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파는 하나만 꺼내쓰고 나머지는 그대로 뒀고 어제도 하나만 꺼내썼다. 냉동 대신 생대파로 양은 원래 넣던 정도로 조금 넣었다. 생파가 있는데 냉동을 쓸 필요는 없다. 스크램블의 비밀은 풀리지 않고. 그날 맛이 기억은 안 나는데 확실히 오늘 아침은 띠용한 맛이 아니었다. 대강 생파와 양 모두 영향이 있을 걸로 마무리. 전자렌지 안 냄새가 드디어 없어졌다!


 일기 쓰고 도서관 다녀오는 길. 횡단보도 초록불이 15초부터 시작한다. 이 시간대는 더 짧게 운영하는가 보다. 중간쯤 충전 케이블이 아직도 있었다. 평소같은면 다 건넜을 속도로 횡단보도 시작부터 뛰었는데 1초 늦었다. 우회전 대기중이던 다마스가 침착하게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이제 이 정도는 숨이 안 찬다. 후후. 책 한권만 가져오면 되는데 전시도서 란이 바뀌어 잠시 구경한다. 마침 주제가 마음. 도서관마다 약간씩 운영이 달라서 집 앞 도서관은 전시도서는 대출이 안 된다. 구경하는데 다행히 먼저 빌려둔 책들이 더 맘에 든다. 마음 옆 주제는 밀레니얼 세대. <다정한 개인주의자>를 핸드폰에 메모하고 지나친다. 책 소독중인데 구경하던 아주머니가 이거 전시한 거는 대출 안되죠? 하신다. 네. 잠시 고민하다 횡단보도 충전 케이블이 생각나 노란색별 표시 없는 것은 빌릴 수 있어요~ 


 언니가 키토열이 나서 불편하다고 한다. 갑자기? 기본 구성 식단을 바꾼지 두달 되었는데. 점심 저녁에 탄수를 왕창 때려넣고 꺼야겠어. 엥? 물들어올때 노저어야지~ 딸기 갈아먹고 버텨. 아 그럴까? 그지 아깝잖아~ 아차. 불편한 상황에서 의도가 있을 때 버티는 게 너무 당연하구나. 남한테도 당연하게 생각하는구나. 물론 죽지만 않으면 버티는 게 어떤 면에서는 나을 때도 있다. 어제는 한낮에 좀 더웠지만.  


 도서관에서 새로 가져온 <마음사전> 표지를 닦는다. 먼지터는 소독은 도서관에서 기계로 하고 오지만, 표지는 직접 닦는다. 잠옷입은 채로 침대에 가져갈 때도 있으니까. 휴지에 알콜을 뿌려서 닦아낸다. 2008년도 출간된 책이라 때가 많이 묻어나온다. 언니가 한번 잘 닦아줄게 그동안 인기많았구나. 도서관 책은 약간 두꺼운 종이에 코팅된 듯한 표지가 가장 좋다. 코팅이 없는 표지나 우둘투둘한 소재는 박박 닦으면 휴지때가 생기기도 하고 속시원히 닦을 수가 없다. 

  

 7,8월 두 달동안 운영하던 집앞 공원 물놀이장이 끝났다. 문을 열어두면 꺄하하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좋았는데. 생동감이 있었다. 사람 사는 동네 같기도 하고. 저렇게 신난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고. 활기찬 기운이 물놀이장을 구심으로 폭발해서 나가지 않고 문만 열어둬도 좋은 힘을 받았다. 이제 9월이다. 9월은 마음치료 공부를 하고, 글을 쓰면서 치유하고, 책 보면서 원도 풀어야지. 결국 다 같은 일이다. 


