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사실 한때 봄이라고 할 수도 있는 로빈 쿡의 메디컬 스릴러를 본 후 병원과 관련된 소설을 멀리하고 있었다. 로빈 쿡의 소설도 역시 몇 년째 읽지 않고 있다. 열심히 읽은 후유증이라고 하면 무릴까?

외과의사라는 소설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았고 로빈 쿡의 소설도 상당히 오랫동안 접하지 않았기에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빠진 스릴러다.

작가에 대한 스티븐 킹의 극찬이 눈에 들어 온 것은 개인적으로 킹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그의 평이 맞았다는 것이다. 지금 기억하는, 하지만 많이 읽어 약간은 퇴색한, 로빈 쿡의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은 것이다. 허나 메디컬 스릴러로 분류한 것에는 의문이 조금 있다. 병원을 주 무대로 하기보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 같은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다 의문스럽게 느낀 것과 새롭게 다시 생각한 것이 있다. 의문스러운 것은 제인 리졸리 여형사에 대한 남성 형사의 편견이 그렇게 심했는가 하는 것이다. 영화나 다른 소설에서 여형사들이 멋지게 남성 파트너와 짝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가?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남성우월주의가 아직도 경찰 조직에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인가?

새롭게 다시 되새기게 된 것은 성폭력이다. 남자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삶이 성폭력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진다는 사실과 그들이 오랫동안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귈 경우 그 사실을 알게 된 남자의 태반이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한 명의 남자로써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성이 개방되었다는 미국과 한국의 삶이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작가의 첫 소설이 스릴러 로맨스 소설이고 이후 몇 권의 로맨스 소설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다른 로맨스 소설가와는 다른 묘사와 전개로 사람을 즐겁게 한다. 작가의 이전 직업이 의사였다는 점이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를 이룬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여 본다.

사실 살인과 그 해결 과정은 다른 스릴러에서 본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의학 지식이 적재적소에 묘사되고 그 섬뜩함이 머릿속으로 전해지지만 동시에 패터슨의 ‘키스 더 걸’의 전개와 몇 몇 곳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여줘 두 작품이 서로 가볍게 비교되기도 하였다.

2년 전 연쇄 살인범의 표적이 되었다 그를 살해하고 오랜 기간을 지난 후 이를 극복하고 직장에 극복한 캐서린 코델과 아내를 잃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다 잔혹하게 살해된 살인 사건으로 휴가를 반납하게 된 토마스 무어와 남성과 경쟁하면서 자신의 여성성을 무시하면서 형사로 인정받으려는 제인 리졸리 형사. 이들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하면서 중간 중간 범인의 생각을 삽입하여 전개한 이 소설이 여자라는 사회 지위와 성폭력이라는 민감한 사항을 함께 품고가면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범인의 메스가 혼자 사는 여자의 배를 갈라 자궁을 들어내고 그 과정을 마취도 없이 진행한다는 그 설정이 가슴에 아픔과 섬뜩함을 준다. 그리고 작가가 형사 조직을 상당히 영리하게 만들고 모든 과정을 되짚고 분석하고 가능성을 하나씩 제거하는 모습은 가끔 멍청한 형사가 나오는 소설보다 한결 성숙해 보인다. 중요한 단서를, 독자가 보기에 너무 뻔한 단서를 마지막에 가서 떠올리고 해결하는 소설들이 가끔 있는데 여기서는 끊임없이 조사하고 분석하는 형사와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적인 형사가 등장한다. 형사와 피해자의 로맨스가 조금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역시 전체적인 구성과 전개를 근래에 보기 드문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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