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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예언으로 - 작은교회 30년 이야기
곽은득 지음 / 하늘향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책 <기억에서 예언으로>의 부제는 '작은교회 30년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한 개인의 역사이면서, 한 교회의 역사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 책은 그치지 않는다.
한 개인과 교회가 한국사회를 업고 지나간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개인과 교회 공동체와 한국사회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때로는 헛헛하고 투박하지만
슬프지만 기쁘게 아련하지만 감동적으로 잘 만들어냈다.
1. 30년이란 숫자에 기가 죽는다.
이 책의 저자 곽은득 목사님은 은퇴목사이자 원로 목사이다(원로는 한 교회에서 20년을 목회한 목사에게).
후배에게 모든 것을 깨끗하게 물려주고 일찍 은퇴하신 목사님이다.
교회법이 정한 은퇴 연세는 아직 아니다.
30년이란 세월 동안 도시교회를 뒤로 하고 시골교회를 개척하여
외 길을 걸어갔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먼저 은퇴를 결심하고 후배에게 길을 열어 주셨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보기 드문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전임목사와 후임목사 간의 갈등으로 인해
많은 아픔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 한국사회와 함께 걸아간 교회 이야기
곽은득 목사님이 개척하신 교회는 도시의 번듯한 교회가 아니었다.
대구라는 도시에서 목회하시다가 1980년 초반
새로운 길을 열어 젖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셨다.
경북 군위군 효령면 매곡리에 '작은교회' 시골교회를 일구셨다.
대구에서 목회 초년생으로 단독으로 전도사와 담임목사의 길을 거치면서
공장 근로자들과 노동자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우셨던 길.
노동운동을 하고 산업 선교를 하며 지나온 길.
앞으로의 세상은 이 땅의 예언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요청했던 바,
곽은득 목사님은 생태, 자연, 환경, 흙살림 등등의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는 생명목회를 시작하셨다.
성장 시대의 한국사회와 성장 시대의 종언을 알리며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를 기대하는 우주의 바람에
한 걸음 먼저 움직이셨다.
<기억에서 예언으로>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국사회와 동고동락한 목사님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은 잘 접할 수 있으리라.
이 책에는 많지 않지만 목사님의 생생한 당시의 목회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설교의 형태로.
목사님이 손수 만드신 주보(소식지)에 실린 내용들을 책에 인용하셨다.
3. 서사(이야기)가 있는 책
곽은득 목사님은 '작은교회 30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셨냐면,
이야기 형식을 사용하셨다.
질문자와 답하는 자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끌어 가셨다.
질문자는 후배 목회자로, 답하는 자는 본인 곽은득으로.
주고 받는 식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의 폭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후배 목회자가 직접 곽목사님을 찾아가서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곽은득 목사님은 이야기 형식으로
후배 목회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설정해 두었다.
감쪽같이 인터뷰한 글이 아닌가 할 정도로 완서도 높게 질문자와 답하는 자의 이야기글을 이끌어 갔다.
이런 이야기의 짜임새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곽은득 목사 본인의 삶에서 나온 것이다.
저자의 삶 자체가 이야기 보화로 가득 차 있다.
그 이야기는 성도들의 이야기 - 다른 말로 곽은득 목사가
보듬고 함께 살아온, 살아간, 살아갈 노동자와 농민
아들 딸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 와 곽은득 목사의 이야기가
섞이고 반응하고...
굳이 어려운 정, 반, 합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인생 이야기.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로서는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그런 어른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보는 이 없이 홀로 걸어왔기에
더더욱 곽은득 목사의 서사에는 힘이 있고 메시지가 강렬했다.
삶 자체가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과 메시지가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어
실천된 삶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설교 잘하는 목사, 대형교회 목사, 도시교회 목사가 다 필요하다.
시대를 보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눈에는
그것이 다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를 개인 개인으로
개성있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인간 이해를 우리가 온전히 알고 있다면
우리의 목회도 저기 어딘가에 하나의 별이 되고, 빛이 되고,
모래가 되고, 흙이 되겠지.
그러면 우리도 한 길로 비틀거리지만 정의의 길로 걸아가겠지.
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