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파는 하나만 꺼내쓰고 나머지는 그대로 뒀고 어제도 하나만 꺼내썼다. 냉동 대신 생대파로 양은 원래 넣던 정도로 조금 넣었다. 생파가 있는데 냉동을 쓸 필요는 없다. 스크램블의 비밀은 풀리지 않고. 그날 맛이 기억은 안 나는데 확실히 오늘 아침은 띠용한 맛이 아니었다. 대강 생파와 양 모두 영향이 있을 걸로 마무리. 전자렌지 안 냄새가 드디어 없어졌다!


 일기 쓰고 도서관 다녀오는 길. 횡단보도 초록불이 15초부터 시작한다. 이 시간대는 더 짧게 운영하는가 보다. 중간쯤 충전 케이블이 아직도 있었다. 평소같은면 다 건넜을 속도로 횡단보도 시작부터 뛰었는데 1초 늦었다. 우회전 대기중이던 다마스가 침착하게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이제 이 정도는 숨이 안 찬다. 후후. 책 한권만 가져오면 되는데 전시도서 란이 바뀌어 잠시 구경한다. 마침 주제가 마음. 도서관마다 약간씩 운영이 달라서 집 앞 도서관은 전시도서는 대출이 안 된다. 구경하는데 다행히 먼저 빌려둔 책들이 더 맘에 든다. 마음 옆 주제는 밀레니얼 세대. <다정한 개인주의자>를 핸드폰에 메모하고 지나친다. 책 소독중인데 구경하던 아주머니가 이거 전시한 거는 대출 안되죠? 하신다. 네. 잠시 고민하다 횡단보도 충전 케이블이 생각나 노란색별 표시 없는 것은 빌릴 수 있어요~ 


 언니가 키토열이 나서 불편하다고 한다. 갑자기? 기본 구성 식단을 바꾼지 두달 되었는데. 점심 저녁에 탄수를 왕창 때려넣고 꺼야겠어. 엥? 물들어올때 노저어야지~ 딸기 갈아먹고 버텨. 아 그럴까? 그지 아깝잖아~ 아차. 불편한 상황에서 의도가 있을 때 버티는 게 너무 당연하구나. 남한테도 당연하게 생각하는구나. 물론 죽지만 않으면 버티는 게 어떤 면에서는 나을 때도 있다. 어제는 한낮에 좀 더웠지만.  


 도서관에서 새로 가져온 <마음사전> 표지를 닦는다. 먼지터는 소독은 도서관에서 기계로 하고 오지만, 표지는 직접 닦는다. 잠옷입은 채로 침대에 가져갈 때도 있으니까. 휴지에 알콜을 뿌려서 닦아낸다. 2008년도 출간된 책이라 때가 많이 묻어나온다. 언니가 한번 잘 닦아줄게 그동안 인기많았구나. 도서관 책은 약간 두꺼운 종이에 코팅된 듯한 표지가 가장 좋다. 코팅이 없는 표지나 우둘투둘한 소재는 박박 닦으면 휴지때가 생기기도 하고 속시원히 닦을 수가 없다. 

  

 7,8월 두 달동안 운영하던 집앞 공원 물놀이장이 끝났다. 문을 열어두면 꺄하하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좋았는데. 생동감이 있었다. 사람 사는 동네 같기도 하고. 저렇게 신난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고. 활기찬 기운이 물놀이장을 구심으로 폭발해서 나가지 않고 문만 열어둬도 좋은 힘을 받았다. 이제 9월이다. 9월은 마음치료 공부를 하고, 글을 쓰면서 치유하고, 책 보면서 원도 풀어야지. 결국 다 같은 일이다. 


