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인간 - 중세부터 현대까지 서양도시문화사
마크 기로워드 지음, 민유기 옮김 / 책과함께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책은 서양의 도시가 중세에서 현대까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살펴보는 도시문화사의 개론서로 쓰여진 책이다. 그러나 학술서도 아니고 교과서로 쓰인 것도 아닌 이책은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로 쓰여졌고 전문적인 서적들이 그렇듯이 기존의 학술이론을 요약하거나 이런 저런 이설이 있다는 등의 주석도 없다. 이책을 읽는데는 어떤 전문적 지식도 필요없다. 그리고 재미있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누구나 알고 잇는 런던 파리, 로마, 베를린, 빈이 어떻게 건설되었고 어떻게 바뀌어 왔으며 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가를 역사를 따라 보여주는 이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이책의 재미는 이책의 서술방식에 잇다. 도시와 인간이란 이책의 제목이 말하듯이 이책은 도시의 건물들과 외양이 언제 누구 만들었는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왜’ 만들어졌는가를 따진다.

이책의 구성은 3부로 되어 있다. ‘도시의 부활’ ‘도시의 성장’ 도시의 확장’으로 나뉘는 이책은 로마제국의 멸망 이후 농촌화되어 버린 유럽에서 어떻게 도시가 부활했는가부터 시작한다. 유럽에서 도시의 부활은 영주의 성 밖에 정기시(fair)가 서면서부터였다. 유럽에 안정이 찾아오면서 농촌에서 물자가 집산하기 시작햇고 물자의 집산지로 시장이 열리는 도시가 부활했다. 이 도시들의 네트웍이 만들어지고 이 네크웤이 당시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과 연결되면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 성립한다. 이책의 1부는 중세말부터 르네상스까지 교역 네트웤을 따라 도시들이 어떻게 부활하는 모습과 그 도시의 권력을 쥔 상인귀족들이 어떻게 도시를 만들어갔는가를 다룬다. 여기서 다루어지는 것은 주로 이탈리아와 북유럽의 교역도시들이다.

이책의 2부는 절대왕정시대로 옳아가 도시의 모습을 결정하는 왕과 귀족, 또는 부르주아들이 도시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갔는가를 다룬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로마, 파리, 런던, 빈등이다.

3부에서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산업이 어떻게 대도시의 모습을 바꾸어갔는가를 다룬다. 맨체스터, 런던, 파리, 뉴욕, 시카고 등 당시 산업의 중심지들이 다루어진다.

이렇게 볼 때 이책은 어떤 줄거리가 없는 책이다. 중세말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이책이 다루는 도시들은 지배층들도 달랐고 그 지배층이 다른 것 이사으로 도시의 외양도 달랐다. 그러나 이책은 역사를 따라가면서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즉 도시의 외양이 결정되는 것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했고 공간을 그들의 필요와 생각에 따라 조직해가는 과정이 도시의 역사라는 것이다. 저자에게 도시의 역사는 그렇게 사람들의 역사인 것이다.

이상이 이책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오래 걸렸다. 이책을 읽는데 3달이 걸렸다. 대학노트만한 판형에 색인과 레퍼런스를 빼고 본문만 610페이지에 이르고 작은 활자로 인쇄된 이책의 분량은 300여장의 컬러 도판들도 있지만 신국판의 보통 책의 판형으로 따지면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이다.

다른 일도 봐야 하고 이책만 읽는 것도 아니니 3달이나 걸린 것이다. 그러나 이책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재미있다. 그리고 파리 유학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이책을 보았다는 번역자의 말대로 ‘도서관에 돌려주기 싫을 정도’로 갖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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