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핀란드 공부법>. 제목만 봐서는 선진적인 교육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문서적 같지만 기대와는 딴 판이었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의 체험수기 정도로 보면된다. 뭐 그리 거창한 책은 아니란 말씀.

평범한 여고생이 1년간 교환학생 자격으로 핀란드의 헤르토니에미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겪은 일들을 전한다. 조기교육의 수혜자인 영재나 남다른 언어실력을 자랑하는 '특별한'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다. 누구에게나 눈높이가 잘 맞도록 편안한 어투를 써서 유학생활의 호기심과 놀라움, 어려움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꽉 짜인 전문가의 시선에 비한다면 뒤죽박죽 허술하지만, 친구나 누이의 입을 통해 듣는 수다처럼 부담없는 매력이 있다. 어짜피 남의 나라 이야기라면 호기심이 들 정도로 살짝 엿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다만 이미 언론을 통해 핀란드 교육법에 노출되신 분이라면 별로 새로울 건 없을 것이다.

저자가 통과한 ASF의 교환학생 방침이라는게 가족과의 만남이나 연락을 자제하고 그 나라의 가정집에 머물면서 생활 속으로 깊숙히 스며드는 특징이 있다. 핀란드의 학교생활이 주된 이야기지만 주거지역, 즉 핀란드의 거리나 가정 분위기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우리나라처럼 이혼이 불행의 대명사로 쓰이지 않는다), 국적에 상관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나라, 오래된 집을 사랑하는 나라, 외식비가 엄청나게 비싼 나라, 두 세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 산타의 집이 있는 백야의 나라 등등. 이 책을 읽고 난 후 떠오르는 핀란드의 모습이다. 유럽의 선진국가들을 떠올릴 때처럼 동경할 만한 느낌이 있었다. 육아휴직이나 보육체계도 잘 되어있다고 하니 당장 따루를 따라 핀란드에 가고 싶은 기분이다.
     
핀란드의 고등학교는 한마디로 우리의 대학생활과 비슷하다. 학점을 이수하고, 구체적인 진로를 모색하고, 에세이와 프리젠테이션 수업이 잦고, 수업선택이 자유롭다. 외모에 대한 특별한 규정도 없고 유급에도 익숙하다. 모든 교과과정이 국가의 지원아래 이루어 지며 학교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자기가 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만하면 완벽한 교육방침 아닌가. 피터지게 공부만했던(생각은 안했던) 감옥같은 학창시절을 보낸 대한민국의 학생들에게?

교사들은 교사로서, 직업인으로서 존경받고 각자의 방침대로 수업을 진행한다. 점수나 수준을 평가하지도 입시를 위한 수업도 없다. 학생들은 유급을 두려워하는게 아니라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입학하는 비율도 30%정도이다. 바리오부시를 가지는게 보통이다. 일종의 휴식기로, 돈벌이를 찾거나 장래를 결정하기 위한 유예기간을 보내는 것이다. 대학은 그 이후에 가도 늦지 않는다. 어디서나 눈총받는 재수생들을 생각하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싶다. 이건 원, 별천지다.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할 것 같은 교육법이나 스스로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상적인 방침들에 엄마 귀가 솔깃해졌다. 하지만 엉덩이 붙이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니 우선 크게 낙담한다. 하지만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일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핀란드 공부법>으로 저렴하게 꿈을 부채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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