 작년 오늘 찍은 사진을 봤다. 휴직하고 18일차. 1~2주간은 남은 일처리들을 중간중간하다가 서서히 본격 휴식시간을 보내려고 신경써서 노력하던 시기다. 점심은 김밥에 도전. 집에 곱창김밖에 없어 얼멍얼멍 하얀색이 보인다. 요령이 없어서 딴딴하지 않고 헐거운 김밥. 점심 먹고 보던 책은 <중국집>. 전주의 진미라는 물짜장을 개발한 집과 순리대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마무리 후 자연스레 즐거워진 발걸음이 부러워서 사진으로 찍어뒀다. 그때는 살자고 아침점심저녁으로 산책을 나갔다. 쉬어야 한다고 일을 삼아 쉬려고 노력했었다. 그날 저녁 살짝 비가 내려 바닥과 대기가 촉촉하고, 걷는 중 가로등이 켜져 등 주변이 영화처럼 예쁘게 눈부셨던 가로수길 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보니 걷다가 와~ 예쁘다~ 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피아노 조율 일을 다니시는 조율사 조영권 작가님의 전국 중국집 노포 탐방기. <경양식집에서>도 있다. 그림과 글, 사진 모두 좋지만 작가님이 보내온 삶이 느껴져 감동이었다. 


 예쁘거나 기억을 대신하거나 하려고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다시 열어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중에 모인 사진을 정리하는 게 귀찮아 되도록이면 찍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정말 통 예쁜 것이네 할 때만 찍는다. 쓸모없는 사진 한장은 무섭다고 생각하는데 괜한 저장공간, 어딘가의 서버, 전기, 그것도 있는지도 모르는 걸 내 손으로 언젠가 삭제할때까지 쓰는 전기 때문. 하지만 역시 가장 싫은 건 어쩌다 나중에 모은 걸 한 번에 정리하는 날 총시간이 점점 불어날거라서. 내가 구축한 대부분의 알고리즘은 게으름이 바탕이다. 이렇게 천성이 게으른데 일하는 동안 참 애를 많이 썼겠다.


 다 귀찮지만 갤러리를 뒤져 찾아본 건 책이 시켜서. 마침 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일기부터 쓰기 시작해도 되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기록하는 일에 대한 잔잔한 에세이와 기록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덧붙여 기록해보라고 은근하게 엄청 머리끄댕이 잡아당기는 책이었다.








 기록에 대한 글과 기록을 연습하도록 주제, 그 예를 한 세트로 다양한 기록에 대해 모은 책. 누구나 자기 인생을 기록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응원하는 다정한 책.


 저녁은 오랜만에 에그인헬.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숨이 차서 L마트에 신선채소장을 보러갔다가 싱싱한 고수를 보고 생각났다. 신나서 바질은 깜박했다. 뭐 아쉬운대로. 다진마늘을 버터에 약간 볶다가 먹고싶은 재료를 넣고 익히다가 토마토소스를 붓고 마지막에 계란을 깨서 넣고 원하는만큼 익혀서 바질을 바질바질 고수를 고수고수하면 끝. 어제는 양파, 새송이버섯, 돼지고기 다짐육을 넣었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순식간에 한솥이 되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데 고수를 씻다 신선한 냄새가 좋아서 춤을 추다보니 이미 한솥이었다. 끓다 넘치려고 해서 불을 줄였다. 분명히 씻을 때는 고수가 많아서 반만 꺼냈는데 딱 한 끼 먹을 만큼이었다. 괜찮아 두번째 또 리필해서 먹지~ 양이 너무 많아서 마지막에 톡 깨넣은 계란은 노란자가 아예 안 익었다. 7개월 전 먹고남아서 냉동실에 얼려둔 식빵이 렌지에 돌리니까 아주 촉촉했다. 인생 꿀맛. 거기다 저장했던 토마토소스, 냉동 다짐육, 냉동 식빵까지 처리했고. 


