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 중의 제왕, 당태종 이세민
황충호 지음 / 아이필드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당태종이라면 우리에게 고구려를 침략했다 화살을 맞고 쫓겨간 황제로 기억된다. 좀 우습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당태종은 절대 우스운 황제가 아니다. 중국인들에게 당태종은 중국역사상 최고의 황제로 기억되며 역대 황제들 역시 본받고 싶어한 황제의 모범으로 기억된다. 중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당태종의 통치기간의 연호인 정관의 이름이 붙은, 당시의 정치를 기록한 정관정요는 중국에서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널리 읽혀온 책이다.

정관정요는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책이기 때문에 여러권의 번역이 나와있다. 그러나 당태종 시기의 역사에 대한 서적은 몇권 되지 않는다. 현재 유통되는 책으로는 여기서 리뷰하는 책과 중국 CCTV의 백가강단의 강의를 책으로 묶은 ‘정관의 치’란 책, 그리고 ‘당태종 읽는 CEO’라는 책까지 3가지 정도이다.

그러나 3권 중에서 본격적인 역사서로 볼 수 있는 것은 이책과 ‘정관의 치’ 두권이다. 정관정요를 읽을 생각이 있거나 읽은 사람에게는 두권이 추천할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정관정요의 체제는 당태종과 신하들 사이의 문답을 책으로 엮은 논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역사를 이해하고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두권 중 한 권만 읽으면 되는가? 그것이 좀 애매하다. 두권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리뷰에서 다루고 있는 책은 제목만 보자면 당태종 개인에 대한 전기 내지는 평전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책을 읽어보면 오히려 당태종 보다는 당시의 역사에 더 중점이 가있고 당태종 개인에 대해선 그다지 깊이 있게 천착하고 잇다는 인상을 받기 힘들다.

이책은 나름 잘 쓰인 책에 속한다. 저자는 당시 역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기본 사료를 충실히 조사하는 것뿐 아니라 그 사료들이 감추고자 하는 이면을 읽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잇다. 중국사 관련 서적을 읽으면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황제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기 위해 기본사실을 왜곡하거나 누락시키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화주의의 태도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실도 왜곡하거나 감춘다. 당태종에 대한 사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수양제 시절 아버지 고조 이연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기 전후부터 시작해 고구려 원정 이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세상을 뜨기 까지 당태종의 행적을 따라 수말당초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되도록 사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당시 시대상을 재현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잇다.

그러나 이책에선 당시 시대상에 비해 당태종 개인에 대해선 비교적 그리 분명하게 그리고 있지 못하다. 아버지 고조와의 관계부분과 형과 동생을 죽이고 태자 자리를 강제로 차지하는 부분에는 어느 정도 사료에 가려진 부분을 넘어 당태종 개인의 내면을 짐작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상당히 예리하다. 그러나 왜 그가 현군이 되었는가를 당태종 개인의 동기나 그의 능력의 측면에서 부각하는데는 그리 큰 성과가 없다. 그리고 후계자를 둘러싼 자식들의 다툼에 그가 큰 상처를 받은 부분에선 그냥 기존 사료를 그대로 받아쓰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시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에선 이책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수양제 시절 반란군 하나 하나에 대한 서술이 자세하게 되어있고 전투의 진행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지도로 재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대한 당시 역사를 기술하는 면에선 이책을 따를 만한 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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