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 빚내서 파티 즐기는 한국경제의 심층 진단
송기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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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예측이란 쉽지 않다. 거의 점치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버블이 있는가 없는가를 아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그린스펀이 얼마전 투덜거리면서 한 말이 그것이기도 하다. '버블은 터져봐야 안다'

이책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묵은 버블논쟁에 관한 것이다. 버블논쟁이 가장 치열했던 때는 이번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던 2008년 무렵이었다. 모기지 대출의 부실로 미국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국내의 모기지 대출도 만만치 않은데 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IMF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모기지 대출은 미국과 다르다면서 버블이 터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었고 지금 그 결과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유동성이 과다하게 풀려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책이 쓰여질 시점에서 800조에 달한다.

이 유동성이 어디서 나온것인가? 그리고 그 유동성이 어디로 가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가 이책의 주제이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 유동성은 대출팽창에 의한 것이다. 미국의 버블이 키워진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선 버블이 터지면서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는데 한국은 위기 이후 그 유동성이 더 빨리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또 다시 모기지 논쟁인가? 그건 아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부가 부동산 폭등에 DTI, LTV를 조여 대응했듯이 한국의 모기지가 건전한 이유는 참여정부때 도입된 그 규제 때문이다.

저자는 특이한 사실을 제시한다. 중소기업 대출이다. 대출로 공급된 유동성의 반은 가계대출로 나갔고 반은 기업으로 나갔다. 그 반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갔으며 위기 이후 그 금액은 대폭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자금난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이자도 못내는 수준이다. 그런데 은행은 왜 대출을 해주었을까?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서 담보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저자는 위기가 중소기업부문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선 침묵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산시장의 상승랠리를 유동성이 키우는 버블로 본다. 충분히 일리있는 논리이다. 지금의 상승세는 실물경기와 상관이 없이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그 돈의 힘으로 부푸는 것이라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이나 미국식의 위기가 올지는 의문이다. 우선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설사 저자의 말대로 거기서 거품이 터진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거대한 파급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면 주식시장은? 저자가 이책을 썼을 때도 지금도 주가는 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정도이고 연말까지도 그 정도라고 대부분 예상한다. 그 수준에서 거품이 있더라도 얼마나 큰 영향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저자의 예측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기 위해 동원하는 자료는 눈여겨 볼만한다. 저자는 IMF와 같은 국제기구나 한국은행의 보고서들과 같은 1차자료를 동원하고 있고 그 자료들을 상당히 설득력 있게 재해석한다. 이런 자료동원력과 분석력은 사실 경기예측에 필수적인 자질이다. 그러나 대개 국내저자들이 내는 책들이란 것이 그런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최소한 이책의 저자는 성실하게 기본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성실한 자세에 그치지 않고 그 자료를 분석하면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도 성실하다. 이런 류의 논의에서 눈 여겨 볼 것은 결론이 아니다. 결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어떤 근거로 어떤 논리를 전개하는가 하는 과정을 눈 여겨 보는 것이 좋은 자세이다. 결론만 얻는다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개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책은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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