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한국은 어디로? - Why Japan? Where Korea?
김영기.문병도 외 지음 / 홍익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이 몰락해가고 있다는 것은 일본전문가 사이에선 거의 컨센서스에 가깝게 되었다. 근래 나온 일본경제에 관한 서적들은 일본에서 나온 것이건 일본 밖에서 나온 것이건 잃어버린 20년을 말한다.

왜 일본이 이 지경이 되었는가에 대해선 대체로 비슷한 지적들을 말한다. 버블붕괴와 함께 시작된 잃어버린 10년은 소자고령화, 더 정확히는 노동인구의 감소와 겹쳐지면서 일본경제의 동력을 없애버렸고 2010년, 버블붕괴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경제는 축소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을 걱정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근본원인은 인구학적 원인으로 경제의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더욱 키운 것은 현실에 대한 어설픈 대응때문이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그리고 그 어설픈 대응에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막은 오만이 있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이책의 도요타 사태부터 시작한다. 도요타 사태의 근원에는 세계의 정상에 올랐다는 오만에서 정상에 오르게 했던 초심을 잃어버리고 소비자와 시장에 오만했기 때문이었다고 이책은 말한다. 성공이란 실적이 몰락을 부른 것이다.

도요타만이 아니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어지는 챕터에서 긴자 세이부 지점의 폐쇄를 다루면서 저자들은 마찬가지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오만이, 현실이 아니라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몰락을 불렀다고 말한다. JAL의 파산 역시 정치권과 노조의 이기심 때문에 현실을 보지 않았던 오만에 희생되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현직기자들 답게 이책의 저자들은 저널리스틱한 문체로 일본의 문제들을 위에서 언급한 도요타, 세이부 백화점 폐점, JAL 도산과 같은 사례 하나 하나를 기술해가면서 무엇이 문제였나, 왜 일본이 현실을 직시할 수 없었는가를 보여준다. 사실 이책의 논지 자체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일본관련 서적들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들을 다루면서 사례들 속에서 논지를 생생하게 서술한다는 점이 이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책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파고드는 2/3 분량까지는 독창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널리스트들의 장점을 잘 발휘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뒤에서 일본은 이대로 쓰러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분은 상당히 피상적이다.

저자들은 일본이 위기를 겪으면서 미래를 위해 대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일본이 미래가 없는 나라는 아니라고 말한다. 위기를 장기간 겪으면서도 R&D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왔던 점과 신재생에너지에 오래전부터 투자한 것처럼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점을 든다. 그리고 노무라증권이 리먼브러더스의 해외부문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점을 들면서 일본이 지금도 해외투자와 라이선스에서 국제수지의 70%를 올린다는 점을 들면서 일본이 앞으로 해외투자를 통해 활로를 열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적절하게 보인다. 그러나 책의 앞부분과 달리 구체적인 사례와 논리를 강화하는 논거에서 약하다. 책의 완결성에서 부족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결론부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책을 평가할 때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일본의 문제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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