 작년 오늘 찍은 사진을 봤다. 휴직하고 18일차. 1~2주간은 남은 일처리들을 중간중간하다가 서서히 본격 휴식시간을 보내려고 신경써서 노력하던 시기다. 점심은 김밥에 도전. 집에 곱창김밖에 없어 얼멍얼멍 하얀색이 보인다. 요령이 없어서 딴딴하지 않고 헐거운 김밥. 점심 먹고 보던 책은 <중국집>. 전주의 진미라는 물짜장을 개발한 집과 순리대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마무리 후 자연스레 즐거워진 발걸음이 부러워서 사진으로 찍어뒀다. 그때는 살자고 아침점심저녁으로 산책을 나갔다. 쉬어야 한다고 일을 삼아 쉬려고 노력했었다. 그날 저녁 살짝 비가 내려 바닥과 대기가 촉촉하고, 걷는 중 가로등이 켜져 등 주변이 영화처럼 예쁘게 눈부셨던 가로수길 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보니 걷다가 와~ 예쁘다~ 하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피아노 조율 일을 다니시는 조율사 조영권 작가님의 전국 중국집 노포 탐방기. <경양식집에서>도 있다. 그림과 글, 사진 모두 좋지만 작가님이 보내온 삶이 느껴져 감동이었다. 


 예쁘거나 기억을 대신하거나 하려고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다시 열어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중에 모인 사진을 정리하는 게 귀찮아 되도록이면 찍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정말 통 예쁜 것이네 할 때만 찍는다. 쓸모없는 사진 한장은 무섭다고 생각하는데 괜한 저장공간, 어딘가의 서버, 전기, 그것도 있는지도 모르는 걸 내 손으로 언젠가 삭제할때까지 쓰는 전기 때문. 하지만 역시 가장 싫은 건 어쩌다 나중에 모은 걸 한 번에 정리하는 날 총시간이 점점 불어날거라서. 내가 구축한 대부분의 알고리즘은 게으름이 바탕이다. 이렇게 천성이 게으른데 일하는 동안 참 애를 많이 썼겠다.


 다 귀찮지만 갤러리를 뒤져 찾아본 건 책이 시켜서. 마침 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일기부터 쓰기 시작해도 되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기록하는 일에 대한 잔잔한 에세이와 기록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덧붙여 기록해보라고 은근하게 엄청 머리끄댕이 잡아당기는 책이었다.








 기록에 대한 글과 기록을 연습하도록 주제, 그 예를 한 세트로 다양한 기록에 대해 모은 책. 누구나 자기 인생을 기록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응원하는 다정한 책.


 저녁은 오랜만에 에그인헬.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숨이 차서 L마트에 신선채소장을 보러갔다가 싱싱한 고수를 보고 생각났다. 신나서 바질은 깜박했다. 뭐 아쉬운대로. 다진마늘을 버터에 약간 볶다가 먹고싶은 재료를 넣고 익히다가 토마토소스를 붓고 마지막에 계란을 깨서 넣고 원하는만큼 익혀서 바질을 바질바질 고수를 고수고수하면 끝. 어제는 양파, 새송이버섯, 돼지고기 다짐육을 넣었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순식간에 한솥이 되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데 고수를 씻다 신선한 냄새가 좋아서 춤을 추다보니 이미 한솥이었다. 끓다 넘치려고 해서 불을 줄였다. 분명히 씻을 때는 고수가 많아서 반만 꺼냈는데 딱 한 끼 먹을 만큼이었다. 괜찮아 두번째 또 리필해서 먹지~ 양이 너무 많아서 마지막에 톡 깨넣은 계란은 노란자가 아예 안 익었다. 7개월 전 먹고남아서 냉동실에 얼려둔 식빵이 렌지에 돌리니까 아주 촉촉했다. 인생 꿀맛. 거기다 저장했던 토마토소스, 냉동 다짐육, 냉동 식빵까지 처리했고. 


 그때 거기 이름 뭐지? 작년 가을쯤이니 1년이 안되었는데 절대 생각이 안 났다. 파비앙? 르봉뺑? 르피앙? 많이 답답한 언니가 결국 검색했다. 프랑스 가정식을 하는 곳이었는데 같이 시킨 에그인헬에 고수가 뿌려져서 나왔고 띠용한 맛이었다. 탄수 적은 메뉴라 시킨건데 포카치아를 같이 줘서 한 입만 먹어봤는데 띠용한 맛이었다. 뵈프 부르기뇽 먹어보고 싶었는데 재료가 없어서 못 먹었고. 그래서 프랑스 가정식은 뭘 시켰더라 기억이 없다. 아무튼 그 쉐프님이 선물해준 세 번의 저녁. 아 그 뵢 불기뇽 못 먹어보고 이사왔네. 줄리앤줄리아 볼때마다 궁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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