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부활 - 중국과 아랍,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는가?
벤 심펜도르퍼 지음, 홍순남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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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집트 지식인이 서구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더 강한 유대감을 작고 잇죠. 기술을 수입할 곳으로 서구를 지목하고 원조나 차관을 받을 곳도 서구라 생각하죠.” 이집트 외교관의 말이다. 그러나 9.11 사건을 지적하면서 상황이 변했다고 그는 말한다. “맞습니다. 9.11 사건은 이집트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서구는 테러리즘을 이슬람과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햇습니다. 이집트 엘리트들은 속았다고 느낍니다. 그들은 서구에 등을 돌린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들은 이제 서구에 열광하지 않습니다.”

이책의 저자는 거의 10년동안 아랍권에 살앗고 홍콩의 외환거래소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잇다. 아랍권과 중국에서 보내면서 그는 이책의 제목대로 실크로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랍권과 중국이 옛날처럼 다시 연결되고 잇다는 것이다.

아랍권과 중국이 다시 옛날의 관계로 돌아가는 계기가 된 것을 저자는 9.11 사태라 말한다. 9.11 사태가 일어나면서 아랍권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가기가 어려워졌다. 불가능하지야 않지만 비자를 받을 때의 어려움과 공항에서의 불쾌한 기분은 대단한 비용이 된다.

그들에게 대안이 된 것이 중국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책을 이우라는 중국의 도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우는 상하이에서 가까운 작은 무역도시이다. 이 도시의 주력은 흔히 말하는 보따리 장수들을 상대하는 도매업이다.

미국과 유럽에 들어가기 힘들어지면서 중국제 물건으로 거래선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슬람 상인들이 이우시에 넘쳐나게 된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그런 흐름이 전혀 서구 언론에는 비쳐지지 않는다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소규모 거래는 헤드라인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아랍권의 거래는 그런 소소한, 통계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우 시에 넘쳐나는 아랍 무역상들은 세계경제의 재편을 보여주는 한가지 예일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두바이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실크로드 부활의 상징으로 본다. 두바이는 실크로드가 번성하던 시절 무역거점으로 중요한 곳이엇다. 두바이가 다시 부활하는 것은 다시 예전의 실크로드를 따라 돈과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아랍에미리트 항공은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항공사이다. 이 항공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중심에 두바이가 잇기 때문이며 세 대륙간에 돈과 사람의 흐름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나 서구언론 그리고 서구 언론을 받아 쓸 뿐인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런 움직임들을 놓치고 있다. 최근 아랍권에 관해 가장 많이 보도된 것은 국부펀드이다. 고유가로 떼돈을 번 아랍 산유국들은 70년대처럼 그돈을 써버리지 않고(당시에는 번돈의 70%를 써버렸다) 75%를 저축하기로 했다. 그렇게 저축한 돈의 규모는 1조4천억 달러에 달한다. 국부펀드들은 그돈을 미국과 유럽의 자산에 투자하고 회사를 사들이는데 썼다.

그들이 그만한 돈을 벌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면서 먹어치우는 석유수요 때문에 유가가 앙등햇다.

저자가 말하는 세계경제의 재편의 배경은 바로 중국과 아랍권의 부상이다. 돈을 번 아랍권이 중국에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을 저자는 실크로드의 부활이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은 단순히 무역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정치적 관계도 따른다.

석유수요를 채우고 석유안보를 지키기 위해 중국은 아랍권과의 관계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것이나 이란제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석유때문이다.

중국이 아랍권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기 때문에 교류가 많아졌다. 아랍권으로서도 중국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랍국가들에게 중국은 역할모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빈털터리에서 지금처럼 빠르게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아랍국가들은 배우고 싶어한다.

더군다나 중국의 모델은 서구 모델과 달리 정권교체 없이 정치적 안정을 누리면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정치가 그다지 안정되지 않은 아랍국가들에겐 매력적인 대안이다.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해온 시리아는 실제 중국식 모델을 따라 개혁을 시작했다.

이책의 논의를 정리하면 대충 위와 같이 정리된다. 그외에도 저자는 실크로드가 부활한다는 신호로 여러가지를 들고 잇지만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위와 같이 정리될 것이다. 물론 위에서 정리된 것을 보면 그리 뚜렷한 증거라 말하기 힘들다. 저자도 실크로드가 부활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이슬람 회랑’이 다시 살아나는 신호가 잡힌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책은 이미 부활한 실크로드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활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아랍권의 회복세를 보면 저자의 말은 그리 상식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만한 여건에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아랍권과 중국을 오가며 발로 뛰면서 본 것들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얻은 것을 근거로 아주 실감나는 글을 쓰고 잇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책을 읽으면서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엇다. 어디까지나 아랍권의 부활은 고유가에 힘입은 것이다. 석유가 천년만년 나온다면 모르지만 아랍권이 언제까지나 석유에 의존할 수는 없다. 석유는 물론 어떤 1차산업에 기대서도 경제력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 대해선 이책의 저자는 그리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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