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잘 먹겠습니다 1~2 세트 - 전2권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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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른 분의 서평과 검색을 통해 <여행자의 밥>의 개정판이란 사실을 알았다. 보통의 여행기라면 그냥 ‘그랬구나’ 할 수도 있지만 음식 여행기이다 보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초판이 나온 2014년과 지금의 차이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국의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아주 반가웠던 국내편은 좀 더 많은 검색이 필요하다. 그곳들이 너무 많이 바뀌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지역들의 환경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방송 음식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루어진 것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편과 국내편으로 이루어진 이 두 권은 낯설음과 낯익음을 동시에 준다. 해외편에서 다룬 네 나라의 음식이 이제 그렇게 낯설지 않고, 국내편에서 다룬 지역들은 너무나도 많이 매체에서 다루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현지의 풍경과 삶은 아직도 낯설다. 얼마 전 다녀온 해외여행에서도 이 익숙함과 낯설음을 동시에 경험하지 않았던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 삶의 풍경은 다른 여행지에서 본 덕분일 것이다. 얼핏 지나가듯이 볼 수밖에 없는 단기여행은 각 도시와 국가의 차이를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걸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면 다른 삶이 보이지만 이 또한 피상적인 감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 책처럼 음식만 열심히 쫓아다닌다면 어떨까?

 

불가리아에서 시작하여 벨리즈로 끝나는 해외편은 꽤 많은 기억을 들추었다. 이 네 나라 모두 가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불가리아는 요구르트, 신장 위구르는 양고기, 한때 영국령 온두라스였던 벨리즈는 하바네로 때문일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호커 센터 때문이다. 이 음식들이 한국에 들어오거나 그 근처 국가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것이 기억속에 쌓여 있다가 책을 통해 하나씩 떠올랐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방송을 통해 이 나라와 비슷한 국가들의 음식과 문화를 봤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열심히 먹고 다닌 저자의 깊은 공력 앞에 쉽게 허물어졌다. 더불어 나의 식욕을 마구마구 부채질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불가리아는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여행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 먹기 위해 떠나고 싶었다. 얼마 전 읽은 책 속 소피아가 떠오르면서 이 욕구는 더 커졌다. 터키와 함께 여행한다면 더 좋을 듯한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최근 방송에서 먹방으로 떠나는 신장위구르는 나의 상상력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준다. 낭에 붙은 시멘트나 딱딱함의 정도가 보는 것 이상인 것 같다. 몽고나 신장 지역을 다룬 여행 방송에서 본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면서 나의 여행은 결코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못할 것이란 아쉬움을 느꼈다. 마나님이 허락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양고기를 2주 정도 먹고 질렸다는 회사 동료의 이야기도 잠깐 스쳐갔다. 어린 양만 먹는 것이 아니라면 그럴지도.

 

말레이시아는 한때 쿠알라룸푸르에 관심을 둔 적이 있다. 싱가포르와 함께 갔다오는 일정이었다. 싱가포르는 다녀왔지만 쿠알라룸푸르는 못 갔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관심이 불탔다. 그리고 락사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는데 얼마전 방송한 <짠내투어>를 보고 나의 입맛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락사 맛이 두 가지 있다고 했는데 먹어보지 못한 다른 맛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살짝 생겼다. 벨리즈의 음식은 그렇게 다양하지 않지만 그 고열량 음식에 한 번은 도전하고 싶다. 한때 이런 음식을 아주 좋아했던 적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새로운 정보 하나를 더 얻었는데 그것은 메노나이트다. 한 신부(메노 시몬스)의 신념을 따르는 이들이 전 세계에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해외편이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라면 국내편은 늘 다녔던 곳과 한 번은 스쳐지나간 곳들이다. 물론 내가 한참 다닐 때는 그곳들은 아직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이다. 개인적으로 방송을 보고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가리봉동 연변 거리다. 지리적 위치 탓에 쉽게 가지 못한 곳인데 올해는 도전하고 싶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자주 가는 곳이고, 이태원은 다른 곳만 다녔다. 건대는 지금처럼 뜨기 전에 잠시 맛을 보았고, 광희동과 창신동은 이제 그냥 지나가는 곳이 되었다. 예전에 알았다면 혼자 열심히 돌아다녔을 텐데. 중국집하면 쉽게 인천 차이나타운을 떠올리는데 명동 중국대사관 근처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란다. 혜화동 필리핀 벼룩시장은 어딘가에서 본 듯하고, 주한 필리핀인들이 매주 모인다는 사실을 듣고도 잊고 있었다. 먹방 때문에 관심이 생긴 안산 다문화 거리와 시흥 정왕시장은 주말 나들이용으로 한 번 다녀오고 싶다. 현실적으로 해외편보다 국내편이 더 친숙하고 알기 쉬운 것은 지리적인 가까움과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지금 이 기분과 음식 욕심이 조금 더 오래 간다면 몇 곳은 올해 중에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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