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신입회원을 기다리던 마음을 적어놓으려고요.


지금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제가 막 왔을 당시에 한 달에 3번 모임에 참석하면 모임 회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회원이 되기 전에는 회비는 안 내도 되었고.

책에 대한 이야기도 않고 그냥 이야기만 듣고 가도 되었던 것 같아요.

수년간 제 기억에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지만.ㅋㅋ

그래도 그런 규칙이 있었다는 게 참 좋지 않아요?

지금 생각하니 그런 규칙이 있었다는 게 참 좋은 시절이었어요.

아무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데

아무도 지킬 마음이 없고

아무도 지키지 않아도

모두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정회원이라는 개념은 딱히 없었던 것 같지만 회원이 되면

책을 추천할 수도 있고(? 당시에는 회원의 대단한 권리였죠ㅋㅋ)

회비도 낼 자격이 생겼어요.

벌써 9년 전이면 물가도 쌌던 시절이라

(하기엔 예나 지금이나 ㄷㅇㄼㄹㅇ 음료값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5천원에서 자기가 마신 음료값을 빼고 나머지 잔돈을 회비로 모았어요.

음료중에는 모임에게 은혜로운 아메리카노같은 메뉴도 있지만(아마 2500원이었을까요?)

몸에 좋은 대추차같은 메뉴도 있어서(아마 5000원?ㅋㅋ)

모임 회비에 기여도는 참 제각각이었어요.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총무는 사랑했을듯하고 ㄷㅇㄼㄹㅇ은 싫어했을듯한 아메리카노.ㅋㅋ

와 소름끼치는 건 머리털나고 카페 한 곳에서 음료를 그렇게 많이 마신 곳은

거기 한 군데인데 뭘 마셨는지 기억이 안나요.

정정. 소름끼치게 감동인걸로.

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음료맛은 기억이 안 나는 걸로.


저는 직진 스타일이라서 아마 이 책모임 나가보기로 해서

나가는 기간에는 쭉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3주만에 회비도 내고 명찰도 받았던 것 같아요.

아~ 그러고보니 그때 명찰이 있었는데.

회원이 되면 촌스럽게 자기 이름이 인쇄된 신입생OT용 줄명찰같은걸 줘서

목에 걸 수 있었어요.ㅋㅋ

참고로 그 줄명찰은 시조새 회장님 사비로 샀다고 했는데.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네? 미안해라ㅋㅋ


그런데 모임을 하다보니까 은근히 이 한달에 3번이상 참석이라는 기준이 오묘했어요.

사실 모임을 하는 회원들도 

전부 한달에 3번이상 참석하지는 않았던 것 같거든요.

대부분 직장인들이고 뜻하지 않은 이벤트같은게 늘 생기기도 하고 

해서.

처음에 신년계획 세우는 마음으로 회원달성! 해서

고지에 올라가지고 깃발을 꽂고 명찰을 받으면

이제 안심이 되면서 다리가 탁 풀려가지고

이제 좀 쉬엄쉬엄 하자~ 하면서 쭉 쉬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ㅋㅋ

그게 괜히 반작용같기도 해서.

주1회라는 게 상당히 파이팅넘치는 책모임이다보니

처음에 그 정도는 참석해야되지 않을까 하고 기간제한을 했던 것 같기도 한데

또 그런 오묘한 점들이 있어서 기간제한을 없애고 

그냥 3번 참석하면 정회원~ 이렇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저를 신입회원으로 받았던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저도 이후에 정말 많은 신입회원들을 만났어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왔다갔어요.

신입회원이 하나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잖아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잖아요.

진짜 그때는 상상도 못했죠. 오늘같은날 제가 이렇게 쓰고 있을 줄.

글 잘 쓰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기록되버리는 건 사실 좀 아깝긴해요.

더 잘 써줄 사람들이 많았는데.

하긴 아까운 게 뭐 한둘이라고.

아 진짜 상상도 못했죠.

제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얼마나 열심이었는데 말이죠.ㅋㅋ


신입회원은 항상 설렘과 긴장감을 함께 가져왔어요.

우리 책장을 한바탕 뒤집어놓을 뉴페이스를 기다렸고

기존 멤버들과 다른 일을 밥벌이로 하는 뉴페이스를 기다렸고

책읽기에 재미를 붙여보고싶은 뉴비도 기다렸고

입 쩍 벌어지게 책을 읽어온 다독가도 기다렸죠.

사람 하나가 살아온 시간과 곳곳에 흔적을 남긴 책들의 온도란게 천차만별이어서

너무 뜨거운 사람이나 너무 차가운 사람이 오지 말았으면 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너무 달궈지거나 너무 서늘해져버릴까봐.

다양성을 사랑하긴 하지만 너무 다른 것까지는 포용하기 싫었어요.

우리가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 알 수 없어서

항상 문을 열어놓았지만 닫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고.

지금에 와서 결론적으로 생각하면 참 그 문을 잘 열어놓았구나

그래서 하나둘씩 모여들어서 우리가 되었었구나.


지금에 와서야 긴장했던 만큼 웃음도 나요.ㅋㅋ


신입회원은 왜 사람 많을 때는 계속 오고

왜 사람 없을 때는 계속 안와.ㅋㅋㅋㅋㅋ

대체왜그런거얔ㅋㅋㅋㅋㅋㅋ

사는게 원래 그런건가.ㅋㅋ

암튼 사람 하나가 새로 머리비집고 들어오면 그렇게 들떴어요. 기대됐고.



오늘은 금요일이네요.

가벼운 책은 좀더 미루고.

무거운 책은 부지런히 책장을 넘겨보면서.

주제 기다리면서도 내가 다 읽기 전에 올리지 말았으면 하면서.

내 책 들고있는 금요일은 이야기거리를 뭘 골라야

읽은 사람 덜 읽은 사람 안 읽은 사람 같이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보냈던 금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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