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 나는 온갖 생물들이 늘어진 자연속에 있었다. 뭔가 실험이라던지 그런 필요한 상황이라서 뱀을 오른속으로 덥석 잡았다. 내 생각에는 뱀을 잡아야하는 상황이라서 뱀을 잡아서 들고 저벅저벅 가는데 갑자기 뱀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뱀 꼬리쪽 2/3 지점 정도를 손으로 콱 잡았는데 머리쪽이 갑자기 엄청 격하게 요동쳤다. 가지고는 가야되고 움직이다가 뱀머리가 내 손과 닿는 것은 싫어서 잡은 상태로 엄청나게 패대기를 쳤다. 움직이지마! 가만히있어! 패대기치는 내 마음은 순간 너무 무서웠고, 얘 머리랑 닿으면 어떡하나 머리가 새하얘졌다. 새벽 네시반에 오른쪽 팔이 아파서 깼다. 팔이 몸에 깔려있었던 것 같다. 내 무의식은 팔이 깔린 틈을 타 놓치지 않고 신호를 보낸다.
어제밤은 누워서 잠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피싱라이프로 눈이 타는듯하고 머리가 띵해서 빨리 자고 늦게 일어났어야 했다. ㅋㅋ그런 애들 있잖아 애기 때 막 운동회나 소풍같은 날 전날밤에 잠 못자는 애기들 나도 그랬거든. ㅋㅋㅋ진짜? 진짜 그런 게 있다고? 너무 웃겨ㅋㅋ 책 같은데나 나오는 얘긴줄 알았엌ㅋㅋㅋㅋㅋ. N이라는 친구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놀러가는 날만 있으면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그런 건 그림책에나 나오고 비유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친구를 보면 실제로 그럴 법도 해서 그런 사람도 있네 싶었다. 최근 2년새 나도 갑자기 그런 사람이 됐다. 나는 원래 머리를 대면 1초만에 잠드는 사람. 별일이 생긴 날은 1시간, 2시간, 3시간 잠을 못 들고 중간에 깨게 됐다. 너무 거대하고 불안하고 윤곽이 보이지 않는 일 같은 별일. 잠들기 직전 신나고 재밌는 새로운 장난감을 찾은 일 같은 별일.
아침 스크램블에 생 대파를 넣었더니 역대로 맛있었다. ①양을 평소보다 많이 넣어서 ②생 대파를 넣어서. 보통은 냉동실에 저장해둔 대파를 쓴다. 다 먹고 새로 저장할 때가 되어서 어제 대파를 사왔는데 게임한다고 안 자르고 냉장실에 그대로 있다. 생파가 있는 김에 생파로 넣었다. 정답은? 내일 테스트해봐야 알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전자렌지를 돌리면 아직도 유독가스가 있다. 자연스레 놔두면 스르르 해결되는 일도 있고 조치를 취해야만 상황이 종료되는 일도 있지. 넌 너무 귀찮으니까 늦더라도 알아서 해결하길 바란다.
차 수리가 끝났다고 전화왔다. 비용은 260만원. 일주일에서 열흘쯤 걸린다고 했는데!! 진짜 요근래 들어본 소식 중에 손에 꼽게 기쁜 뉴스. 자동차로 다니는게 어느새 너무 익숙해져서 요며칠은 집 근처만 맴돌았다. 신선한 채소를 살 수 있는 마트도 못 가고, 맛있는 알뜰과일이랑 신선한 해물을 살 수 있는 마트도 못 갔다. 집앞 마트 채소는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채소 갈증. 식품사막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할지 이해가 된다. 언니가 운동다니는 체육관 근처 도서관은 그림책에 후하다. 단행본 만화, 그래픽노블에 책장 한칸을 따로 할애했고 눈에 잘 띄게 신간 책장과 바로 붙어있다. 보조도서관으로 삼고 있는데 갈 수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오히려 차가 없을 때는 언제나 어디든지 갈 수 있었는데. 어떤 물건은 이렇게 쉽게 습관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거구나.
