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마음으로 본 큰세상
정금호 지음 / 우리글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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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다.

그래서 역사도 미시사를 좋아하고, 구술사를 좋아한다.

최근에 감동깊게 읽었던 책도

이제는 절판되어 나오지 않은 책,

조선의 마지막 목수 배희한의 구술 자서전이었다(이런 책이 언제 다시 복간되어 나오게 될까...아마 돈이 안되어 출판하지 않겠지!).

 

최근에 세 권의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요건 읽은 지 너무 오래... 꽤 오래, 그래서 최근에 다시 읽게 된 책),

그리고 남해도의 해오름 예술촌장 불이 정금호의 <마음으로 본 큰 세상>, 마지막 세 권째인 영세교회 김충렬 목사의 <마지막 시대 마지막 비전>.

잘 팔리는 책이 아닌.유명하지 않은(그래도 나름 아시는 분은 아시는).

그리고 공통점으로 이 세분은 모두 아버지와 동갑내기이다.

1947년생.

6월 25일 일어난 분단의 상처인 전쟁을 겪은 세대이지만

유아시절로 보낸 분들의 세상 살아가는, 살아간 이야기.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차차.

불이 정금호 선생님의 <마음으로 본 큰 세상>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현학적인 표현으로, 지식을 자랑하며, 고답적으로 쓴 글을

너무나 싫어하는 나로서는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삶과 생각을 써 내려간

정금호 어른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진리란 무얼까, 진짜 잘 산다는 것은 무얼까?

행복은 무얼까? 인생에 의미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남들을 바라봐야 하나?

아이들은, 교육은, 지방은 어떠해야 하나? 등등.

작은 책에서 저자는 위의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툭툭 던지면서

자신의 어릴 때 이야기와 성장기와 다 커서 어른이 되어,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해오름 예술촌을 꾸미며

일하는 동안 느꼈던 생각과 체험 속에 녹아들게 했다.

 

젊은 시절에 [해변 만화 대여점]을 하면서 돈을 벌었던 이야기.

만화를 빌려주며 번 돈으로 불우학생들을 도와 주었다.

이런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젊음을 보낸 선생님의 이야기.

 

[개발 위원장], [로렐라이 언덕]이란 글에서는

남해도의 아름다운 마을을 꾸려나갈

대표단에 입각? 하는 영광을 얻었는데,

개발 위원장을 맡으며 마을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어른이 여기 내가 사는 곳에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물론 내가 이 어른처럼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이 글을 통해서는 지방자치를, 정치판을

반성하게 하는 담담한 느낌을 나누어 주십니다.

 

[참! 고맙습니다], [빛나는 감사패], [진짜배기 보물]들의 글에서는

정금호 어른의 지나온 삶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교직에 몸 담았던 이야기, 남해도에서 해오름 예술촌을 세운 이야기,

도예, 사진, 장승, 서예를 미친듯이 배우게 된 이야기...

진짜배기 보물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금호 어른은 수행자 같습니다.

도를 닦는 분의 마음이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그 도는 혼자 만의 도가 아닌,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살고 나누고,

모르는 모든 세대를 위해 나무를 심고, 허브를 심고,

섬을 아름답게 가꾸는 그런 불이(둘이 아닌 하나)의 삶.

즉 공동체의 삶을 이분의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맛보게 되었습니다.

 

77쪽 `물가야, 오라라. 죽자 살자 올려보아라.` 오르면 오를수록 조금씩 더 줄입시다. 오르는 물가를 보지 말고 자신의 주위를 둘러 보십시오. 줄일 것이 너무 많고, 필요 없는 것이 너무 많고, 버려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78쪽 아무리 올라도 내 마음의 물가를 올리지 않으면 아렵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부자이면 그 사람은 부자입니다.

123쪽 도자기를 빚으며 급한 숨을 고른 적도 많습니다. 우리는 흙에게 관용을, 불에게 정열을, 물에게서 겸손을 배웠습니다.

126쪽 태국 관관성 로비 벽면에는 세계불교 국가 분포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아무 표식이 없습니다...중략..."한국의 불교는 깨달음의 불교가 아니라, 단순히 개인의 복을 비는 기복불교이기 때문에 진정한 불교로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190쪽 반질 반질 윤이나는 검정색 고급 승용차가 예술촌에 들어옵니다. 주차비 없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귀여운 아들, 딸을 데리고 잔디광장에서 놀다가 분수공원, 조각공원을 구경하고 허브 길을 따라 건물 현관으로 들어오려고 합니다.
그런데 현관입구에는 매표소가 있습니다.
어른은 이천 원, 어린이는 천 원
스님, 목사님, 신부님, 수녀님은 전부 무료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전부 무료
이런 사람 무료, 저런 사람 무료입니다.
부자 남자분이 말합니다.
"입장료가 있네. 그냥 가자."
아들과 딸이 조릅니다.
"아빠 엄마 보고가요."
부자 여자분이 말합니다.
"뭐하려고 돈을 내고 들어가니?"
아들과 딸이 조릅니다.
"우리 친구들이 보고 왔는데 참 좋데요. 보고가요. 네?"
부자 남자와 여자가 합동으로 말합니다.
"안돼."
그렇게 해서 그들은 부자가 되었나 봅니다. 그렇지만 나는 저런 부자는 결코 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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