다. 카다피의 쿠데타에 처음에는 호의적인 시선을 보였지만 그의 정체를 알고 곧 반체제 인사가 된다. 이 부분은 박정희 쿠데타를 떠올린다. 그의 주 활동무대는 카이로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집트비밀경찰에 체포되어 카다피에게 넘겨진다. 그날은 1990년 3월 12일이다. 1993년 아버지의 편지가 가족에게 전달되지만 1996년 이후 소식이 끊겼다. 1996년 6월 29일 아부살림 교도소에서 정치범 1270명이 학살되었다. 심정적으로는 이때 아버지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시기에 그를 만났다는 목격자가 나타난다. 진실은 목격자의 증언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한다.

 

히샴은 돌아온 고향에서 친척들을 만난다. 그들을 통해 아버지와 삼촌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촌 동생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들려줄 때 내전의 비극이 한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현실 사이에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반체제 인사의 가족이 되어 겪게 된 위험이나 근대 및 현대 역사 속 리비아의 모습 등 말이다. 더불어 히샴이 아버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노력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등도.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던 과거는 완전히 새로웠다. 히샴의 할아버지 이야기는 우리들의 선조들이 어떤 독립운동을 했었는지 떠올려보게 만든다.

 

히샴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친척들을 만나 듣게 되는 이야기는 한 무리로 묶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개성을 부여한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 리비아의 민중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카다피가 어떤 폭압과 학살을 저질렀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듣다가 나의 관심사는 교도관들에게 도달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이 독재 타도 후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작가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면회를 시도하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영치해준 어머니의 이야기를 생각할 때는 더욱 뚜렷하다. 한 개인이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 돌아온 이야기가 개인을 떠나 시대와 민중 전체로 번졌다.

 

한 개인의 역사가 한 민중으로 번질 때 그 개인은 일개의 독립된 개인이 아니다. 그의 기록과 흔적은 역사가 된다. 히샴이 아버지의 생존과 석방을 위해 노력할 때, 증언들이 조금씩 모일 때 이것은 더 분명해진다. 아부살림 교도소 이야기와 이조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기록은 단순하고 건조한 문체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긴 문장을 역자가 다듬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읽기 편했다.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의 최북단에 자리한 이 나라를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더 많이 알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