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난 것처럼 너무 아파서 깼다. 피싱라이프 때문이다. 며칠째 언니랑 둘이서 물고기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시작할 때는 힐링게임이라 좋았는데 중반부로 가면서 달라졌다. 언니는 끝장주의자다. 게임을 끝장내기 위해서 괴로워도 슬퍼도 직진. 나는 도파민 블랙홀이다. 나는 재밌어서 질려서 재미가 다 죽어버릴 때까지 직진. 눈은 불타오르는듯 하고 시야가 흐려졌다. 목, 허리, 무릎이 아프다. 게임 많이 하려고 잘 앉아있는 법 자세도 배웠는데. 게임 많이 하려고 산책도 다녀왔는데 역시 낚시하면서 하체 힘을 이상한 데 지지한 모양. 종아리는 하루종일 느낌이 이상하더니 자려고 다시 누울때까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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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대단한 책이었는데 동작 분석 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피곤해지지 않는 자세의 기본 원리는
①중력 손상 막기
②전신의 힘 사용하기
③인체 구조에 맞게 몸 사용하기
④원의 크기와 지레 원리 활용하기
네 가지 원리를 바탕으로 일상에서 아주 구체적인 동작을 피곤해지지 않게 하는 법을 소개한다. 지치지 않고 14시간동안 스마트폰게임 하는 방법이 없어서 실망.. 피곤하다.
<오늘부터 300일>을 귀여워하면서 보다가 나도 슬렁슬렁 써보까 하다가 언제 300일을 쓰고 앉았어 바빠질텐데 하루에 10개씩 한달동안 써보까 하다가 나는 왜 이 모양인가 웃음이 났다. 할지 안할지 그건 모르겠고 일단 기획은 해본다. 책이 너무 귀여운데 하드커버에는 뭘 무서워서 쓰지를 못한다. 안 예쁘게 뭔가 확 그어지면 돌이킬 수 없이 하드커버를 손상시키는 것 같아서 도무지 뭘 쓸 수 없다. 종이도 빳빳한 종이라 두꺼워서 쓰기도 불편한 높이. 중고책을 사가지고 낙서장같이 막 써보까 하고 알라딘 중고 장바구니에 일단 넣어본다. 그래도 역시 하드커버는 부담스러워 안돼. 아 그림연습도 할 겸 그대로 따라그리고 한장씩 써볼까 싶다. 제목이 필요한데.. 떠오르는 가사가 없다. 아침부터 오랜만에 국카스텐 노래를 뒤적뒤적. Toddle에 숨어있었다. 떨어진 꽃잎. 그래 하루하루 떨어진 꽃잎이지. 그럼 오랜만에 그림이나 따라그려보까. 이따 수첩 골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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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흐리멍덩한 듯 선명하고 귀여운 그림체. 임진아 작가님 느낌과 비슷하다. 그림일기 쓰는 느낌의 바탕 원고지도 귀엽고, 그림일기 부분이 보송한 그림으로 이미 그려져있는 게 장점.
언니는 운동나갔다. 둘다 하루종일 게임삼매경은 괜찮은데, 그러다 한 명이 정상 생활로 빠져나가면 갑자기 나도 같은 시간에는 정상 생활을 해야할 것 같아서 잠시 책정리를 한다. 반납할 책 날짜 구분하고 밑줄택 타이핑하며 정리하고. 도서관 책은 밑줄 대신 포스트잇 플래그를 쓰는데, 이게 도저히 한번 쓰고 버려지지가 않는다. 게을러서 한꺼번에 정리하는 편이다 보니 정리하기 전까지 이곳저곳에 굉장히 많은 플래그가 필요하다. 그리고 반납 직전 또 끈끈한 플래그가 대량 발생하는 것도 문제. 최근에 결국 다 먹은 요거트통을 중간 끈끈이 플래그 저장통으로 쓰기로 했다. 속이 다 시원. 그동안은 책상에 붙여놓았는데 볼 때마다 거슬리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요거트통 짱이다~ 생활혁명이네~ 브랜드 이미지 자꾸 노출되기는 싫어서 가리고 싶은데 묘하게 경사진 모양이라 반듯하게 붙이기 어려운 형태. 일단 그냥 쓰고 있는데 용도에 만족해서 용서가 된다. 그래서 접착력이 전혀 없어질 때까지 다회용으로 쓰는 플래그정리 중이었는데 묘한 곳으로 팔랑팔랑 떨어졌다. 나 3M 포스트잇 플래그야! 그는 정체성도 확실하고 자기주장도 확실하고 끝까지 성실하기까지 한 친구였다. 아주 미세한 접착력이 남아있었는데 그래서 절대 안 꺼내졌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언니가 늘 핀셋을 보관하는 곳에서 가져왔다. 다 움직이라고 그런거야. 자세 선생님이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몸에 부담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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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장 수첩으로 고른 게 처음엔 너무 작나 싶었는데 의외로 내 수준에 딱 맞는 크기. 애물단지였는데 쓰임새가 정해져서 다행이다. 책모임 외에 기타 모임은 거의 하지 않는 책모임 사람들과 어쩌다 동네 독립서점을 같이 간 적이 있다. 들어가면서 누가 우리 기념으로 여기서 한 권씩 살까요? 했다. 찬찬히 둘러봤지만 사고싶은 책은 없었다. 그래도 뭔가 사기로 했으니까 어쩌면 놓고 따라그려볼 수도 있는 일러스트 책을 골랐다. 계산하는데 기념으로 만든 수첩이에요~ 괜찮아요 다른 분께 나눠주세요~ 아니에요 받아주세요~ 하셔서. 받아주세요 라니. 차마 끈기있게 거절하지 못했다. 한마디 표현이란 가끔 그 효용이 소름끼친다. 책 좋아하는 사람은 이렇게나 다른가 싶었다. 몇 년간 수첩같은 건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가져가면 사용하지도 않고 쓰레기에 나중에 언젠가 집 밖으로 옮길 때 새 걸 버리면서 스트레스받을텐데. 그런 절대 받지 않을 사정이 있었는데. 받아왔다. 이사오면서 책을 그렇게 많이 정리하면서도 쓰지 않은 종이잖아 하며 결국 데려왔었다. 돌아서니까 슬그머니 같이 간 6명 중 책 산 사람은 나 혼자. 그런 사정의 수첩. 가지고 있는 문구 재고 중 비치지 않게 가장 종이가 톡톡하면서 30장으로 두껍지 않아 금방 채우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 수첩이었다.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이렇게 그림으로 채워져서 또 버리지도 않고 계속 우리집에 남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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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산 <싱그러운 허브 안내서>. 아직 한 번도 따라그려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50가지 허브가 한장 한장 예쁜 일러스트와 간단한 소개가 있다.
