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력 -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하지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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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바보상자에게 얻는 처세술


 

 

바보상자에게 얻는 처세술

군시절은 항상 배고프고 힘들지만 이상할정도로 의욕이 생기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파업으로 인해 결방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시점이다.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보지 못할 뿐인데 일주일의 일과를 소화하기에 힘이 나지 않고 주말이 되어서도 지루함과 권태로움을 이기기 힘들었다. 평소 다른 걸그룹 이외에(?) 다른 티비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지 않지만 '무한도전'만은 예외였다. 그들의 행동과 눈물들이 무한한 삶의 버팀목이 됐으며 끝없는 도전에 대한 원동력을 줬다. 우리가 흔히 바보상자라며 등한시 했던 티비 프로그램, 그 중에서도 가장 소비성이 뛰어나며 자칫 값싼 웃음으로 치부되기 쉬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끝없이 굴러가는 일주일의 굴레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예능력」은 그런 예능의 힘을 조명하고 다음 날을 또 한 번 이겨 낼 힘이 무엇인가 보여준다.

 

해답의 문은 바로 내 눈앞에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을지 모른다. 믿기지 않겠지만, 매일 보고 듣는 의미 없는 바보상자라고 여기는 텔레비전,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답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돈 따로 들이지 않아도, 시간을 따로 빼지 않아도, 먼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매일 하듯이 텔레비전을 켜면 된다. 그냥 웃고, 감동하고 즐기면 된다. 지금까지 그것을 어떻게 엮어 내 것으로 만들지 몰랐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시각과 태도의 변환을 위한 문을 열어 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이외의 놀라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 8

「예능력」에는 유명 연예인의 일화나 인기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 대중 가요, 특히 예능 등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사례로 접근하며 가독성을 높였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쉽고 또 재밌으며 설득력을 느낄 수 있다. 각박하고 척박하게만 느껴지는 사회의 일환을 예능에서 놀이를 통해 즐기는 모습을 발견하고 조금 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사례와 해석을 읽다보면 어쩐지 조금은 억지로 가져다 붙이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티비를 보는 일에 핑계를 대기엔 참 좋은 내용이다. 힐링이 필요하다거나 뭐든지 다 해결해줄 것만 같은 멘토를 찾아해매기 보다는 가깝고 쉬운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맨토를 발견하고 힐링을 느끼며 지난 하루를 되돌아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설령 값싼 감정이라고 해도 우리 일상에 고단함을 풀어줄 웃음과 감동은 필요한 일 아니겠는가.

 

예능 버라이어티쇼에서 자주 등장하는 형식 중 하나가 '추격전'이다. 출연자들이 쉬지 않고 쫒고 쫒기는 놀이를 한다.

(중략)

인간의 가장 원초적 불안은 '죽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연사가 아니라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이다. 잡아먹힐 것 같은 불안은 몸에서 원초적 반응으로 나타난다. 쫒기는 자의 공포와 불안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사라져서는 안 된다. 불안이 존재하는 것은 예방할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게 놀이다. 쫒긴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 불안을 놀이를 통해 경험하면서 그게 사실은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것, 쫒기다가 잡힌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것은 워낙 강렬한 원초적 불안이기 때문에 한 번 확인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반복, 또 반복한다.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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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두뇌 사용법 - 숨겨진 99% 진짜 나를 깨우는
박상곤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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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두뇌 사용법」10분의 마력

 

 

 

 

 

10분의 마력

갈수록 스마트해 지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고,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선 누구라 할 것 없이 전부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 TV, 가정용 전화기까지 스마트함이 침투하고 있다. 그런데 워낙 가까이에 스마트함을 두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는 전자 기기의 스마트함이 마치 우리들의 지식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전자적으로 벌어지는 비창조적인 프로세서로 인해 생각을 마비 당하고 있진 않을까? 「하루 10분 두뇌 사용법」은 마치 퇴적물이 쌓여 점점 윤곽을 잃어가는 창조적인 생각을 일깨우기 위해 '진짜 생각'을 강조한다.