 그때 거기 이름 뭐지? 작년 가을쯤이니 1년이 안되었는데 절대 생각이 안 났다. 파비앙? 르봉뺑? 르피앙? 많이 답답한 언니가 결국 검색했다. 프랑스 가정식을 하는 곳이었는데 같이 시킨 에그인헬에 고수가 뿌려져서 나왔고 띠용한 맛이었다. 탄수 적은 메뉴라 시킨건데 포카치아를 같이 줘서 한 입만 먹어봤는데 띠용한 맛이었다. 뵈프 부르기뇽 먹어보고 싶었는데 재료가 없어서 못 먹었고. 그래서 프랑스 가정식은 뭘 시켰더라 기억이 없다. 아무튼 그 쉐프님이 선물해준 세 번의 저녁. 아 그 뵢 불기뇽 못 먹어보고 이사왔네. 줄리앤줄리아 볼때마다 궁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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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가 없다. 공감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을 내게 묻는다면 단연코 자기 보호에 대한 민감함이라고 말할것이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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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할지 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순 없으니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더 중요해지고, 덜 중요한 것은 덜 중요해지겠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기록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겪게 됩니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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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속에서 나는 온갖 생물들이 늘어진 자연속에 있었다. 뭔가 실험이라던지 그런 필요한 상황이라서 뱀을 오른속으로 덥석 잡았다. 내 생각에는 뱀을 잡아야하는 상황이라서 뱀을 잡아서 들고 저벅저벅 가는데 갑자기 뱀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뱀 꼬리쪽 2/3 지점 정도를 손으로 콱 잡았는데 머리쪽이 갑자기 엄청 격하게 요동쳤다. 가지고는 가야되고 움직이다가 뱀머리가 내 손과 닿는 것은 싫어서 잡은 상태로 엄청나게 패대기를 쳤다. 움직이지마! 가만히있어! 패대기치는 내 마음은 순간 너무 무서웠고, 얘 머리랑 닿으면 어떡하나 머리가 새하얘졌다. 새벽 네시반에 오른쪽 팔이 아파서 깼다. 팔이 몸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내 무의식은 팔이 깔린 틈을 타 놓치지 않고 신호를 보낸다.


 어제밤은 누워서 잠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피싱라이프로 눈이 타는듯하고 머리가 띵해서 빨리 자고 늦게 일어났어야 했다. ㅋㅋ그런 애들 있잖아 애기 때 막 운동회나 소풍같은 날 전날밤에 잠 못자는 애기들 나도 그랬거든. ㅋㅋㅋ진짜? 진짜 그런 게 있다고? 너무 웃겨ㅋㅋ 책 같은데나 나오는 얘긴줄 알았엌ㅋㅋㅋㅋㅋ. N이라는 친구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놀러가는 날만 있으면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그런 건 그림책에나 나오고 비유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친구를 보면 실제로 그럴 법도 해서 그런 사람도 있네 싶었다. 최근 2년새 나도 갑자기 그런 사람이 됐다. 나는 원래 머리를 대면 1초만에 잠드는 사람. 별일이 생긴 날은 1시간, 2시간, 3시간 잠을 못 들고 중간에 깨게 됐다. 너무 거대하고 불안하고 윤곽이 보이지 않는 일 같은 별일. 잠들기 직전 신나고 재밌는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일 같은 별일.

 

 아침 스크램블에 생 대파를 넣었더니 역대로 맛있었다. ①양을 평소보다 많이 넣어서 ②생 대파를 넣어서. 보통은 냉동실에 저장해둔 대파를 쓴다. 다 먹고 새로 저장할 때가 되어서 어제 대파를 사왔는데 게임한다고 안 자르고 냉장실에 그대로 있다. 생파가 있는 김에 생파로 넣었다. 정답은? 내일 테스트해봐야 알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전자렌지를 돌리면 아직도 유독가스가 있다. 자연스레 놔두면 스르르 해결되는 일도 있고 조치를 취해야만 상황이 종료되는 일도 있지. 넌 너무 귀찮으니까 늦더라도 알아서 해결하길 바란다.


