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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크는 아이들 -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자라는 숲 속 유치원 이야기
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 지음, 나카무라 스즈코 그림, 은미경 옮김 / 파란자전거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1950년대 중반 덴마크의 한 엄마는 매일같이 아이들을 데리고 숲속에 갔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까이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겠지요. 이 소박한 시도는 덴마크, 독일은 물론이고 이젠 유럽전역에 퍼진 '숲 속 유치원'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상상만해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발상입니다. 놀이공원이나 동물원, 놀이터가 아니라 '숲'이라니요. 장난감이 오히려 아이를 망친다는 포스팅을 하고, 아이들의 '놀이 대상'이 인공물에 국한되었던 사실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었습니다. 총천연색의 기발한 발상과, 가벼운 플라스틱, 재미있는 작동법, 두뇌개발에 썩 좋다고 알려진 장난감들보다 가장 단순한 사물들, 혹은 일상생활 속의 물건이 아이에게는 더욱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장난감 관련 포스팅 보기
그래서 숲 속 유치원이란 곳은 저에게 가장 알맞은 교육장소처럼 비춰졌죠. 무심코 이런 상상을 했더랬습니다. 키가 큰 녹색의 사철나무들에 둘러싸인 복층의 통나무집과 앞마당의 간소한 놀이터, 바로 숲 속의 별장을 떠올린 거죠. 어른이 되면 상상력에도 한계가 생기나 봅니다.
'숲 속 유치원'은 절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숲'이 유치원이며 숲이 놀이터인 곳이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은 방수복과 장화를 신고 숲속을 탐험하고 산책하고 뒤지고 실험하고 도시락을 먹는, 매일매일 숲 속 소풍을 떠나는 유치원입니다. 간소하게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양말을 말리고 책을 볼 수도 있긴 하지만 모든 야외활동만으로 수업을 채우는, 우리 눈에는 매우 이색적인 유치원이지요.
<숲에서 크는 아이들>은 이런 숲 속 유치원을 경험한 일본, 독일의 저자가 재구성한 숲 속 유치원의 일상 기록입니다. 처음 숲 속 유치원에 가게된 남자 아이 패릭스를 화자로 내세워 소담스럽고 정답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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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기차에 올라타서 노래 부르기, 나뭇가지 낚시, 열매 소꿉장난 등 시시때때로 변하는 숲 속에 놀잇감이 떨어지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즉흥적으로 놀이를 만들고, 달라지는 숲처럼 다채로운 배움거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과를 가져와 물살의 속도를 실험하고, 나뭇잎을 주워모으며 살아있는 나무를 느끼고, 열매와 꽃의 냄새를 맡고, 나뭇잎과 쓰레기를 각각 쌓아두었다가 나뭇잎 쪽 흙에 생긴 지렁이를 발견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런 친환경적 일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일반 유치원이 아무리 자유롭다고해도 제약과 일정과 규칙이 있게 마련인데 '숲 속 유치원'은 아이들 스스로의 움직임이 곳 수업의 틀이 되고 ~반이 아니어도 저절로 소속과 둘레가 생기는 곳입니다. 상이한 지형 속에서 일어날 아이들의 신체적 발달이 기대됨은 물론이고, 인공물이 아닌 자연물로 단련될 호기심과 창의력은 숲 속 유치원의 가장 이상적인 부분일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는 게 가장 흐뭇한 부분입니다. 춥거나 위험해서, 컴퓨터나 장난감 때문에 실내에 꽁꽁 묶여있는 아이들이 과연 건강하게 자랄 수 있까요. 독일에는 이런 속담이 있답니다.
"나쁜 날씨란 건 없다. 잘못입은 복장만 있을 뿐이다."
또 독일에는 <삼림교육>이나 <삼림 프로젝트>같은 책이 많이 출간되어있다고 해요. 먼 나라 얘기 같기만 합니다.
유사 교육기관을 찾아볼 수도 있겠지만, 덴마크의 용감한 엄마처럼 지금 당장 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들로, 숲으로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