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세계 10대 문명 2
스테파노 마기 지음, 김원옥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시리즈의 인도편에서 말한 것처럼 이책의 성격도 화보집이다. 달력 사이즈의 넓은 지면에 글자보다는 사진의 면적이 압도적으로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 한권만으로 그리스 미술/건축에 대해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리스 미술/건축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거나 개론서를 보기 전에 전체적인 이미지를 얻기 위해 읽는 것이 좋다.

이 시리즈에 대한 다른 리뷰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시리즈의 각편은 저자에 따라 문명의 성격에 따라 책 내용에 차이가 있다. 미술사 전공인 저자가 쓴 인도편과 달리 건축, 그중에서도 도시사 전공인 저자가 쓴 이책은 인도편보다 다루는 범위가 넓다.

물론 인도편 역시 각 시기에 대한 역사적 개관이 있고 그 시기 예술의 특징에 대한 설명이 붙는다. 그러나 역사와 예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인도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인도미술사에 대한 연구가 일천한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에 비해 연구가 잘 되어 있는 그리스문명의 경우는 역사와 건축, 미술의 설명이 비교적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서술된다. 그러나 짧은 분량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제대로 된 개론서와 비교한다면 인도편이나 그리스편 둘다 오십보 백보라 보면 될 것이다. 미술사에 대한 제대로 된 개관이 목적이 아니라 도판 자료집으로 기획된 것이기에 책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점이다.


이책의 사진들을 보면서 고전이란 무엇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인도의 경우 제국으로 통합된 기간이 더 많았지만 그리스의 경우는 폴리스로 분열된 기간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정치 시스템의 차이는 필연적으로 문명과 예술의 차이를 낳는다.

인도 편에서 인도예술이 고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언급했었다. 고전미의 핵심은 균형이다. 그러나 균형미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균형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럽미술사에서 고전기라 말할 수 있는 시기는 고대 그리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기를 들 수 있다.
 
제국과 도시국가의 차이는 공과 사의 거리의 문제이다. 제국의 시스템은 사람의 인식범위를 넘어선다. 추상적으로 제국의 영토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는 없다. 그에 비해 하루 안에 걸어서 돌아볼 수 잇는 도시국가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 민주정과 같은 정치시스템이라면 그 정치 시스템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런 시스템에선 헤겔이 말했듯이 공과 사가 균형을 이루며 공익과 사익의 균형이 있다. 그리고 세계는 구체적으로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 존재로 다가온다.

다른 고대문명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예술의 작품들은 공공예술이었다. 신전, 승전 기념물, 관청과 같은 것들이다. 공공예술은 그 성격 때문에 도식적이 되기 쉽다. 그리고 정형화된 도식성 때문에 구체적 현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갖기 쉽다. 그러나 다른 문명들과 달리 그리스예술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 예술을 고전미의 모범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고전미는 폴리스가 제국으로 흡수된 헬레니즘 시대 이후에는 사라진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헤겔이 말했듯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하버마스의 공적 영역이란 개념은 원래 헤겔이 처음 정립한 개념이다)의 균형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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