 

여러분은 '진짜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가짜 생각'을 하고 있는가? '진짜 생각'은 통찰과 상상력을 통해 문제의 해결과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며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깊이 있는 생각이다. '가짜 생각'은 그야말로 '생각 없는 생각'이다. 단순하고 부정적인 생각, 반응적이고 수동적인 생각, 즉흥적인 흥미에만 집착하는 생각, 생산적이지 못한 생각, 그리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생각이 '가짜 생각'이다.

P. 14

 

「하루 10분 두뇌 사용법」은 하루 10분을 투자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마 어떤 누구도 이처럼 매력적인 제안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10분의 마력이다. 단 10분으로 학생은 성적이 오르고 직장인은 승진하고 CEO는 조직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방법, 생각을 가로막는 실수들을 알려준다. 여기에 생각을 키우는 다양한 문제들까지 삽입해놓았다.

그런데 이 책이 그렇게 엄청난 효과를 부여해주는 마치 마법 같은 책일까 하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내용이 약간 산만하고 부산스러워 가독성이 떨어지고, 스스로 행할 수 있는 방법보다는 여러가지 예시 문제가 중심이 되어 마치 묘수 풀이를 하는 기분이 든다. 읽다보면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는 걸까?' '이걸 읽고 실천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정말 바뀔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아마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감정의 일종인듯 싶다. 마치 문제집처럼 하루하루 페이지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듯이 책을 읽어나가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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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마음 씀씀이가 좋아지는 마법의 말 25 야마자키 다쿠미 시리즈 1
야마자키 다쿠미 지음, 김하경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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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마음 씀씀이가 좋아지는 마법의 말 25」대화법 자기계발서의 마법

 

  

대화법 자기계발서의 마법

 

 

여자들이라면 꾸준히도 지루해할 군대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군대는 숨만 쉬어도 배가 고픈 곳이지만 가장 힘든 건 뭐니뭐니해도 내무실 생활, 즉 인간 관계다.

같은 생활관을 쓰는 선후임과 사이가 좋다면 억지스러운 훈련과 작업도 하하, 호호 웃으면서 즐겁게 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 하나라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쉬운 임무라도 마음이 쳐지고 몸이 주눅들게 마련으로 몇 배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철책이라는 가시 박힌 울타리 안에 고립되어 소외감을 느끼고 세상과 멀어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 인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누구나 알다시피 말이다. 인간은 의사 소통의 도구로 언어를 가장 활발히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게 말일 수밖에 없다. 인간 관계의 중요성이 나날이 부각되면서 수없이 많은 대화법에 관한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졌고 언제나 베스트 셀러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하루 마음 씀씀이가 좋아지는 마법의 말 25」도 그 중 하나다.

 

 


 

자기계발서는 일종의 실용서다. 내용이 아무리 충실해도 읽는 이에게 적용할 수 없다면 먹지도 못하는, 찔러보기만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활용적인 측면에서 「하루하루 마음 씀씀이가 좋아지는 마법의 말 25」은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개인적으로 읽었던 대화법에 관한 자기계발서들과 상대적 평가를 한다면 수석이다. 실제 활용을 도와주기 위한 자세한 사례가 나와있고, 정확히 뭘 해야할 지 포인트를 짚어준다. 책의 크기도 작아 가방에 쏙 집어넣어 휴대하기도 편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법에 관한 자기계발서를 몇 권 읽다보니 한 가지 노하우가 생겼다. 대화법은 결코 한 번에 정독으로 독서를 마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몇 가지 방법 중 한 두 가지만 기억날 뿐이라, 책의 100프로를 활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체크 리스트 같은 걸 만들어서 하루에 한 가지 기술을 익히고 표시해두며 장기간 다시 복습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그렇다면 성취감도 오를 것이고 책을 보다 폭 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대화법 자기계발서의 수석이라쳐도 마음 한 켠이 씁쓸해지는 구석이 있다. 35페이지 5장을 보면 '흥미진진함을 보이는 눈'을 만드는 연습법이 나오고, 완벽하게 익히도록 하자고 언급돼 있다. 이런 노골적인 연습법은 너무 자신의 감정을 가뭄에 시달리게 하는 대화 준비지 않을까 싶다. 흥미진진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눈을 가진 가식적인 가면을 만드는 행동과 똑같지 않을까? 진실된 모습보다 기술적인 대화법을 익힌 사람이 안간 관계가 좋아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따끔하기도 하다. 물론, 흥미진진하지만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서툰 사람이라면 좋은 연습법이 될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대화법이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소통을 위한 윤활류 역할을 한다면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여기서 보여주는 대화법이 소통의 역할인지, 기계적인 가식인지를 판단하는 건 활용하기에 따른 독자의 몫이다.  

