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신입회원을 기다리던 마음을 적어놓으려고요.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제가 막 왔을 당시에 한 달에 3번 모임에 참석하면 모임 회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회원이 되기 전에는 회비는 안 내도 되었고.

책에 대한 이야기도 않고 그냥 이야기만 듣고 가도 되었던 것 같아요.

수년간 제 기억에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지만.ㅋㅋ

그래도 그런 규칙이 있었다는 게 참 좋지 않아요?

지금 생각하니 그런 규칙이 있었다는 게 참 좋은 시절이었어요.

아무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데

아무도 지킬 마음이 없고

아무도 지키지 않아도

모두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정회원이라는 개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지만 회원이 되면

책을 추천할 수도 있고(? 당시에는 회원의 대단한 권리였죠ㅋㅋ)

회비도 낼 자격이 생겼어요.

벌써 9년 전이면 물가도 쌌던 시절이라

(하기엔 예나 지금이나 ㄷㅇㄼㄹㅇ 음료값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5천원에서 자기가 마신 음료값을 빼고 나머지 잔돈을 회비로 모았어요.

음료중에는 모임에게 은혜로운 아메리카노같은 메뉴도 있지만(아마 2500원이었을까요?)

몸에 좋은 대추차같은 메뉴도 있어서(아마 5000원?ㅋㅋ)

모임 회비에 기여도는 참 제각각이었어요.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총무는 사랑했을듯하고 ㄷㅇㄼㄹㅇ은 싫어했을듯한 아메리카노.ㅋㅋ

와 소름끼치는 건 머리털나고 카페 한 곳에서 음료를 그렇게 많이 마신 곳은

거기 한 군데인데 뭘 마셨는지 기억이 안나요.

정정. 소름끼치게 감동인걸로.

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음료맛은 기억이 안 나는 걸로.


저는 직진 스타일이라서 아마 이 책모임 나가보기로 해서

나가는 기간에는 쭉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3주만에 회비도 내고 명찰도 받았던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그때 명찰이 있었는데.

회원이 되면 촌스럽게 자기 이름이 인쇄된 신입생OT용 줄명찰같은걸 줘서

목에 걸 수 있었어요.ㅋㅋ

참고로 그 줄명찰은 시조새 회장님 사비로 샀다고 했는데.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네? 미안해라ㅋㅋ


그런데 모임을 하다보니까 은근히 이 한달에 3번이상 참석이라는 기준이 오묘했어요.

사실 모임을 하는 회원들도 

전부 한달에 3번이상 참석하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대부분 직장인들이고 뜻하지 않은 이벤트같은게 늘 생기기도 하고 

해서.

처음에 신년계획 세우는 마음으로 회원달성! 해서

고지에 올라가지고 깃발을 꽂고 명찰을 받으면

이제 안심이 되면서 다리가 탁 풀려가지고

이제 좀 쉬엄쉬엄 하자~ 하면서 쭉 쉬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ㅋㅋ

그게 괜히 반작용같기도 해서.

주1회라는 게 상당히 파이팅넘치는 책모임이다보니

처음에 그 정도는 참석해야되지 않을까 하고 기간제한을 했던 것 같기도 한데

또 그런 오묘한 점들이 있어서 기간제한을 없애고 

그냥 3번 참석하면 정회원~ 이렇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저를 신입회원으로 받았던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저도 이후에 정말 많은 신입회원들을 만났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갔어요.

신입회원이 하나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잖아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잖아요.

진짜 그때는 상상도 못했죠. 오늘같은날 제가 이렇게 쓰고 있을 줄.

글 잘 쓰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기록되버리는 건 사실 좀 아깝긴해요.

더 잘 써줄 사람들이 많았는데.

하긴 아까운 게 뭐 한둘이라고.

아 진짜 상상도 못했죠.

제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얼마나 열심이었는데 말이죠.ㅋㅋ


신입회원은 항상 설렘과 긴장감을 함께 가져왔어요.

우리 책장을 한바탕 뒤집어놓을 뉴페이스를 기다렸고

기존 멤버들과 다른 일을 밥벌이로 하는 뉴페이스를 기다렸고

책읽기에 재미를 붙여보고싶은 뉴비도 기다렸고

입 쩍 벌어지게 책을 읽어온 다독가도 기다렸죠.

