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책을 골랐던 이야기를 적어놓으려고요.


솔직히 처음에 일주일에 한번 모임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파이팅하는 자기계발러 느낌으로 일주일마다 읽어보자! 

이런 사람도 있었겠지만ㅋㅋ


저는 지금이야 밀리 사용하면서 독서량이 좀 늘긴 했지만

그 전에는 연간 50권 수준이라서 

모임책 말고 다른 책은 읽기 어렵겠네..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주 쉬고 보고싶은거 보면 되는데 단순함. 시작할 당시 시점.)

어떤.. 무섭거나 끔찍한(!) 책들이 선정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모임책은 한권씩 샀어요.

(막 이사왔기 때문에 가능했죠.)

그냥 그 책들이 책장 한쪽에 이름지어 모여있는게 예뻐서.


그래서 자유독서량이 줄어들게 되면서 

모임책 선정이 점점 저한테 중요해지게 됐어요.

한번 정해놓으면 한달간 다른 책은 별로 읽을 수가 없으니깐.


제가 들어갔을때 대략 8개월 정도 모임이 진행됐던 상태라

상당히 안정적으로 형태가 갖춰져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읽고싶은 책을 후보로 쭉 받아서

셋째주쯤 다음달 읽을 책을 한꺼번에 투표로 정했던거 같아요.

책에 따라(!) 달랐던 것 같긴 하지만 대충 6~10명 정도가 한번에 같이 모였던 것 같고.

책 고르는 날 경쟁이 심했는데.

다들 자기 책을 선정시키려고 책팔이가 심했어요.ㅋㅋ

참 아름다웠는데.

다들 주1회라는게 빡빡하면서도 좋기도 한데

역시 좋으면서도 빡빡해서

자기가 먼저 읽은 책 한권쯤 끼어있어야 좀 숨도 쉬고 딴짓도 하고 해서.

자기 책 뽑히면 이야기거리도 정하고 모임 후기도 맘대로 쓰고 해야되긴 하지만

그래도 다들 한주라도 쉬어가면 좋아서

자기 책 뽑히라고 안달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읽을 때도 별 다양한 책들이 다 있었는데.

<피로사회>라던가, <Jazz it up>이라던가, 언제든 회자되는 <성학집요>라던가,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라던가,(이런게 있었네요? 대체 누구얔ㅋㅋㅋ)

<플라스틱 바다>라던가 

내 취향대로 읽었으면 평생 만져볼 일 없었던 책들.



주마다 읽다보니깐 책이 제각각이어서

한달에 한번 마지막주는 인문고전을 읽어보자는 얘기도 있었어요.

한달동안 미리미리 조금씩 읽어나가서 월말까지 읽으면 되니까.

이제보니 그래서 <성학집요>같은게 있었나봐요. 아니었나?ㅋㅋ

<매천야록>같은 것도 있었네요.

저는 마침 그때 이사를 가서 참 다행스러워요.ㅋㅋ



근데 또 장르를 다양하게 읽어보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또 모두 그렇게 한번 해보자고 해서

둘째주에 읽고싶은 장르를 하나씩 써서 다음달 수요일 개수대로 뽑고

셋째주에 뽑힌 장르에 해당하는 책만 후보로 올려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어요.

소설같은게 두개씩 나오면 다시 뽑고.

그래서 아마 누군가 저기에 역사같은 걸 써서 아프리카의 역사 같은 걸 읽게 된 걸까요?ㅋㅋ

아무튼 스포츠라던가 사전이라던가(!) 생소한 장르같은게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재미는 있지만

장르를 써낸 사람이 최소 해당 장르에 1권씩은 추천을 하도록 했어요.

그렇게 또 좋았던 책을 자유로 추천할 때보다 

다양성(?)을 갖추고 생뚱맞은 책들을 읽는 주도 생겼죠.


시간은 흘러흘러 책 고르는데 투표를 두번씩이나 해야하고

둘째주에 장르뽑기가 된 사람이 셋째주에 못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그냥 셋째주에 책을 고르게 됐어요.

그때쯤 책을 많이 골라주던 멤버들이 자유독서창고에 모아놨던

좋은 책들이 많이 소진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골라주면 좋겠다는 얘기도 있어서

장르에 상관없이 한주에 한명이 골라주는 책을 읽어보기도 했어요.


