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지막 기회 - 세 대통령이 초래한 제국의 위기를 넘어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김석원 옮김 / 삼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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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 브레진스키는 카터 행정부에서 외교정책을 담당한 이후 학계에서 활동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한 저서를 여러권 냈고 그 분야의 권위자로 인식된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이책은 이전의 저서와 마찬가지로 냉전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전의 저서가 방향을 제시하는데 치중했다면 이책은 냉전 이후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아들 부시의 3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세계공동체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어떻게 망가졌는가를 회고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이책에서 저자가 회고하는 20년은 위기라는 말로 요약된다. 냉전 이후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하나가 된 세계를 리드할 유일한 국가였다. 어떤 국가도 미국만큼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더 중요한 것은 세계를 리드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막강한 실력과 의지를 가진 미국은 냉전 시절 동맹국들을 이끌면서 세계를 운영했던 것처럼 이후의 세계를 리드할 것으로 기대되었고 미국 자신도 그럴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미국은 그 기회를 망쳤을 뿐이라고 결론내린다. 이러한 평가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 기술하는데 이책은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다.

중국과 UN 대사를 지냈고 CIA국장을 지냈으며 레이건 시절 외교정책에 관여한 경력이 있었던 부시는 냉전 이후 세계를 관리할 적임자였다. 그리고 그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버지 부시는 소련의 갑작스런 붕괴로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을 능숙하고 신중하게 관리해냈다. 그리고 냉전 이후의 신세계질서에 대한 첫 도전이었던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치뤄냈다.

대단한 업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부시가 연이어 터져나오는 사건들에 휘말려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에 치여 거기에 매몰되었다고 진단한다. 부시 행정부가 했어야 할 일은 냉전이 시작될 때 트루먼 행정부가 했던 것처럼 세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셜 플랜과 같은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부시의 외교정책은 사건은 능숙하게 처리햇지만 전체적으로 세계질서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내용의 부재는 클린턴에 이어지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켰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가 재선되었다면 비전을 만드는데 착수했을 것이고 성공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비전의 부재에 따른 결과는 그의 후임자들을 두고 두고 괴롭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비전의 부재는 걸프전을 엉성하게 끝내게 해 이라크전쟁이란 쓸데 없는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고 보스니아 사태나 소말리아 사태와 같은 문제를 무시하게 하면서 세계질서를 불안정하게 하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한 문제는 외교학 학사이면서도 외교에는 무관심했던 클린턴에 의해 방치되었다. 그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그의 선거구호였던 '바보야 경제가 문제야'처럼 경제일 뿐이었고 그의 외교정책은 세계화 한 단어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클린턴이 외교를 안한 것은 아니다. 보스니아 사태를 마무리 지었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 진심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동기와 정책은 미국의 국내정치에 끌려다녔을 뿐이며 세계질서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비전에 관해서는 더더욱 한 것이 없었다.

그런 문제는 아들 부시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저자가 '글로벌 발칸'이라 부르는 중동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물려지면서 9.11 사태가 일어났고 그 재앙은 부시가 미국의 지위를 완전히 말아먹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은 냉전 시절의 유산인 대서양 공동체를 존중했다. 미국은 대서양 공동체를 이끌면서 냉전을 승리로 이끈 것이었고 대서양 공동체가 실질적으로 세계에 질서를 잡았던 것이다. 냉전 이후의 세계에서도 질서를 잡아줄 무게의 추는 대서양 공동체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은 대서양 공동체를 실체로 인정했고 공동체 내의 국가들을 존중하고 합의를 존중했다. 그러나 아들 부시는 네오콘의 근본주의에 휘둘려 미국을 제국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말을 함부로 하면서 일방주의적으로 행동했다. 그 결과 대서양 공동체는 심각하게 홰손되었다.

이상은 이 시기를 다루는 다른 책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이책이 다른 부분은 결론에 해당하는 마지막 챕터이다.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레이몽 아롱의 말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강대국의 힘은 그 강대국이 이상을 위해 일하기를 멈춘다면 쇠약해질 것이다."

하나로 묶인 세계에 질서를 줄 수 있는 능력은 미국 밖에 없다. 미국의 리더십이 망가졌다지만 아직도 미국외에 리더십을 발휘할 국가는 없다. 문제는 힘으로 리더십이 발휘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냉전 시절처럼 냉전 이후에도 미국의 리더십이 의지할 기초는 이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내용은 냉전 시절의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이름을 '인류의 존엄성'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이책은 특출나지는 않다. 냉전 이후 외교사를 정리하는 부분은 나름 요점을 잘 정리하고 있지만 다른 책들보다 더 뛰어나지는 않다. 그렇다고 결론에서 제시하는 전망이 구체적으로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이책의 알맹이는 결론부분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세계정세를 잘 요약하고 있고 그 정세에 따라 미국의 정책이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잘 정리하고 잇으며 그 정책의 기초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전체적으로 이책의 뼈대는 요령있게 잘 만들어져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뼈대에 붙이는 살이다. 외교사를 정리하는 부분은 적은 분량에 그림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을 것같다.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한 글로서는 이책 이상을 기대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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