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카톡으로 책모임을 해봤다.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모임의 시작과 끝에 다른 물리적인 준비와 마무리가 필요하지 않아서 좋아했고
(세수하고 잠옷을 입고 원하는 맥주나 원하는 차를 옆에 놓고)
타자치는 게 말보다 느려서 평소보다 총시간을 늘려도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해서 아쉬워했다.
(모임장소까지 앞뒤 이동시간을 포함해서 모임을 해도 시간이 부족했다.)
책을 위한 카톡방을 따로 만들어서 고스란히 기록이 남아서 좋아했고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먼저 자버려도 재밌는 얘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고)
같이 얘기하고 있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건 모니터뿐이어서 좀 아쉬워했다.
(같이 이야기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미묘하게 그려지지 않아서 다시 물어본다.)
그래도 영상이나 이미지같은 걸 바로 띄워서 함께 볼 수 있어 좋았고,
그냥 같이 읽고 함께 얘기하는 게 좋았다.
마무리 오프모임은 책모임없이 모임만 했다.
시즌2를 할건지
어떻게 할건지
누구랑 할건지
이야기해야 했다.
시즌2를 어떻게 할 건지 대충 카톡에서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쉬 정해지지 않았다.
지혜로운 누군가가 다음 책 얘기를 먼저 꺼냈다.
책이 정해지면 다들 하고 싶겠지.
그래서 책을 먼저 정했다.
6명 중 4명이 롤랑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 투표했다.
왜때문이죠?
참사를 막기 위해 나는 이번에 사랑의 단상 실물을 준비했다.
다행히 모두(?) 한마음으로 없던 일로 했다.
우선 다들 아쉬운 척 했다.
ㅋㅋㅋ
우린 정말 아쉬웠던 게 맞다.
사실 시즌2를 어떻게 할건지 얘기가 진행되지 않은 건 이유가 있다.
E언니랑 H언니가 쉰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은 그 둘이 쉬 쉬게 할 마음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하기로 정한 걸 미룬다.
책을 바꾸고, 얼굴을 보고, 맛난 걸 먹고, 이야기를 했다.
은근슬쩍 다함께 다음달에 시즌2가 시작된다.
12월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1월까지 쉬자는 사람도, 야심차게 1월부터 시작하자는 사람도 있다.
은근슬쩍 또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