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책을 읽다보면 내가 어떤 책을 주로 읽고 있는지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책이 제2의 배움터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눈에 차는 그리고 마음에 담기는 책에 먼저 손이 가고 그런 책은 후딱 정말 후딱 읽어 버리게 된다. 아무리 편집의 힘이라고 해도 역시 끌리는 책은 따로 있게 되나 보다.

작가들도 책을 읽을 것이다. 자신의 글안에 마음을 담기 위해서는 남의 글을 많이 읽어 보아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럴까 요즘 작가들의 서재를 공개하는 것을 보면 정말 각양각색의 책들이 그득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굉장히 부럽기만 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가를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내게 책 몇 권만 추천해봐 하고 물어보면 쭈볐거리게 되는 것은 주로 베스트셀러라든지 스테디셀러라 불리는 책들에 국한하여 책을 읽는 편협한내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는 내가 글자를 읽고 있는건지 글 안에 담긴 작가의 생각을 읽고 있는 건지 구분이 스스로도 어려워 나의 독서가 진실된 것인가를 들킬까 걱정이 되었다는 것이 맞을 거 같다.

내가 좋았던 책이라 할지라도 다른 이에게 나만큼의 감동을 안길 수 있을지 싶기도 하고 내가 별로라 생각했던 책들에 눈빛을 반짝거리며 읽는 모습을 보면 내 감성에 문제가 있나 슬쩍 의기소침해지기도 해서 그런지 책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책을 읽기만 하면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읽어서 재미있고 웃고 눈물 흘리고 배움이 있고 그러면 되는 거지 책을 비평하고 비슷한 부류의 책들을 떠올려 연관지어보고 하는 일은 평론가들이나 하는이라고 생각했다. 『김탁환의 뒤적뒤적 끼적끼적 』의 첫 장을 열 때만 해도  『열하광인』『리심 파리의 조선궁녀 』『방각본 살인사건』등의 역사소설로 유명한 작가가 자신의 책 장에 꽂힌 몇 권의 책을 소개하려니 했다. 소개된 책 중 몇 권만을 건질 수 있다면 좋겠다 하고 시작한 책읽기였다.

김탁환은 100여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유명작가라지만 다른 작가의 책을 읽을 때는 그저 독자일 수 밖에 없구나 싶게 글을 써내려간 그가 소개하는 책들은 책을 읽으며 작가가 느꼈던 외로움 고독 슬픔 기쁨 환희등이 고스란히 담겨 한권 한권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 영혼을 느껍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이란 부제가 마음에 와서 닿는다. 작가가 소통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과연 나는 책을 읽으며 작가와 소통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김탁환의 독서의 발자취를 나침판 삼아 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몰랐던 책 세상에 와있지만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는 역시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 덕분이 아닌가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 보니 자신이 읽은 책을 기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휘리릭 눈동자를 굴려 읽고 지나가는 책이 아닌 내 마음에 남는 책들의 구절과 책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 부러워진다. 유명작가인 김탁환의 일기장이라고 해야 할까? 책에 대한 일기. 살짝꿍 들여다 보니 오늘 나도 문구점에 좀 들려 보아야 겠다. 이제까지 읽은 책들을 뒤적뒤적 거려보고 그때 그때 읽는 책들에 대한 기록을 끼적끼적 거려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