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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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교수의 첫 에세이 <심연> 이후 두 번째 내 놓은 에세이다. 저자는 위대한 개인의 발견과 완성의 네 단계로 심연, 수련, 정적, 승화로 나누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단계인 수련을 다루었고, 1년간의 수련을 적은 기록이자 고백이다. 수련 기록이라고 하지만 아주 실용적인 모양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4부로 나눈 직시, 유기, 추상, 패기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구적이다. 그리고 다시 각 부들은 지금, 도장 등에서 시작한 28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단어들이 구체적인 방법들인데 결코 실용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전공 분야와 연결되어 현학적으로 다가온다.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탓인지 그의 각 단어들은 어원을 풀어낸 부분이 대부분이다. 한자뿐만 아니라 수메르어, 히브리어 등도 같이 다루어진다. 라틴어 등에서 파생한 단어의 어원을 하나씩 풀어내는 글을 보면 그의 전공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작업은 언어가 문명을 건설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될 때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내가 현학적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런 지적유희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방대한 지식을 이용해 하나의 단어와 자신의 수련을 엮어 풀어낸 것은 이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독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부제로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이 붙어있다. 2부에 가면 유기에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연습’이란 부제목이 붙는다. 비겁, 단순, 욕심, 식탐, 자만, 분노, 시기 등인데 같이 붙어 있는 간단한 설명들이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경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늘 단순함을 추구했지만 나의 말과 글에는 군더더기가 점점 더 많이 붙는다. 조금 안다고,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화된 것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문제는 놓치지 않아야 한다.

 

흥미로운 단어와 해석이 많은데 1부 ‘직시’에서 기도가 특히 그랬다. 기도를 날카로운 도끼를 자기 앞에 겨누는 훈련이라고 할 때 기도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에게 몰입하지 못하는 병으로 시기를 말할 때는 순간 뜨끔했다. 나의 분노 중 일부는 이 시기에서 비롯한 것들이 때문이다. 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마술로 문법을 이야기할 때 현재 우리가 얼마나 이 문법을 무시하고 사는지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종교나 자기계발서에 가장 많이 다루는 단어 중 하나인 시련을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할 때 사유가 좀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피상적인 시련이라면 흔한 표현일 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내공으로 패기를 든다. 이 단어는 수많은 소설과 만화 등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어 순간 헷갈렸다. 특히 <원피스>나 무협 등에서 사용된 패기 때문에 더 했다. 하지만 이것을 꿈과 연결시켜 말한 예전의 글들을 떠올리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더 나은 자신을 위한 모험으로 떠나는 노력이 없다면 이 패기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나에게 유일한 것을 찾아 사랑에 빠지는 자유를 처음으로 다룬 것도 이것과 관계있다. 모두 읽은 현재 다시 주목하는 단어는 ‘지금’이다. ‘다음’이나 ‘나중에’라는 말로 우리가 미룬 혹은 그만 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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