 

 

 

 

책을 덮고선 표지를 보고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란, 인간 관계에 있어서 마법까지 필요한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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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이 이긴다
모기룡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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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착함에 대한 새로운 감성 도덕



 

 

착함에 대한 새로운 감성 도덕

지금 도덕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착한 사람은 바보 취급 당하기 십상이고 감성적인 행동은 나쁘며 이성적인 행동이 옳은 행동으로 여긴다.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들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결과와 행위만으로 결정 되어 지곤 한다.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으로 말이다. 오죽하면 1등(결과)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머까지 나왔겠는가.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의 저자 모기룡은 재밌는 예를 하나 보여준다. 어떤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 때문에 국내 여론이 들끓었던 일이었다. 그 글에 따르면 A씨는 9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대형서점의 식당코너에 갔다가 물을 뜨러 간 아이 얼굴에 된장국물을 쏟아져 아이가 큰 화상을 입었고 된장국물을 쏟은 중년여성 B씨는 자신도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글을 읽은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했지만 얼마 후 반전이 일어났다. 현장의 CCTV가 공개 됐고, 그 일은 중년 여성의 잘못보다는 아이의 부주의함이 만들어낸 사고였다.

당신은 이 사건의 결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가? 그리고 의도를 알게 됐을 때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이게 바로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 에서 지적하는, 의도와 성품의 중요성이 너무 소외 받고 있는 지금의 도덕이다.

 

우리는 아이가 화상을 입었다는 결과를 먼저 보았다. 결과를 유발한 가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에게 모든 비난을 퍼부었다. (중략)

결과만 봤을 때는 B씨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비난했지만 의도와 동기를 파악하고 내막을 알게 된 후에는 비난을 멈추었다. 도덕적 판단을 할 때에는 '결과'와 '행위'외에 '의도(동기)'도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 추가해서 그 사람의 '성품'도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근대 이후 현재까지 우리 사회는 결과와 행위에만 집중하는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P. 25

 

「착한 사람들이 이긴다」는 기존의 우리가 생각했던 '착함'과 '도덕'을 철저히 뒤집고 있다. 그리고 근대 도덕을 지배하고 있었던 칸트의 의무론과 밴덤의 공리주의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대한민국 서점을 휩쓸었던 「정의는 무엇인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리주의에 대해 생각하고 동의했을 것이다. 나는 「정의는 무엇인가」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적당히 읽다 책장에 꽂아뒀지만 공리주의가 지향하는 바는 알고 있다. 공리주의와 의무론에 따르면 그 사람이 어떤 의도나 동기를 품고 있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기여하는 결과라면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자신의 이미지나 명성을 올리기 위한 흑심을 품고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더라도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길가에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의무에 따라 휴지통을 찾는다. 마치 정해진 메뉴얼대로 살아가는 기계같지 않은가? 감정을 숨긴 채 행동하는 비인간적인 사람이 사회에서 바라는 도덕적인 인간이라니 정말 웃긴 일이다.

가끔 미래를 배경으로한 SF영화를 보면 감정을 통제 당한 채 모든 일에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사회가 구현되어 있다. 우리는 그런 영화를 보며 생리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에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공리주의와 의무론에 이끌려 그런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도덕적인 사람이라 착각하며 말이다.

 

행동을 중시하는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도덕이 그 사람 자체, 즉 행위자와 분리되어 있다. 내면은 텅 비어 있어도 단지 기계적으로 법칙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행위자는 마치 컴퓨터나 기계 같다. 그래도 그는 완벽하게 도덕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P. 63

 

최근 학자들 사이에선 의무론과 공리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며 새로운 해답으로 덕윤리를 내보이고 있다. 덕윤리는 결과와 행위보다는 의도나 동기, 품성을 판단하고 그것을 기르는 자기계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덕윤리는 '훌륭함'을 '착함(선함)'과 동일시한다. 남들에게 칭찬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고, 이성적인 행동이나 생각보다는 직관과 감성을 중요시한다. 덕은 개인의 내면에 담겨 있는 그 사람의 일부분이고, 한 사람의 성격과 개성, 육체와 지속적이고 습관적으로 함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게 곧 우리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공리주의와 의무론이 틀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다수 최대행복, 이성적인 선택과 판단을 주장한 이들의 삶과 덕을 중요시한 사람의 삶을 비교한다면 확실히 매력적인 삶의 답은 나와있다.