오후에 한화증권 이벤트를 위해 계좌를 만들고 100만원 거래기록을 만들었다. 세상에. 본인확인 과정에서 얼굴인식을 했다. 3번 실패하면 계좌 1원이체로 진행된다고 해서 인식 안되게 해서 계좌로 해야지~ 했다. 인식 동그라미에 사물을 비추니 화면이 넘어가질 않아서 얼굴을 코까지 반만 넣었는데 인식이 돼버렸다! AI가 대단한건지 그 반대인건지 하기 싫었는데 황망.. 새로 받은 계좌번호를 계좌번호 모음 메모에 추가하고 거래기록을 위해 현금을 옮기는데 내 계좌인데 받을 사람에 다른 사람이 떠서 놀랐다. 계좌번호 문자에서 메모로 옮기면서 번호를 잘못 눌렀다. 받는 사람 이름을 먼저 보여주니 참 다행이야~
잘라둔 오이지는 다 먹어서 다시 썰어야 한다. 빨간색 플라스틱 통에 오이지 국물과 통오이가 들어있다. 한번에 3~5개쯤 꺼내서 칼로 세로로 반을 가르고 그다음 어슷통통하게 썰어둔다. 냉장고에서 오이지를 꺼내다가 뚜껑이 분리됐다. 국물이 콸콸콸. 얼른 바닥에 닿은 오이를 먼저 구해주고. 국물은 닦았다. 아 엄마 오이지 떨쳐서 국물 조금밖에 안 남았어 이거 국물 없으면 저장성 떨어지지? 아무래도 그러지 그래도 맛은 다 들어서 괜찮을거야 냉장고에 있지? 응 할수없지 한번씩 뒤껴줘 뒤낄 것이 없어 너무 조금 남았어 오이 오늘 또 땄어 오이가 아직도 열려? 응 그럼 오이지 또 할까? 응 오이지 먹을래~~ 후후 언니 운동갔을 때 바닥 청소기밀고 닦을까 했는데 그림그리고 놀다가 미루고 안 했다. 핵이득.
갑자기 생각나서 피싱앤라이프를 검색하니 나무위키가 있었다. 나온지 3년 정도 된 게임이었다. 더이상 업데이트가 없는 모양. 구경하다가 미스테리가 풀렸다. 미끼 사건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출석 일주일을 하면 그 뒤로는 1레벨 미끼를 자동으로 끼워주는 시스템. 오류라고 밤새우지 않고 늦게 자서 다행. 공략이 있을 줄 알았는데 힐링게임이라 그런가 의외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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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냉동실에서 새우를 꺼내서 버터에 익혔다. 후추를 후추후추 바질을 바질바질. 소금을 소금소금. 아 소금은 하지말자. 아 아스파라거스도 같이 할까? 새우때문에 소금을 안 했더니 아스파라거스는 싱겁다. 머스타드 꺼낼까? 둘이 사는 우리집은 초장그릇이 8개다. 하루종일 혼자 제일 바쁘다. 아침에 커피내리고 나면 커피핀에서 커피물이 끝에 좀 찔끔거리니 받칠 때 쓴다. 치즈팝 1장 분량도 여기다 올려먹는다. 오후에 간식으로 자주 먹는 아몬드를 먹을 때도 여기에 올려먹는다. 소스 종류 먹을 때는 잘 흘리니까 각자 하나씩 놓고 쓴다. 그런데 머스타드는 한번에 많이 안 먹어서 1개만 꺼내서 가운데에 놓았다. 역시는 역시. 내가 흘리려고 한 개만 놨지. 이렇게 뭉치인데 사회생활은 어떻게 정상으로 잘했을까? 하긴 그런 일에 주의력을 많이 소모했겠지. 새우는 그대로도 맛있지만 아스파라거스는 좀 심심해서 머스타드 찍어먹으니 의외로 아주 맛있었다. 새로운 조합.
일기를 3일째 쓰면서 알았다. 주로 사건사고는 주방에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