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2주

요새 들어 새삼 느끼는 거지만, 영화관 가보면 광고들 참 많이 때린다. 전에 불만제로에서 봤는데 어느 영화관은 상영시간을 훨씬 넘겨서까지 광고로 채운 적도 있다고 한다. 영화관에서 보는 광고, 나름대로 재미있고 시간 때우기도 좋지만 그에 따른 불평과 불만도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영화와 함께 딸려 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랄까. 

나 같은 경우는 광고 시간과 함께 딸려 오는 영화 예고편을 즐기는 편이다. 대학 다닐 때는 지하철역 바로 앞에 극장이 있어 왠만한 최신 영화는 다 꿰고 있었건만, 졸업을 하고 나니 팜플렛 하나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신작은 대부분 영화 전 광고를 통해 접하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전혀 관심 없었던 영화도 예고편을 보고 "낚이는" 경우가 없잖아 있다. 쳇, 내가 물고기냐? 퍼덕퍼덕, 퍼덕퍼덕. 내가 아무리 울분을 토해 본들 낚인 건 낚인 거고 영화 제작진은 휘파람을 불며 만선을 몰아 간다. 이번에 나를 낚은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만선이다! 광고비 팍팍 들여서 사람 낚아 놓고 회심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광고를 하도 때려대서 호기심이 생긴 작품인데,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이란다. ...좀 혹평하자면 피어스 브로스넌은 [레밍턴 스틸]이후로 제대로 된 작품을 찍은 적이 없다. 007 제임스 본드, 확실히 이미지는 나무랄 데 없었고 패션 감각도 좋았지만 배역이 너무 끈적했다. 처음엔 배역이 그렇다 보니 그랬겠지 했다. 그런데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를 보고 난 절망하고 말았다. 끈적한 건 배역이 아니라 성격이었어.  

시놉시스를 보니 감독도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제작한 실력파인 데다 볼거리도 많은 것 같아서 기대는 된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현대에 공존하는 가상현실을 그린다고 한다. 하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이템을 영화의 특수효과 기술이 받쳐 주면 근사할 것 같긴 하다. 이 이상의 정보는 일부러 받지 않았다. 왜냐, 난 보러 갈 거거든. 이번엔 피어스 브로스넌이 좀 덜 끈적하기를 바라면서. 

와호장룡처럼 오늘을 기다려 온 중국발 블록버스터 "공자-춘추전국시대"  

생각해 보면 최근 나오는 중국산 블록버스터는 거의 다 봤다. 와호장룡이나 적벽대전은 이미 본 것들이고, 좀 된 황후화나 야연은 케이블 TV에서 틀어 주는 걸 봤다. 물론 개중엔 정말 잘 된 영화도 있고, 돈만 쳐발랐지 볼 건 하나도 없다는 혹평을 들은 영화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중국의 문화적 저력이다. 컨텐츠? 무궁무진하다. 그 많은 중국 성현들, 유구한 역사, 63빌딩 하나쯤은 1층부터 꼭대기까지 통째로 채울 수 있을 수많은 책들, 그 책들 중 하나를 끄집어 내서 이야기 하나 만드는 게 무에 그리 어려울까. 그것도 못한다면 죽은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 감독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회초리 들고 설칠 판국이다.  

영화에선 공자의 책략가적 면모를 주로 그릴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쟁을 지휘하는 책략가라기보다는 동양철학의 사상가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해서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과연 영화에선 공자님이 살아야 할까, 죽어야 할까? (웃음) 

반지의 제왕 이후로 기대치가 너무 커졌지만 그래도 거장은 거장,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    

여담이지만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내 대학생활을 온전히 함께 했던 추억의 작품이다. 입학 원서 넣으러 간 날 아버지와 함께 조조로 반지 원정대를 보던 날이 기억난다. 내가 레골라스 뷰티짱, 간지할배 넘버원을 외치면서 하악거리는 동안 아버지는 옆에서 밀린 단잠을 주무시고 계셨었다. 마지막의 마지막, 왕의 귀환까지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는 카피가 아깝지 않았던 우리들의 거장이 이제 "러블리 본즈"라는 다소 수수한(?) 작품으로 다시 찾아온다. 여기까지 말하면, 이번에도 낚인 줄 알겠지? 천만의 말씀. 그 감독에 그 제작진 뭉쳤다고 고래고래 입나팔 불어 봤자 반드시 재밌으라는 법은 없다. 피터 잭슨 네임벨류만 믿고 가서 봤던 [킹콩]은 별로 재미 없었고, 반지의 제왕 제작진을 싹 그러 모았던 [나니아 연대기]는 예쁘장하니 생긴 왕자님밖에 기억이 안 난다. 이번엔 재밌어야 할 텐데, 음... 

오늘의 반전/ 그런데 이보셔, 내일 시댁 가야 되는 거 아니었어? ..............응? 

주말은 시댁에 서비스 하고 와야지? .........................응? 응? 헉!!!!!  

그러고 보니 내일부터 설연휴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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