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필재, 유승렬 지음 / 부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헬기 조종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잘한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지상을 잘 볼 수 없다. 땅에서 발을 딛고 있어도 지상의 전체상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간인 헬기의 고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지상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고 앞으로 그 땅이 어떻게 개발될지 잡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원의 위치에서 중간간부의 위치에서 기업의 전체상은 잡히지 않는다. 정상에서 내려다볼 때만 회사의 전체상이 잡히고 회사의 방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GE에선 CEO의 그러한 조망점을 헬콥터 뷰라고 말한다.

경영학자나 컨설턴트가 쓴 경영서적들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관점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장에선 쓸모가 없거나 적용하기가 난감할 경우가 많다.

그러나 CEO들이 쓴 책이나 CEO들을 다룬 책들을 보면 현장감이 살아있다. 헬리콥터 뷰때문이다.

이책은 헬리콥터 뷰에서 CEO들이 어떻게 경영을 이해하는가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물론 CEO들을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이책처럼 한국의 CEO들을 다룬 경우는 많지 않다. 그리고 그 CEO들을 수백명 단위로 샘플링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계로 정리해 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책은 더더욱 드물다.

이책에서 조사한 항목은 여러가지이다. 오너 경영이 좋은가 전문인 경영이 좋은가? 성장이냐 이익이냐? 대출인가 자기자본인가? 주주이익이 중요한가 stakeholder가 중요한가? 등 경영학의 일반적인 주제부터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자기계발은 어떻게 하는가? 아침형인가 올빼미인가?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등 개인으로서 CEO들은 어떻게 사는가 같은 다양한 질문들에 어떻게 답했는가를 통계로 보여준다.상당히 유용한 데이터이다.

그러나 데이터들만으로는 책이 건조해지기 쉽다. 물론 통계를 보여주면서 그 의미도 나름 해석하고 있지만 수치 자체에서 의미를 끌어내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재미와는 어쩌면 거리가 먼 구성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책의 저자는 그렇게 통계를 보여준 다음 실제 CEO들을 한명씩 골라 각 챕터마다 CEO와의 인터뷰를 게재하고 경영학자나 컨설턴트들의 일반론을 그 뒤에 덧붙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CEO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를 볼 수 있는 통계들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나름 한자리를 굳힌 대표적인 CEO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숫자에선 알 수 없는 것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책은 자료로서 상당히 유용하다. 물론 그 자료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만 그만한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자료들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숫자만으로 무미건조하게 구성되어 잇지도 않아 읽는 재미도 있는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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