사람 하나가 살아온 시간과 곳곳에 흔적을 남긴 책들의 온도란게 천차만별이어서

너무 뜨거운 사람이나 너무 차가운 사람이 오지 말았으면 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너무 달궈지거나 너무 서늘해져버릴까봐.

다양성을 사랑하긴 하지만 너무 다른 것까지는 포용하기 싫었어요.

우리가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어서

항상 문을 열어놓았지만 닫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고.

지금에 와서 결론적으로 생각하면 참 그 문을 잘 열어놓았구나

그래서 하나둘씩 모여들어서 우리가 되었었구나.


지금에 와서야 긴장했던 만큼 웃음도 나요.ㅋㅋ


신입회원은 왜 사람 많을 때는 계속 오고

왜 사람 없을 때는 계속 안와.ㅋㅋㅋㅋㅋ

대체왜그런거얔ㅋㅋㅋㅋㅋㅋ

사는게 원래 그런건가.ㅋㅋ

암튼 사람 하나가 새로 머리비집고 들어오면 그렇게 들떴어요. 기대됐고.



오늘은 금요일이네요.

가벼운 책은 좀더 미루고.

무거운 책은 부지런히 책장을 넘겨보면서.

주제 기다리면서도 내가 다 읽기 전에 올리지 말았으면 하면서.

내 책 들고있는 금요일은 이야기거리를 뭘 골라야

읽은 사람 덜 읽은 사람 안 읽은 사람 같이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보냈던 금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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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책을 골랐던 이야기를 적어놓으려고요.


솔직히 처음에 일주일에 한번 모임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파이팅하는 자기계발러 느낌으로 일주일마다 읽어보자! 

이런 사람도 있었겠지만ㅋㅋ


저는 지금이야 밀리 사용하면서 독서량이 좀 늘긴 했지만

그 전에는 연간 50권 수준이라서 

모임책 말고 다른 책은 읽기 어렵겠네..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주 쉬고 보고싶은거 보면 되는데 단순함. 시작할 당시 시점.)

어떤.. 무섭거나 끔찍한(!) 책들이 선정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모임책은 한권씩 샀어요.

(막 이사왔기 때문에 가능했죠.)

그냥 그 책들이 책장 한쪽에 이름지어 모여있는게 예뻐서.


그래서 자유독서량이 줄어들게 되면서 

모임책 선정이 점점 저한테 중요해지게 됐어요.

한번 정해놓으면 한달간 다른 책은 별로 읽을 수가 없으니깐.


제가 들어갔을때 대략 8개월 정도 모임이 진행됐던 상태라

상당히 안정적으로 형태가 갖춰져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읽고싶은 책을 후보로 쭉 받아서

셋째주쯤 다음달 읽을 책을 한꺼번에 투표로 정했던거 같아요.

책에 따라(!) 달랐던 것 같긴 하지만 대충 6~10명 정도가 한번에 같이 모였던 것 같고.

책 고르는 날 경쟁이 심했는데.

다들 자기 책을 선정시키려고 책팔이가 심했어요.ㅋㅋ

참 아름다웠는데.

다들 주1회라는게 빡빡하면서도 좋기도 한데

역시 좋으면서도 빡빡해서

자기가 먼저 읽은 책 한권쯤 끼어있어야 좀 숨도 쉬고 딴짓도 하고 해서.

자기 책 뽑히면 이야기거리도 정하고 모임 후기도 맘대로 쓰고 해야되긴 하지만

그래도 다들 한주라도 쉬어가면 좋아서

자기 책 뽑히라고 안달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읽을 때도 별 다양한 책들이 다 있었는데.

<피로사회>라던가, <Jazz it up>이라던가, 언제든 회자되는 <성학집요>라던가,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라던가,(이런게 있었네요? 대체 누구얔ㅋㅋㅋ)

<플라스틱 바다>라던가 

내 취향대로 읽었으면 평생 만져볼 일 없었던 책들.



주마다 읽다보니깐 책이 제각각이어서

한달에 한번 마지막주는 인문고전을 읽어보자는 얘기도 있었어요.

