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단식 존엄사>를 읽었다. 대만의 한 할머니가 적당한 시점에-당사자 기준으로- 스스로 단식으로 존엄사를 시도했고, 의사인 딸이 그 과정을 돕고 기록한 책이다. 죽음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지만, 읽자마자 이거 참 왠만해선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원하는 시점을 정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또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무리할 시간을 어느정도 충분히 -충분하다는 건 유족에게는 없을 수 있지만. 의외로 우리가 일주일 한달 주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관계를 위한 양질의 시간을 보내는지 생각해보면 각자 어느정도 가늠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가지고 끝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정말로 끝부분까지 내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시험 범위 전체를 빠짐없이 다 복습한 느낌으로?- 맘에 든다.


 그래서 엄마에게 이 책을 추천했는데 -불효자식이 될 위험이 있지만 엄마의 T적 성향을 더 믿었다- 간단한 책 소개만으로도 엄마는 매혹됐다. 아주 좋아했다. 확실히 노년의 돌봄노동을 주로 담당하게 되는 여성들은 이 단식 존엄사에 열렬한 반응인 것 같다. 아빠한테도 얘기해봤어? 응 느그 아빠는 절대 안한단다. 자기는 아주 누웠드라도 끝까지 살란다고 그러드라. 역시 평생 돌봄노동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그런 게 존재한다는 인지도 없고 당연히 천부인권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인 것 같다.


 그리고 남편과 얘기를 해봤는데 남편의 반응도 의외였다. 남편은 원래 특이점이 올 떄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주의다. 실물 몸을 가지고 영생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신만 옮기는 류의 영생은 거절한다. 자기 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단식 존엄사라는 개념 자체는 내 생각엔 충분히 합리적이어서 동의할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왠걸? 남편은 절대 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단식 존엄사 하고 싶다 했더니 그건 내 맘이란다. 나를 설득할 생각은 없다. 


 이번 책으로 다시 한번 시체 처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게 된다.(인생의 중간 지점.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개인이 시체 처리를 할 때 결정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 시체를 실용적으로 재사용할 것인가.(기증-여러 용도로 사용) 둘째는 이 시체처리의 결정을 누가 할 것인가.(유족이 있는 경우) 우선 남편의 경우는 자기 시체는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단다. 시체는 자기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그럼 기증해도 재사용하면 어때? 하니 상관없다고 한다. 그럼 기증할 거냐고 물으면 어떻게 할거야? 하니 별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안 한다는 말과 같다. 왜냐면 물었을 때 긍정이 아니면 묻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기증해달라고 할 가능성이 없는거니까. 어쨌거나 본인 시체가 죽은뒤 어찌되든 상관은 없지만 굳이 기증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였다. 두번째 결정권에 대해서는 자기는 죽어버린 몸이니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내가 뜻이 있다면 내 맘대로 처리하라고 한다. 


 그 얘기 전 시체 처리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 둘다 죽기전 시체 본인에게 있다고 확인을 했다. (나는 mbti T가 약간 높은 편이고, 남편은 만나보니 F지만 T와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우리 둘의 알고리즘에서는 시체 처리 결정권은 당연히 시체 본인에게 있다. 남편 시체의 경우 시체 처리를 나에게 맡겼기 때문에 나는 시체 2구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그래서 내가 그럼 레닌처럼 자기를 보존해서 데리고 살아도 돼? 하니 그러고 싶어? 원하는대로 하란닿ㅎㅎㅎㅎ 아무리 가정의 가정 상황 설정 중이라도 그건 좀 아니라고~ 암튼 이 정도면 내 맘대로 하란 말이 맞겠지- 그런데 실제적으로는 두번째(처리 결정권)보다는 첫번째(기증여부)가 더 문화적으로 저항이 크니 이런 경우가 문제가 될 것 같다. 시체 본인은 기증해줘 유족 입장은 기증 절대 안돼. 좀더 작은 문제같지만 물론 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될 것 같다. 시체 본인은 기증될 수 없어 유족 입장은 기증해야돼(?) 아 이것도 큰 문제다. 


 우리 둘이 얘기하면서는 아무튼 그래서 죽기 전에 본인이 원하는 처리 방법에 대해 법적 효력이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고, 우리 시체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하면 되는걸로 마무리했다. 그래서 다시 <단식 존엄사>로 돌아가면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자기 생을 정리할 시간과 기회-자기 스스로 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를 갖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식 존엄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시체 처리 여부에 대해서도 이 시간동안 충분히 얘기나누며 받아들일 수 있는 완충제가 되어줄 테니까. 


 그래서 지금 나는 내 죽음과 내 시체처리에 대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죽음은 역시 단식 존엄사 방법이 좋다. -적당한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대략적으로는 먹고, 자고, 씻고, 싸고 생존이 필수적인 행위를 어느 하나라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어지려고 할때쯤?이 최대치.- 시체 처리에 대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쭉 장기기증을 할 생각이었는데. 이번 책을 읽고 입맛이 뚝 떨어져 안 하기로 했다.-장기를 다른 살아있는 사람이 이용하면 좋겠지만. 그런 의도였는데 나도 모르게 목이 잘리거나 미용 시술을 위한 실습에 사용되거나 총알이 박히고 싶지 않다- 사실 내가 원하는 건 티벳의 풍장에 가깝다. 대자연 안에서 큰 육식동물들이 먼저 먹고, 다음 작은 육식동물들이 먹고, 또 그다음 작은 동물들, 곤충들이 먹어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우니... 차차 살다보면 또 좋은 방법이 생기겠지. 작년과 올해 연이어 좋은 책을 만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가진 것처럼 또 지혜롭고 용기있는 사람들의 책을 우연히 만나 기똥찬 방법을 알고리즘에 추가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아. 그전에 단식 존엄사를 위해 급사를 안 해야겠지. 이전에 싱글일 때는 한참이나 잠자다 순간적으로 사망하기를 바랐다. 지금은 나나 남편 둘 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은 부부생활에서 서로간에 시체처리고 뭐고 급사를 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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