 차 수리가 끝났다고 전화왔다. 비용은 260만원. 일주일에서 열흘쯤 걸린다고 했는데!! 진짜 요근래 들어본 소식 중에 손에 꼽게 기쁜 뉴스. 자동차로 다니는게 어느새 너무 익숙해져서 요며칠은 집 근처만 맴돌았다. 신선한 채소를 살 수 있는 마트도 못 가고, 맛있는 알뜰과일이랑 신선한 해물을 살 수 있는 마트도 못 갔다. 집앞 마트 채소는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채소 갈증. 식품사막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할지 이해가 된다. 언니가 운동다니는 체육관 근처 도서관은 그림책에 후하다. 단행본 만화, 그래픽노블에 책장 한칸을 따로 할애했고 눈에 잘 띄게 신간 책장과 바로 붙어있다. 보조도서관으로 삼고 있는데 갈 수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오히려 차가 없을 때는 언제나 어디든지 갈 수 있었는데. 어떤 물건은 이렇게 쉽게 습관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거구나.


 엔진을 교체했다. 보링이라고 하던데 엔진을 분해해서 청소하고 교체가 필요한 곳은 재생 부품으로 교체해서 새거 아닌 새 엔진으로 만드는 작업. 게을러서 처음부터 타던 차가 죽으면 같은 모델로 다시 사려고 했다. 타던 중에 차는 엔진이 심장이라고 엔진만 교체하면 다시 새 것 같다는 걸 알게 됐다.보통 20~30만 즈음이 자기 수명이라고 해서 1만 단위로 아직 무사하네~ 기특해하던 중. 정비소에 갔을 때 처음부터 엔진 보링을 얘기하셔서 집에 돌아와 고민하다 다시 전화해 여쭤보니 보링하면 170~250만원 정도, 새 엔진으로 교체하면 600만원 정도 들 거라고.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사례가 없다. 보링한 사람들만 있다. 고민끝에 원래 의도에 맞게 새 엔진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거저거 등록하고 서류에, 차 기다리는 시간, 팔던 차는 중고로 팔고. 다 귀찮다. 결심하고 정비소에 맡기러가니 다시 보링을 추천하신다. 나는 전문가의 권위에 약하다. 보링으로 해달라고 했다. 


 지난주 당근 동네생활에서 사고난 어머니께 O형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글을 봤다. 나는 피가 묽어서 헌혈을 못한다. 상담 때 비중체크하는 물에 떨어뜨리면 피가 뜬다. 언니는 전에 헌혈을 꾸준히 했다. 그러다 어느날 이제 혈장헌혈은 안되고 전혈만 하셔야겠어요 라는 말을 듣고 내 몸도 안 좋아졌나 하고 그만둔 지 몇 년 되었다. 언니한테 글 얘기를 하면서 요즘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고 코로나 때문인가보다고 말이 안된다고 21세기에 이게 무슨 일이냐고 황당하다고 얘기를 했다. 4시간 뒤 6시 반쯤 게임을 하고 밥을 먹다가 다시 댓글을 확인하고 아직도 피를 못 모아서 수술을 못 들어갔나봐 얘기하다 눈물이 글썽했다. 언니도 그러게 하고 울컥한다. 저녁에 고기먹었으니까 되나 한번 가봐야겠다 하니 그러자 한다. 헌혈의집이 8시까지 하는 곳이 있어서 얼른 씹고 출발.


