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선, 글을 잘 쓰기 위한 마법 같은 주문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 송나라 정치가 겸 문인인 구양수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건 전설이나 마법이 아닌 단 하나의 진리로
지금까지 널리 알려져 왔다. 만약 그 말이 시시비비를 가릴 것 없는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출판된 수천, 수만 권의 작문 책들은 다 쓸모없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혼자서 깨우치기 힘든 비문이나 오류, 그리고 시시콜콜한 이론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특이하게도 글을 쓰기 위한 태도와 자세를 중요하게 언급한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닌가?
나는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작가는 예리하고 날카롭게
나 스스로 느끼지 못한 치부를 관통했다.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을 잘 쓰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나의 모습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가면이라는 알았다. 카프카의 말을 인용하면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이고 이 책을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됐다. (망치로 머리를 쳐대지
않는 책이라면 읽을 이유가 없다 - 카프카)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P.19
이렇듯, 인간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의식적 꿈과
실질적으로 욕망하는 자신의 무의식적 꿈은 전혀 딴판일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어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 '이정도
책을 봤으면 이젠 쉬어도 될 거야.' 라는 안이한 생각과, "문예창작과를 나왔으니 보통 사람보다 글을 조금 더 잘 쓰는 사람이야." 라는
어처구니 없는 오만을 하고 있지 않았나. 꿈에서조차 맞춤법 책을 뒤져가며 글에 대해 갈망할 줄 아는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나? 그렇지
않다.
내가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올바른
맞춤법과 어려운 문법이 가득한 책이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도 꿈을 실천하기 위해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오늘 그려 보는 내일의 자기 모습은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이
바라는 미래상이겠지만, 그러나 오늘의 내 모습은 어제의 내가 실제로 바란 그 모습이다. P.42
나는 글을 솔직하게 쓰고 있는가?
아마 이 서평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글깨나
써보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책도 많이 읽고 기본적인 맞춤법도 지킬 줄 알며 백일장에서 상도 타본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보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웃기지 말라고? 난 분명 그렇게
느꼈다.
아이는
숙제를 내준 사실조차 몰랐다. 사실 동시가 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엄마' 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오라고 일렀다. '엄마'라는
제목으로 제출한 아이의 동시는 다음과 같다.
우리 엄마 얼굴에는 점이 나 있다.
근데 왜 엄마만 머리가
기냐
우리 엄마는 참 여쁘에요.
시를
접하고 나는 한참이나 웃었다. 기분이 무척이나 상쾌했다. 일단 부모님 은혜 운운하는 식의 상투적인 상상력에 빠져 있지가 않았다. 다른 고학년들의
솜씨 좋은 동시들이 여러 편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이 시가 제일 좋았다. 글 쓴 아이의 제 엄마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솔직하게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P.63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글쓰기는 나의 인격이나
특징, 채취, 형태를 잃어버리고 보는 사람들을 위한 정답을 적는 글쓰기가 됐다. 당신도 어쩌면 모범적이며 양식에 지배 당하는 글을, 마치 걸그룹
마냥 양산하고 있진 않은가? 나의 글에 분장이라고 불릴만큼 두꺼운 화장을 입히고 남들에게 선보이고 있진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진솔한 울림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반성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솔직하게 적어보자. 난 지금 이 서평을 쓰는 도중에도 솔직하게 적고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정답만을 적는 글쓰기는 '예쁘다' 라는 말을 제대로
적지 못한 글쓰기보다 매력이 없다.
습작생이든 기성작가의 글이든, 가장 갑갑한 구제불능의 글은
별다른 결점이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하나의 기지조차 보이지 않는 매끈하게 다듬어지기만 한 글이다. 매끈하지는 않지만 한 구절이라도 살아서
반짝이는 문장이 좋다. P.67
글은 곧 나
자신이다.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글보다 나를 우선 바꾸라고 말한다(물론 뒷부분엔 작문책답게 여러가지 이론과 설명도 나와있다). 말로만 작가의 꿈을 키우지 말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쓰지말고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있도록 전력투구 하라고.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잊을지도 모른다.
보면서 느낀 감동과 깨우침은 흔적도 없이 재가 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생에 조금 더 폭발적인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이 책이
가슴속에 도화선이 되었다고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글에서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많은 노력을
쌓아도 글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를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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