한달동안 미리미리 조금씩 읽어나가서 월말까지 읽으면 되니까.

이제보니 그래서 <성학집요>같은게 있었나봐요. 아니었나?ㅋㅋ

<매천야록>같은 것도 있었네요.

저는 마침 그때 이사를 가서 참 다행스러워요.ㅋㅋ



근데 또 장르를 다양하게 읽어보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또 모두 그렇게 한번 해보자고 해서

둘째주에 읽고싶은 장르를 하나씩 써서 다음달 수요일 개수대로 뽑고

셋째주에 뽑힌 장르에 해당하는 책만 후보로 올려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소설같은게 두개씩 나오면 다시 뽑고.

그래서 아마 누군가 저기에 역사같은 걸 써서 아프리카의 역사 같은 걸 읽게 된 걸까요?ㅋㅋ

아무튼 스포츠라던가 사전이라던가(!) 생소한 장르같은게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재미는 있지만

장르를 써낸 사람이 최소 해당 장르에 1권씩은 추천을 하도록 했어요.

그렇게 또 좋았던 책을 자유로 추천할 때보다 

다양성(?)을 갖추고 생뚱맞은 책들을 읽는 주도 생겼죠.


시간은 흘러흘러 책 고르는데 투표를 두번씩이나 해야하고

둘째주에 장르뽑기가 된 사람이 셋째주에 못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그냥 셋째주에 책을 고르게 됐어요.

그때쯤 책을 많이 골라주던 멤버들이 자유독서창고에 모아놨던

좋은 책들이 많이 소진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골라주면 좋겠다는 얘기도 있어서

장르에 상관없이 한주에 한명이 골라주는 책을 읽어보기도 했어요.


우리가 뭐 대단한 100분 토론을 하고 공청회를 하고 후기를 출판하기로 한 것도 아닌데.

신입회원들이 처음에 오면 책을 추천하고 싶어 하기도 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을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동안 아~ 그냥 다 이렇게 돌아가면서 하나보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천을 하는 경험을 하고

내새끼를 물가에 내놓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다른 사람도 자기새끼 내놓으면 이런 느낌이겠거니~ 

체험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시간은 흘러흘러 

그냥 책은 자유로 다시 추천을 모아 고르게 됐어요.


그리고 또 다른 방식으로 했을 때도 있었어요?

제 기억은 여기까지.


처음에 몇번은 더 잘해보려는 마음에서 변화를 주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임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 변화를 시도했던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또 시간은 흘러흘러

추천책이 말라버렸어요.

재미도 마르고

즐거움도 말라버리고

오가던 이야기도 말라버리고

같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도 딱딱하게 말라붙어버리고.


책, 그게 뭐라고. 

그냥 아무 책이어도 됐는데.

개인으로야 좋은책, 별로인 책, 끔찍한 책이 있지만

같이 읽는 책이야 아무렴 좋은데.

책이 별로면 같이 저자도 좀 욕하고, 나무도 좀 아까워하고 고른 사람한테 타박도 좀 하고.

허탕도 좀 치고. 그러다 좋은거 귀한 줄도 알고.

책이 좋으면 이쪽이 여기가 이렇게 끝내주고 

또 요쪽이 여기가 이렇게 끝내줘서

근데 끝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저쪽도 저렇게 끝내주더라고

싹싹 발렸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면 되는데.

책이 별로면 나 원래 이런 책 안본다고 모임책 아니면 평생 안봤을 거라고 어깃장도 좀 놓고.

근데 고른 사람은 어떤 점이 좋았는지 궁금은 하고

들어보면 또 신기하고. 그래도 나는 싫고.

그래서 이 책은 싫을 것 같았는데 싫었고 그래도 싫은 걸로 마무리짓고

책이 좋으면 아 이것이 책모임의 참맛이여 남의 최애 훔쳐읽는맛

나는 여기가 최고였어 나는 저기 나는 조기.

그래도 역시 최고는 여기였어 맞어맞어

최고를 오남용하면 됐는데.