 퇴근길 8차선 교차로에서 신호가 애매해서 급가속했다가 앞 신호에 막혀 다시 급정거. 그런데 갑자기 교차로 중앙이 소독차 지나간 것처럼 부연 연기로 가득찼다. 백미러를 보고 너무 놀랐는데 1차로로 가다가 불법유턴하는 차가 있어 두번 놀랐다. 그런데 신호대기 때 보니 진짜 놀랍게도 뒷차 앞으로 드라이아이스같은 연기가 뿌옇다. 세상에 내 차에서 나온 연기야! 두근두근하는데 일단 헌혈의집에 주차를 하고 들어갔다. 차문을 여니 불탄 냄새가 났다. 언니가 신분증을 깜박하고 왔다. 나는 이석증 완치 한달은 되어야 헌혈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1년에 6번쯤은 재발한다고 하니 완치 후 6개월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 재발 위험 책임소재가 애매하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과 차가 불탈까봐 놀란 가슴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비소를 들렀다. 6시가 넘어 다니던 곳은 문을 닫아 급하게 열린 곳으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봐주시고는 엔진이 노후화돼서 엔진오일이 샌것 같다고 샌 오일이 연소되어 불투명 연기가 나왔을 거라고. 할 수는 있는데 기아오토큐로 가셔야 할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헌혈의집 주차장에서 차가 불타버릴까봐 불안했는데 다행히 즉시 조치를 해야하는 건 아니고 다른 정비소까지는 끌고가도 되는 모양. 이게 믿을만한 정비소에 맡기기 전에 일어난 일. 다음날 정비소에 맡기기 전 언니는 혈소판헌혈을 하고, 그동안 나는 근처 삼성서비스센터에서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했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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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난 것처럼 너무 아파서 깼다. 피싱라이프 때문이다. 며칠째 언니랑 둘이서 물고기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시작할 때는 힐링게임이라 좋았는데 중반부로 가면서 달라졌다. 언니는 끝장주의자다. 게임을 끝장내기 위해서 괴로워도 슬퍼도 직진. 나는 도파민 블랙홀이다. 나는 재밌어서 질려서 재미가 다 죽어버릴 때까지 직진. 눈은 불타오르는듯 하고 시야가 흐려졌다. 목, 허리, 무릎이 아프다. 게임 많이 하려고 잘 앉아있는 법 자세도 배웠는데. 게임 많이 하려고 산책도 다녀왔는데 역시 낚시하면서 하체 힘을 이상한 데 지지한 모양. 종아리는 하루종일 느낌이 이상하더니 자려고 다시 누울때까지 이상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책이었는데 동작 분석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피곤해지지 않는 자세의 기본 원리는

①중력 손상 막기

②전신의 힘 사용하기

③인체 구조에 맞게 몸 사용하기

④원의 크기와 지레 원리 활용하기

네 가지 원리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아주 구체적인 동작을 피곤해지지 않게 하는 법을 소개한다. 지치지 않고 14시간동안 스마트폰게임 하는 방법이 없어서 실망.. 피곤하다.



 <오늘부터 300일>을 귀여워하면서 보다가 나도 슬렁슬렁 써보까 하다가 언제 300일을 쓰고 앉았어 바빠질텐데 하루에 10개씩 한달동안 써보까 하다가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웃음이 났다. 할지 안할지 그건 모르겠고 일단 기획은 해본다. 책이 너무 귀여운데 하드커버에는 뭘 무서워서 쓰지를 못한다. 안 예쁘게 뭔가 확 그어지면 돌이킬 수 없이 하드커버를 손상시키는 것 같아서 도무지 뭘 쓸 수 없다. 종이도 빳빳한 종이라 두꺼워서 쓰기도 불편한 높이. 중고책을 사가지고 낙서장같이 막 써보까 하고 알라딘 중고 장바구니에 일단 넣어본다. 그래도 역시 하드커버는 부담스러워 안돼. 아 그림연습도 할 겸 그대로 따라그리고 한장씩 써볼까 싶다. 제목이 필요한데.. 떠오르는 가사가 없다. 아침부터 오랜만에 국카스텐 노래를 뒤적뒤적. Toddle에 숨어있었다. 떨어진 꽃잎. 그래 하루하루 떨어진 꽃잎이지. 그럼 오랜만에 그림이나 따라그려보까. 이따 수첩 골라야지~ 










 선이 흐리멍덩한 듯 선명하고 귀여운 그림체. 임진아 작가님 느낌과 비슷하다. 그림일기 쓰는 느낌의 바탕 원고지도 귀엽고, 그림일기 부분이 보송한 그림으로 이미 그려져있는 게 장점.