우리가 뭐 대단한 100분 토론을 하고 공청회를 하고 후기를 출판하기로 한 것도 아닌데.

신입회원들이 처음에 오면 책을 추천하고 싶어 하기도 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을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동안 아~ 그냥 다 이렇게 돌아가면서 하나보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추천을 하는 경험을 하고

내새끼를 물가에 내놓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다른 사람도 자기새끼 내놓으면 이런 느낌이겠거니~ 

체험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시간은 흘러흘러 

그냥 책은 자유로 다시 추천을 모아 고르게 됐어요.


그리고 또 다른 방식으로 했을 때도 있었어요?

제 기억은 여기까지.


처음에 몇번은 더 잘해보려는 마음에서 변화를 주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임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 변화를 시도했던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또 시간은 흘러흘러

추천책이 말라버렸어요.

재미도 마르고

즐거움도 말라버리고

오가던 이야기도 말라버리고

같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도 딱딱하게 말라붙어버리고.


책, 그게 뭐라고. 

그냥 아무 책이어도 됐는데.

개인으로야 좋은책, 별로인 책, 끔찍한 책이 있지만

같이 읽는 책이야 아무렴 좋은데.

책이 별로면 같이 저자도 좀 욕하고, 나무도 좀 아까워하고 고른 사람한테 타박도 좀 하고.

허탕도 좀 치고. 그러다 좋은거 귀한 줄도 알고.

책이 좋으면 이쪽이 여기가 이렇게 끝내주고 

또 요쪽이 여기가 이렇게 끝내줘서

근데 끝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저쪽도 저렇게 끝내주더라고

싹싹 발렸다는 이야기를 신나게 하면 되는데.

책이 별로면 나 원래 이런 책 안본다고 모임책 아니면 평생 안봤을 거라고 어깃장도 좀 놓고.

근데 고른 사람은 어떤 점이 좋았는지 궁금은 하고

들어보면 또 신기하고. 그래도 나는 싫고.

그래서 이 책은 싫을 것 같았는데 싫었고 그래도 싫은 걸로 마무리짓고

책이 좋으면 아 이것이 책모임의 참맛이여 남의 최애 훔쳐읽는맛

나는 여기가 최고였어 나는 저기 나는 조기.

그래도 역시 최고는 여기였어 맞어맞어

최고를 오남용하면 됐는데.



국카스텐 단독공연 마무리즈음 Mandrake에서 언제나 뿌려주는 종이눈. 언제나 예쁘고 서러워요. 내가 뭘 그동안 두시간 동안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들었다고 벌써 공연이 다끝나가? 쿨하게 퇴장하고 앵콜을 외치면 두곡 정도 다시 더 해줘요. 다들 목이 쉬어가지고

앵.콜.앵.콜.앵.콜.앵.콜. 하는 사람도 있고

앵.콜.      앵.콜.       하는 사람도 있고

      앵.콜.      앵.콜. 하는 사람도 있고

앵.   앵.    앵.   앵.    하는 사람도 있고

    콜.  콜.    콜.   콜. 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최애 물도 좀 먹고 땀도 좀 닦고 숨도 좀 돌리고 나왔으면.

외치는 소리 듣고 힘내주었으면.

엔딩곡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끔 색다를 때도 있어서 기대도 좀 하면서.

나도 물도 좀 먹고.

다시 나올 줄은 아는데 그래도 언제 나오나 두근두근하면서.

그래서 그냥. 종이눈을 보면 예쁘고 서럽다는 얘기.

몇 곡 더 해줄 줄은 알고 있는데 오늘 공연은 다 끝나긴 끝난 거라서.


오늘은 목요일이네요. 

수요일 저녁에 빙 돌려앉은 자리 떠올리면서 무슨 얘기했더라 어디가 좋았더라 생각해보고

그래서 내가 받아들인대로 대충 적고.

두시간을 섞고 적고 읽을 사람을 맡아놓고 쓰는 글 쓰기가 참 재미졌던 목요일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쓰는 마음이 심-심-해요.

그러게 그때 좀더 열심히 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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