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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신의진 지음 / 북클라우드 / 2013년 9월
평점 :
[서평]「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게임 중독법과 디지털기기, 그리고 책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를 읽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저자의 블로그를 찾았다. 독서를 할 때도 거울 뉴런이 효과적으로 활성화 되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질문은 둘째 치고서 네티즌들이 신의진 씨 블로그에 가한 테러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알고보니 저자 신의진 씨는 현직 국회의원이었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 중독법을 발의한 중심 인물이었다.
신의진 의원의 블로그에 들어가면 바로 11월 11일에 작성된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대한 오해와 진실 포스트가 있다. 이 포스트는 하루가 지난 지금 12일 벌써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있고, 온갖 인신 공격과 비방이 가득하다. 블로그 외에도 공식사이트는 마비되어 접속조차 되지 않고, 페이스북에도 끊임없이 반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신의진 의원이 펴낸 책은 별점, 댓글 테러로 꽉 차 있으며 심지어 연관 검색어에 '신의진 암살'이라는 충격적인 단어가 있기도 했다.
이게 바로 디지털 세상이 아프게 한 아이들의 실체인가 하는 혼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게임 중독법은 게임 매출액의 6%를 징수 한다는 점에서 그 의도를 의심받고 있으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섰지만, 그게 어쨌든 단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행동이 아닌,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인 공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행동은 디지털 기기에 중독돼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느끼는 공감 능력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책의 주장이 딱 들어 맞네? 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부터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이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했으니 정서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별일 아닌 일에도 과격한 반응을 보여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그래도 기분이 풀리지 않으면 디지털 기기에 매달리는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P. 68
아플 거라는 아이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디지털 기기와 아날로그 도구를 둘 다 충분히 접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밀리는 추세지만, 여전히 그 압도적인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의 대표주자 컴퓨터에 보통 중독된 사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책에서 언급하는 바로 그 '정서적 교감'을 나눌 기회가 많이 없어서 자연스레 혼자 시간은 컴퓨터와 함께 보내게 됐다. 요즘 자기 전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자는 것처럼, 밤에도 메신저 프로그램을 켜두고 세상과 나를 연결하려 했으며, 학교 외의 시간은 게임으로 보내는 건 당연한 하루 일과였다(심지어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에는 학급 컴퓨터에 몰래 깔아둔 게임을 즐기곤 했다).
그런 열정적이고 디지털적인 노력(?)을 뒷받침해주는 재능이 있었을까? 나는 우리나라 최고 게임 케이블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대회에도 참가하며, 준우승을 거머쥐고 준프로게이머 자격증까지 땄다. 이정도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디지털 기기 중독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요즘도 게임은 종종 즐기고 있지만, 다행히도 하루의 대부분을 책과 보내고 있고, 집에 TV도 없으며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없어 꺼진지도 모른 채 하루 이틀을 보내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도 중독에서 벗어났다 싶다. 스스로도 느낄만큼 점점 팝콘 브레인이 되어가는 시절이 계속 됐다면, 얼마나 많은 사회성을 잃었을까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런 상태의 두뇌, 즉 팝콘 브레인은 시간이 갈수록 더 폭력적인 것, 더 충동적인 것, 더 즉각적인 것, 더 화려한 것만 찾게 된다. 이미 너무나도 강한 자극에 노출된 아이에게 돌과 나뭇가리를 갖고 노는 자연놀이는 밋밋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강한 자극만 추구하는 팝콘 브레인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것은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매우 치명적인 해가 된다. 학습은 스스로 반복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제대로 이루어진다.
P. 117
성인의 남녀는 물론, 디지털 세상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저자까지도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하니,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게 얼마나 큰 매력으로 다가올지 상상이 간다.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아이들이 어떤 어떤 증상을 보이며 어떻게 아프고, 어떻게 해결해 나아가야할지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추세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페어런팅(육아법)에 대해 언급하며, IT 초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이에 얼마나 뒤쳐져있는지 역설하고 있다.
각 가정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규제를 통해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초·중등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2010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법류을 공포하기도 했다. 독일이나 핀란드에서도 어린이들이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및 스위스는 전자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전자파 인체 보호기준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을 정도다. 영국은 게임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의료시설까지 개설해놓았다.
P. 193
책을 보며 그리고 신의진 의원의 블로그를 방문하며 심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책에 언급한대로, 아이들과 충분한 동의와 적당한 규칙을 통해 디지털 기기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처럼, '게임 중독법' 또한 그렇게 발의 됐으면 이런 불편한 화제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무차별적인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 역시 아무 근거도 없는 비방만 일삼지 말고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를 통해 디지털 기기가 어떤 파괴적인 모습으로 다가올지 이해했다면 이처럼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할하게 만들어줄 스마트폰이 오히려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서로의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소통을 방해하는 것처럼, 게임 중독에 대한 대처가 서로의 골만 상하게 될 것만 같다. 이럴 때일수록 아날로그적 소통의 대표주자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바로 지금 서로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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