 언니는 운동나갔다. 둘다 하루종일 게임삼매경은 괜찮은데, 그러다 한 명이 정상 생활로 빠져나가면 갑자기 나도 같은 시간에는 정상 생활을 해야할 것 같아서 잠시 책정리를 한다. 반납할 책 날짜 구분하고 밑줄택 타이핑하며 정리하고. 도서관 책은 밑줄 대신 포스트잇 플래그를 쓰는데, 이게 도저히 한번 쓰고 버려지지가 않는다. 게을러서 한꺼번에 정리하는 편이다 보니 정리하기 전까지 이곳저곳에 굉장히 많은 플래그가 필요하다. 그리고 반납 직전 또 끈끈한 플래그가 대량 발생하는 것도 문제. 최근에 결국 다 먹은 요거트통을 중간 끈끈이 플래그 저장통으로 쓰기로 했다. 속이 다 시원. 그동안은 책상에 붙여놓았는데 볼 때마다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요거트통 짱이다~ 생활혁명이네~ 브랜드 이미지 자꾸 노출되기는 싫어서 가리고 싶은데 묘하게 경사진 모양이라 반듯하게 붙이기 어려운 형태. 일단 그냥 쓰고 있는데 용도에 만족해서 용서가 된다. 그래서 접착력이 전혀 없어질 때까지 다회용으로 쓰는 플래그정리 중이었는데 묘한 곳으로 팔랑팔랑 떨어졌다. 나 3M 포스트잇 플래그야! 그는 정체성도 확실하고 자기주장도 확실하고 끝까지 성실하기까지 한 친구였다. 아주 미세한 접착력이 남아있었는데 그래서 절대 안 꺼내졌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언니가 늘 핀셋을 보관하는 곳에서 가져왔다. 다 움직이라고 그런거야. 자세 선생님이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몸에 부담이랬어.











 그림장 수첩으로 고른 게 처음엔 너무 작나 싶었는데 의외로 내 수준에 딱 맞는 크기. 애물단지였는데 쓰임새가 정해져서 다행이다. 책모임 외에 기타 모임은 거의 하지 않는 책모임 사람들과 어쩌다 동네 독립서점을 같이 간 적이 있다. 들어가면서 누가 우리 기념으로 여기서 한 권씩 살까요? 했다. 찬찬히 둘러봤지만 사고싶은 책은 없었다. 그래도 뭔가 사기로 했으니까 어쩌면 놓고 따라그려볼 수도 있는 일러스트 책을 골랐다. 계산하는데 기념으로 만든 수첩이에요~ 괜찮아요 다른 분께 나눠주세요~ 아니에요 받아주세요~ 하셔서. 받아주세요 라니. 차마 끈기있게 거절하지 못했다. 한마디 표현이란 가끔 그 효용이 소름끼친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이렇게나 다른가 싶었다. 몇 년간 수첩같은 건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가져가면 사용하지도 않고 쓰레기에 나중에 언젠가 집 밖으로 옮길 때 새 걸 버리면서 스트레스받을텐데. 그런 절대 받지 않을 사정이 있었는데. 받아왔다. 이사오면서 책을 그렇게 많이 정리하면서도 쓰지 않은 종이잖아 하며 결국 데려왔었다. 돌아서니까 슬그머니 같이 간 6명 중 책 산 사람은 나 혼자. 그런 사정의 수첩. 가지고 있는 문구 재고 중 비치지 않게 가장 종이가 톡톡하면서 30장으로 두껍지 않아 금방 채우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 수첩이었다.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이렇게 그림으로 채워져서 또 버리지도 않고 계속 우리집에 남겠네.











그때 산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 아직 한 번도 따라그려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50가지 허브가 한장 한장 예쁜 일러스트와 간단한 소개가 있다.