국카스텐 단독공연 마무리즈음 Mandrake에서 언제나 뿌려주는 종이눈. 언제나 예쁘고 서러워요. 내가 뭘 그동안 두시간 동안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들었다고 벌써 공연이 다끝나가? 쿨하게 퇴장하고 앵콜을 외치면 두곡 정도 다시 더 해줘요. 다들 목이 쉬어가지고

앵.콜.앵.콜.앵.콜.앵.콜. 하는 사람도 있고

앵.콜.      앵.콜.       하는 사람도 있고

      앵.콜.      앵.콜. 하는 사람도 있고

앵.   앵.    앵.   앵.    하는 사람도 있고

    콜.  콜.    콜.   콜. 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최애 물도 좀 먹고 땀도 좀 닦고 숨도 좀 돌리고 나왔으면.

외치는 소리 듣고 힘내주었으면.

엔딩곡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끔 색다를 때도 있어서 기대도 좀 하면서.

나도 물도 좀 먹고.

다시 나올 줄은 아는데 그래도 언제 나오나 두근두근하면서.

그래서 그냥. 종이눈을 보면 예쁘고 서럽다는 얘기.

몇 곡 더 해줄 줄은 알고 있는데 오늘 공연은 다 끝나긴 끝난 거라서.


오늘은 목요일이네요. 

수요일 저녁에 빙 돌려앉은 자리 떠올리면서 무슨 얘기했더라 어디가 좋았더라 생각해보고

그래서 내가 받아들인대로 대충 적고.

두시간을 섞고 적고 읽을 사람을 맡아놓고 쓰는 글 쓰기가 참 재미졌던 목요일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쓰는 마음이 심-심-해요.

그러게 그때 좀더 열심히 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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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득찬 어둠
주위
충만한 빛
보잘것 없는 작은 별
-떨림과 울림, 김상욱

반짝거리는 시간이 담겼던
당연해 소중한 줄 몰랐던
언제나 예정된 즐거움
밖으로 걸어나가면
다시 더 차가운 밤
다시 새까맣고
고요한 시간
단 하나의
마음속
작은



어려운 물리학하는 사람이 무슨 글을 이리 다정하게도 잘 쓰는지 몰라요. 세상 불공평하게.
아닌가 세상은 공평한가. 결국은 이런 사람이 이렇게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보면.

ㅂㄲㅂㄲ라는 이름. 신입회원들이 오면 소리내 말하기 부끄럽다고.
부끄부끄라고 ㅋㅋ 수줍지만 또이또이 얘기하시던 모습들이 생각나요.
따뜻하게 뜨뜻미지근하게 언제 끓었는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 남은 온기에도
벌써 2020년 11월 추운 가을날이네요.

저는 12년 6월 처음 이 도시에 왔어요. 퇴근이 빠를 때라 책모임이나 하나 할까 했죠.
'향연'이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전 촌스러우니까 책모임은 역시 손글씨지 하면서 손으로 구인광고를 만들었어요.
는 한 장 쓰고 후회했어요. 손이 너무 아팠어요.
열 장은 써붙여야 할거 같은데.
귀찮아서 혹시나 하고 인터넷에 독서모임을 검색했어요.
이름이 좀..ㅋㅋ 별로였는데 하나 있더라고요.

저는 2012년 11월 28일 <정재승의 과학콘서트>가 첫 모임이었어요.
사실은 21일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가 첫 모임이 될 뻔했거든요.
도시에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무슨 일 생겨도 도움 청할 곳 없다는 생각에
수상한 모임이 아닌가 먼저 확인하고 싶었어요.
근데 매주 한다던 모임장소에 갔는데
(가입한다고 연락해보기 전에 염탐을 하러 감 수상하면 향연 전단지 붙일라고)
아무래도 책모임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없잖아요?
그날이 딱 모임장소가 ㄷㅇㄼㄹㅇ으로 바뀌던 주였어요.
계획과 다르게 염탐도 하지 못하고
수상한 곳일수도 있는데 연락처도 노출하고
얼굴까지 노출되게 생겨서 대단히 스트레스가 심했어요.ㅋㅋ

(그러니까 ㄷㅇㄼㄹㅇ 가게 사장님은 한번씩 바뀌었는데
2012년 11월부터 ㅂㄲㅂㄲ가 거기서 모임을 한 게 되네요.
카페 사장님이랑 직원들도 들고나고
저도 이사오고 가고 오고 들고나고
ㅂㄲㅂㄲ만 수요일 저녁마다 거기 그대로 있었나봐요)

암튼 그래서 할수없이 무방비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모임에 갔어요.




