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행복하게 - 자연과 공동체 삶을 실천한 윤구병의 소박하지만 빛나는 지혜
윤구병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왜 우리나라에는 "스콧 니어링", "피에르 라비" 같은 분이 안 계실까?

안 계신 것이 아니라 몰랐다.

(스콧 니어링, 피에르 라비를 읽지만 삶은 전혀 그렇지 않은 부끄러운 나이지만)

윤구병 선생님의 책은 사다 놓은지 오래 되었지만

그리고 그분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 지는 듣고 읽어 본 바였지만,

이렇게 책으로 찬찬히 그분의 생각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피에르 라비, 스콧 니어링과 같이

아니 그보다 더 힘든 과정을 지나쳤을 거란 생각이 밀려 들었다.

왜냐면 여긴 무엇이든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늘상  

패배주의와 불가능과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느끼는 한국이니까.

(어, 그렇게 해봤는데 안돼. 그거 그렇게 해서 돈이 안돼, 다 해봤다니까!)

 

농약 안 쓰면 안 되고,

제초제 안 뿌리면 안 되고,

자연 농업으로 농사하면 다 망한다고. 해보지도 않고.

 

<가난하지만 행복하게>는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변산으로 내려가셔서 변산꼬뮨을 만들고 일구며

느끼고 생각했던 글들을 에세이로 묶어 낸 책이다.

너무나도 주옥같은 글들이 많은데

소개하기가 곤란하기 짝이 없다.

 

감동적인 글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윤구병 어른(이하 윤) "자네, 나중에 농사지으면서 살겠다더니 그 마음 아직 바뀌지 않았어?"

40대가 넘은 장년(젊)"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윤) "왜?"

(젊) "우리 부장이 시골 출신인데 지금도 주말이면 농사짓는 부모님 일손 도우러 고향에 가거든요. 서울 근교라서요. 제가 농사 이야기 꺼냈더니 한마디로 사치스러운 생각이래요."

(윤) "왜 사치스럽다는 거야?"

(젊) "한 번도 제대로 몸 놀려 일해보지 못한 서울놈 주제에 나이 마흔이 넘어서 하나하나 농사일을 몸에 익히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땅을 살리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답시고 어려서부터 농사에 이골이 난 농사꾼마저 힘들고 생기는 게 없다고 버린 옛날 농사법을 고집하자면 그동안 저축해놓은 돈을 곶감 빼먹듯이 탕진해야 할 터이니, 그게 사치가 아니냐는 거죠."

(윤) "제법 말이 되네."

(젊) "그래서 할 말이 없더라고요."

(윤) (이런 용렬한 인간) "아니, 그래 이놈아, 나이 쉰이 넘어서도 삶의 길을 바꾸는 사람을 눈앞에 보면서도 그런 말 한 귀로 흘려듣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 가슴앓이를 해? 안 되겠다. 이 지게 니가 지고 가라."

(젊) "못해요."

(윤) "못 하기는. 어서 져."

(젊) "꼭 져야 돼요?"

(윤) "아무렴. 노인네가 불쌍하지도 않냐?"

227~228쪽

 

<가난하지만 행복하게>는 어찌되었든

바른 길을 가려는 윤 선생님의 삶의 이야기이다.

땅이 살아나고 자연이 살아나고

만물의 회복이 깃들어

그 속에서 난 것들을 맛나게 먹는다면

사람도 살아난다는.

그래서 사람도 철이 나고

철 난 사람이 다시 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그런 삶은 본디 가난한 삶일지언정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윤 선생님의 작은 외침은

오늘 하루를 바삐 살아가고 도시 속에서

소비만 일삼고 똥만 싸는 우리들에게 귀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두고 두고 곱씹어야 할 귀한 말씀을

이렇게 흘려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송구하기 그지 없다.

 

이런 저런 이론서,

경제 경영 계발서에 기웃거리고

무슨 이론이네 무슨 철학이네 하지 말고

이 책 저 책 비교하고 짜집고

사유하고 펜 대 굴리지 말고

책상에 앉아 의자놀이 하지 말고

정말 마음이 시키는 일.

사람을 살리는 일.

기르는 일.

만드는 일.

그리하여 작은 한 걸음으로 인해

만울을 회복하는 창조자의 사역 안으로

뛰어 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30쪽
사정이 이러니, 우리가 하는 짓을 탐탁하게 여길 분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지난해 오리를 풀어 농사를 지어본 결과 땅도 살리고 병충해도 예방하면서 따로 거름을 주지 않아도 꽤 많은 소출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2,000평 가까운 논에 우렁이를 풀어 농사짓겠다는 시도가 첫해를 뺀 나머지 두 해 동안 실패로 돌아간 터라, 또 이웃한 논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우리가 논에 농약을 치지 않아 우리 논에서 생긴 벼멸구며 온갖 해충이며 병이 자기들 논에까지 번지니 농사를 그만두든지, 그렇지 않으면 무농약 농사의 고집을 꺾든지, 이도저도 아니면 자기들 논농사 망친 것을 배상하든지 하라고 가자미눈으로 삿대질을 하는 것을 더는 견디기 힘들기도 하여 그 논에마저 오리를 풀어놓으리라 단단히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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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7-2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ㅜㅜ...노대통령....아...

antibaal 2015-07-24 18:03   좋아요 1 | URL
네. 진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시민이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