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 ADHD 꼬리표 붙이기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조응주 옮김 / 민들레 / 2009년 9월
평점 :
책은 이런 단호한 어조로 시작됩니다.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거나 충동을 참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 또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 어떤 의학적 질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은 근대적 사고가 만든 허상입니다.
바로 ADHD, 주의력결핍과일행동장애라는 '병명'이 붙은 아이들에 대한 힘있는 항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합니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에 대한 이해를 신경화학적인 설명으로 국한시킨 의학계는 약물투여로 아이들의 도파민수치를 올려봅니다. 이윽고 약발이란 늘 그렇듯이 일부 학생들이 더 쉽게 진정을 하고 학업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일종의 뇌의 이상이라고 유행처럼 번진 ADHD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이 책은, 자유를 기반으로 대안교육을 실천하는 프리스쿨의 30년경력 교사가 집필했습니다. 과학, 의학계의 연구에 따른 실증만이 권위를 얻었던 이 문제가 경험에 의해 깨달음을 얻은 교사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에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놓입니다.
뇌의 신경화학적 구조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은 매우 독하기 때문에 두통, 식용부진, 신경과민, 심장마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약물요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아이의 삶에서 찾아야 할 문제의 또 다른 원인들이 관심밖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사설기관으로서 갖는 독립성 덕분에 다양한 교육적 전략을 실험할 수 있었던 저자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는 아이들에게 '결핍'된 건 자신의 주의력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이라는 확신을 가집니다.
프리스쿨의 정원은 50명이며 절반은 이전의 학교에서 심각한 학습 및 행동 상의 문제를 겪다 찾아온 학생들입니다. 저자는 이 학생들에게 꼬리표를 달고 약물을 처방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아이들을 오히려 더 활동적인 무대로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에의 제압되고 한계지어지는 생활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스스로의 일과를 정하고 학생들끼리 규율을 실천하게끔 유도합니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내주었을 때, 아이들은 좋은 책을 집어삼킬 듯이 읽어버리고 자기가 집중하고 싶은 대상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중합니다. 억지로 배움을 강요할 때,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고 진단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슨 전염병처럼 퍼지는 뇌의 생화학적 결함이 있다는 기계적 이론에서 벗어나 아이들 개개인의 내외면적 삶의 질에 대한 인정어린 배려가 필요하다고 외칩니다.
책은 이런 경험을 적극적으로 관찰한 기록이며, 공교육의 헛점을 짚어내는 대안교육서이며, 꾸준히 관심을 쏟으면 회복될 아이들에게 병명을 지워주는데 대한 거부의 표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