2003년판. 제가 읽었던 표지죠.

2011년판. 이 표지로 모임을 했어요. 어쩔 수없이 다본책을 샀죠. 그때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던 20대 시절이니까 무슨 다큰 어른들이 이런 책을 읽나 했죠.ㅋㅋ
는 철회합니다.ㅋㅋ 마음이 넓은 분은 이제라도 이해해주세요.

2020년 7월판. 개정판이 또 나왔어요. 부러워라.
저는 2012년에 모임에 가서도 이 과학자는 똑똑해서 연구도 잘하고
글도 잘 쓰냐고 부러워했는데 8년뒤인 올 가을도 엄청 부러워하고 있어요.ㅋㅋ

아 암튼 그래서 모임에 갔는데 자기소개는 책 이야기 끝나고 제일 마지막에 한다는 거에요.
어떻게 알았지? 제 스타일이었어요.
왜냐면 염탐을 못했기 때문에 이상한 모임이면 자기소개는 대충 하고 사라지려고 했고
괜찮은 모임이면 적당히 자기소개하려고 했죠.(이름이라던가 그리고 이름이라던가 그리고 이름이라던가..? 간단하고 인상에 남지 않는 자기소개 있잖아요.)

솔직히 이제 세월이 한세월인데
모임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ㅋㅋ 기대하지 않았죠?)

암튼 그래서 자기소개시간이 되었는데
프리스타일로 소개하고 싶은 만큼 알아서 소개하더라고요.
어떻게 알았지? 제 스타일이었어요.
촌스럽게 나이는 몇살이냐 어디사냐 무슨일하냐 결혼은 했냐 호구조사당하면
아무리 괜찮아도 때려칠 생각이었거든요.

암튼 그렇게 저는 ㅂㄲㅂㄲ에 님님거리면서
영원히 신입들을 경계하고 기다리면서
어물쩡 고이게 되었다는 이야기.
(영원히 고이게 되었다가 아니고 영원히 경계하고.)




아, 옛날 얘기 꺼냈다고 해체식 운 뗀거 아니에요.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아, 다른 사람들 모임 왔던 첫날 얘기가 궁금한 건 맞아요.
들어도 들어도 기억안나고 또 재밌으니깐.ㅋㅋ
처음 왔던 날 무슨 책이었는지.
무슨 책이었는데 그냥 참고 와봤던 건지.
첫날부터 안 읽고 가도 되나 하면서도 왔는지.
1등으로 도착해서 장소가 여기 맞나 걱정했는지.
아무리 부인해도 결국은 타는 목마름으로 왔었다고.
정말 꿈처럼 놀라운 책모임이 거기 있었다고.
막내딸래미 결혼식 전날밤 누워서
그 딸래미 걸음마 떼던날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이 있었는데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노부부 느낌으로.


오늘 수요일이었네요.
다음주 수요일 저녁에 ㄷㅇㄼㄹㅇ에서 오랜만에 책이나 보러 다녀오려고요.
자주는 못가고 한 달에 한번 바람쐬러 나다닐까
요즘 줌을 하도 많이 써서 카메라도 새로 샀는데.
<배움의 발견>은 아.. 이제 내용 다 까먹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본거라 집에 책도 없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징하게 먹먹하고 두꺼웠다는데.
띄엄띄엄 궁금한 목소리들 좀 들리려나
조용히 읽다 오려면 책을 여러권 싸들고 가는게 안전하려나
역시 두꺼운거 한권 가져가면 충분할까
어떻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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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했던 송년회 책교환을 미리 했다.

송년회를 앞두고 E언니가 휴가를 갔다가 블라인드 책방이란 신문물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책이 안보이게 싸서 책에 대한 설명을 보고 사는 방식이었다.

신박했다!

가게가 덕잘알이네 우리도 하자~~

E언니는 신나서 쿠팡에 포장지를 주문했다.

M언니는 쓰레기 생성되니까 포장은 하지 말자고 했다.

ㅋㅋ

나도 신나서 포장지를 살뻔 했는데

단호박 M언니의 온화한 얼굴이 떠올라 동네책방 종이가방에 넣기로 했다.