 

공리주의의 벤담은 친구가 거의 없었고 평생을 은둔자처럼 살았다고 한다. 그는 대인기피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주로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돼지, 쥐와 같은 동물이었다. 그는 동물들에게 일일이 이름을 붙여주었으며 고양이 한 마리에게는 '랭본 경'이라는 기사 작위까지 부여했다. 심지어 주방용품이나 가재도구에도 '톰' '존'과 같은 사람 이름을 붙여줬다고 한다.

반면에 질적 공리주의를 주장한 존 스튜어트 밀은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자폐증과 거리가 멀었던 밀은 벤담을 보고 '비인간적인 사람'이라고 경멸했다고 한다. 밀은 이성만으로 따지는 순수한 공리주의자가 아니다. 밀의 질적 공리주의는 이성에 감성과 주관성이 추가된 복합적인 이론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의무론을 주장한 칸트는 어땠을까? 그도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일정한 삶의 규칙을 따랐다. 날씨에 관계없이 매일 오후 3시 30분에 정확하게 산책을 나오는 습관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그가 산책 나오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는 일화도 있다.

P. 146

 

우리가 앞으로 덕윤리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제3의 물결' 이후의 세상을 감성이라고 말했다.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앞으로의 물결을 내다보는 안목은 인생이라는 항해에 극히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제4의 물결은 우리 삶 근처에 다가왔다. 이미 우리와 친근한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의 직관과 감성적 능력이 그렇고 국민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이 그렇다. 가요계를 한바탕 휩쓸고 있는 오디션 프로의 감성적인 이야기, 내면의 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제4의 물결은 밀물처럼 눈 깜짝할 새 다가올 것이다. 때를 놓치면 허우적 거릴 것이고 알아둔다면 즐거운 물놀이가 될 것이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이성적 교류가 아닌 감성적 교류를 바라는 독자가 있다면 덕윤리에 대한 독서는 곧 행복이 될 수 있다.

 

다니엘 핑크는 미래 사회에서의 필수적 재능을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성적인 재능이 더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이성과 대비되고 감성에 가까운 재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P.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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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쓰보타 가즈오 지음, 윤혜림 옮김 / 전나무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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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건강한 논문

 

 

 

 

건강한 논문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건강하게 늙는가에 대한 자기 계발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책이 서점에 놓여있다면 「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는 다른 건강 자기 계발서와 차별점이 있어야만 했다. 조금 더 쉽게 읽힌다고 하던지, 소장할만큼 다양한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아놨다고 하던지, 건강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던지 하는 일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는 어느 것 하나 만족하지 못했다. 책에 등장하는 용어와 단어는 평생 살아도 접하지 못할만큼 어려운 전문 용어들로 가득차 있고 실용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단련법은 극히 소량 첨부 돼있기 때문이다. 이건 흡사 유전자의 역사를 훑어보는 대학 논문을 보는 기분이다.

이해 하려면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할 것만 같은 이 책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가벼운 마음으로 건강을 염려하며 충동적으로 구매한 독자에겐 실패작으로 남아 책장 저 구석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 DNA는 전체 길이가 2M 정도로 길지만 히스톤 단백질이 감겨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접힌 상태로 염색체라는 물질을 형성한다. '유전자를 발견한다'는 것은 이 염색체 중에서 A, T, C, G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특정 배열을 찾아내는 일이다.

P.57

 

위에 인용한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과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이중나선부터 시작해서 특정 배열을 찾아내는 일까지를 궁금해 할까? 아니면 생각지도 못했던 '유전자'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열 명 중 아홉 명 정도는 책을 덮어버리기 십상인 내용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유전자나 의학에 어느정도 소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만큼 내용은 충실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원하는 걸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그들이 원하는 건 건강한 논문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책이었을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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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작가
쓰보타 가즈오
출판
전나무숲
발매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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