 오후에 한화증권 이벤트를 위해 계좌를 만들고 100만원 거래기록을 만들었다. 세상에. 본인확인 과정에서 얼굴인식을 했다. 3번 실패하면 계좌 1원이체로 진행된다고 해서 인식 안되게 해서 계좌로 해야지~ 했다. 인식 동그라미에 사물을 비추니 화면이 넘어가질 않아서 얼굴을 코까지 반만 넣었는데 인식이 돼버렸다! AI가 대단한건지 그 반대인건지 하기 싫었는데 황망.. 새로 받은 계좌번호를 계좌번호 모음 메모에 추가하고 거래기록을 위해 현금을 옮기는데 내 계좌인데 받을 사람에 다른 사람이 떠서 놀랐다. 계좌번호 문자에서 메모로 옮기면서 번호를 잘못 눌렀다. 받는 사람 이름을 먼저 보여주니 참 다행이야~


 잘라둔 오이지는 다 먹어서 다시 썰어야 한다. 빨간색 플라스틱 통에 오이지 국물과 통오이가 들어있다. 한번에 3~5개쯤 꺼내서 칼로 세로로 반을 가르고 그다음 어슷통통하게 썰어둔다. 냉장고에서 오이지를 꺼내다가 뚜껑이 분리됐다. 국물이 콸콸콸. 얼른 바닥에 닿은 오이를 먼저 구해주고. 국물은 닦았다. 아 엄마 오이지 떨쳐서 국물 조금밖에 안 남았어 이거 국물 없으면 저장성 떨어지지? 아무래도 그러지 그래도 맛은 다 들어서 괜찮을거야 냉장고에 있지? 응 할수없지 한번씩 뒤껴줘 뒤낄 것이 없어 너무 조금 남았어 오이 오늘 또 땄어 오이가 아직도 열려? 응 그럼 오이지 또 할까? 응 오이지 먹을래~~ 후후 언니 운동갔을 때 바닥 청소기밀고 닦을까 했는데 그림그리고 놀다가 미루고 안 했다. 핵이득.


 갑자기 생각나서 피싱앤라이프를 검색하니 나무위키가 있었다. 나온지 3년 정도 된 게임이었다. 더이상 업데이트가 없는 모양. 구경하다가 미스테리가 풀렸다. 미끼 사건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출석 일주일을 하면 그 뒤로는 1레벨 미끼를 자동으로 끼워주는 시스템. 오류라고 밤새우지 않고 늦게 자서 다행. 공략이 있을 줄 알았는데 힐링게임이라 그런가 의외로 없었다. 



 저녁은 냉동실에서 새우를 꺼내서 버터에 익혔다. 후추를 후추후추 바질을 바질바질. 소금을 소금소금. 아 소금은 하지말자. 아 아스파라거스도 같이 할까? 새우때문에 소금을 안 했더니 아스파라거스는 싱겁다. 머스타드 꺼낼까? 둘이 사는 우리집은 초장그릇이 8개다. 하루종일 혼자 제일 바쁘다. 아침에 커피내리고 나면 커피핀에서 커피물이 끝에 좀 찔끔거리니 받칠 때 쓴다. 치즈팝 1장 분량도 여기다 올려먹는다. 오후에 간식으로 자주 먹는 아몬드를 먹을 때도 여기에 올려먹는다. 소스 종류 먹을 때는 잘 흘리니까 각자 하나씩 놓고 쓴다. 그런데 머스타드는 한번에 많이 안 먹어서 1개만 꺼내서 가운데에 놓았다. 역시는 역시. 내가 흘리려고 한 개만 놨지. 이렇게 뭉치인데 사회생활은 어떻게 정상으로 잘했을까? 하긴 그런 일에 주의력을 많이 소모했겠지. 새우는 그대로도 맛있지만 아스파라거스는 좀 심심해서 머스타드 찍어먹으니 의외로 아주 맛있었다. 새로운 조합.   


 일기를 3일째 쓰면서 알았다. 주로 사건사고는 주방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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