사실 요즘은 크라프트지 한장 사기도 쉽지 않다.

송년회의 책교환이란

시작했던 큰 의미는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짝에도 쓰잘데기없는 책들을 처분하자는 뜻이었다.

꼴보기싫은 책들을 방출하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조금씩 변질되어

책을 사서 가져오는 사람이 슬쩍 생기더니

세상에 마침내 포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준비한 건 다 다르지만 표현하는 방식도 다 다르지만

인기있는 것과 없는 것은 확연하다.

ㅋㅋㅋ


다큰 여자들끼리 인기있는 종이짝을 차지하기 위해

까르르하며 가위바위보를 했다.

시원하게 초장부터 꼴찌가 됐다.

다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기 때문에 다 궁금하긴 했지만

마음속 1등과 2등을 골랐다.

2등은 가위바위보 전부터 이거 꼴등거네~ 란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느긋했다.

ㅋㅋㅋ

반전은 없었다.

마음속 2등은 나의것!!



신기하게도 모두 다른 책이 나왔다.

신기하게도 책들은 딱 맞춤한 새 주인을 찾아갔다.

이기호의 책은 짝이 이기호의 팬인 사람에게.

따뜻할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책은 갑자기 혼자서 벼랑에 선 듯한 사람에게.

신간의 여파인지 이슬아의 책이 두권이나 등장했는데

한권은 다음책 정말로 롤랑바르트를 강행한다면 쉴거에욧 하는 사람에게.

한권은 새주인 찾아가자마자 바로 읽어버린 사람에게.

전쟁X경영책은 전쟁사 팟캐같은거 들어보고싶다 들어보고싶다 생각만 하던 나에게.

클라이막스는 마지막에 나오는 법이다.

쿠팡이 보내준 포장지에 고이고이 트렌디하게 예쁘게 정성껏 포장한 책은

제로웨이스트를 좋아하는 M언니에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올해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카톡으로 책모임을 해봤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모임의 시작과 끝에 다른 물리적인 준비와 마무리가 필요하지 않아서 좋아했고

(세수하고 잠옷을 입고 원하는 맥주나 원하는 차를 옆에 놓고)

타자치는 게 말보다 느려서 평소보다 총시간을 늘려도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해서 아쉬워했다.

(모임장소까지 앞뒤 이동시간을 포함해서 모임을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책을 위한 카톡방을 따로 만들어서 고스란히 기록이 남아서 좋아했고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먼저 자버려도 재밌는 얘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같이 얘기하고 있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건 모니터뿐이어서 좀 아쉬워했다.

(같이 이야기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미묘하게 그려지지 않아서 다시 물어본다.)

그래도 영상이나 이미지같은 걸 바로 띄워서 함께 볼 수 있어 좋았고,

그냥 같이 읽고 함께 얘기하는 게 좋았다.

마무리 오프모임은 책모임없이 모임만 했다.

시즌2를 할건지

어떻게 할건지

누구랑 할건지

이야기해야 했다.

시즌2를 어떻게 할 건지 대충 카톡에서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쉬 정해지지 않았다.

지혜로운 누군가가 다음 책 얘기를 먼저 꺼냈다.

책이 정해지면 다들 하고 싶겠지.

그래서 책을 먼저 정했다.

6명 중 4명이 롤랑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 투표했다.

왜때문이죠?

참사를 막기 위해 나는 이번에 사랑의 단상 실물을 준비했다.

다행히 모두(?) 한마음으로 없던 일로 했다.

우선 다들 아쉬운 척 했다.

ㅋㅋㅋ

우린 정말 아쉬웠던 게 맞다.

사실 시즌2를 어떻게 할건지 얘기가 진행되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

E언니랑 H언니가 쉰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은 그 둘이 쉬 쉬게 할 마음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하기로 정한 걸 미룬다.

책을 바꾸고, 얼굴을 보고, 맛난 걸 먹고, 이야기를 했다.

은근슬쩍 다함께 다음달에 시즌2가 시작된다.

12월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1월까지 쉬자는 사람도, 야심차게 1월부터 시작하자는 사람도 있다.

은근슬쩍 또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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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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