엔진을 교체했다. 보링이라고 하던데 엔진을 분해해서 청소하고 교체가 필요한 곳은 재생 부품으로 교체해서 새거 아닌 새 엔진으로 만드는 작업. 게을러서 처음부터 타던 차가 죽으면 같은 모델로 다시 사려고 했다. 타던 중에 차는 엔진이 심장이라고 엔진만 교체하면 다시 새 것 같다는 걸 알게 됐다.보통 20~30만 즈음이 자기 수명이라고 해서 1만 단위로 아직 무사하네~ 기특해하던 중. 정비소에 갔을 때 처음부터 엔진 보링을 얘기하셔서 집에 돌아와 고민하다 다시 전화해 여쭤보니 보링하면 170~250만원 정도, 새 엔진으로 교체하면 600만원 정도 들 거라고.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사례가 없다. 보링한 사람들만 있다. 고민끝에 원래 의도에 맞게 새 엔진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거저거 등록하고 서류에, 차 기다리는 시간, 팔던 차는 중고로 팔고. 다 귀찮다. 결심하고 정비소에 맡기러가니 다시 보링을 추천하신다. 나는 전문가의 권위에 약하다. 보링으로 해달라고 했다.
지난주 당근 동네생활에서 사고난 어머니께 O형 지정헌혈을 부탁하는 글을 봤다. 나는 피가 묽어서 헌혈을 못한다. 상담 때 비중체크하는 물에 떨어뜨리면 피가 뜬다. 언니는 전에 헌혈을 꾸준히 했다. 그러다 어느날 이제 혈장헌혈은 안되고 전혈만 하셔야겠어요 라는 말을 듣고 내 몸도 안 좋아졌나 하고 그만둔 지 몇 년 되었다. 언니한테 글 얘기를 하면서 요즘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고 코로나 때문인가보다고 말이 안된다고 21세기에 이게 무슨 일이냐고 황당하다고 얘기를 했다. 4시간 뒤 6시 반쯤 게임을 하고 밥을 먹다가 다시 댓글을 확인하고 아직도 피를 못 모아서 수술을 못 들어갔나봐 얘기하다 눈물이 글썽했다. 언니도 그러게 하고 울컥한다. 저녁에 고기먹었으니까 되나 한번 가봐야겠다 하니 그러자 한다. 헌혈의집이 8시까지 하는 곳이 있어서 얼른 씹고 출발.
퇴근길 8차선 교차로에서 신호가 애매해서 급가속했다가 앞 신호에 막혀 다시 급정거. 그런데 갑자기 교차로 중앙이 소독차 지나간 것처럼 부연 연기로 가득찼다. 백미러를 보고 너무 놀랐는데 1차로로 가다가 불법유턴하는 차가 있어 두번 놀랐다. 그런데 신호대기 때 보니 진짜 놀랍게도 뒷차 앞으로 드라이아이스같은 연기가 뿌옇다. 세상에 내 차에서 나온 연기야! 두근두근하는데 일단 헌혈의집에 주차를 하고 들어갔다. 차문을 여니 불탄 냄새가 났다. 언니가 신분증을 깜박하고 왔다. 나는 이석증 완치 한달은 되어야 헌혈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1년에 6번쯤은 재발한다고 하니 완치 후 6개월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 재발 위험 책임소재가 애매하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과 차가 불탈까봐 놀란 가슴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비소를 들렀다. 6시가 넘어 다니던 곳은 문을 닫아 급하게 열린 곳으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갔다. 봐주시고는 엔진이 노후화돼서 엔진오일이 샌것 같다고 샌 오일이 연소되어 불투명 연기가 나왔을 거라고. 할 수는 있는데 기아오토큐로 가셔야 할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헌혈의집 주차장에서 차가 불타버릴까봐 불안했는데 다행히 즉시 조치를 해야하는 건 아니고 다른 정비소까지는 끌고가도 되는 모양. 이게 믿을만한 정비소에 맡기기 전에 일어난 일. 다음날 정비소에 맡기기 전 언니는 혈소판헌혈을 하고, 그동안 나는 근처 삼성서비스센터에서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했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