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유혹 2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에바 헬러 지음, 이영희 옮김, 문은배 감수 / 예담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이책의 전체적인 특징에 대해선 1권의 리뷰에서 언급했다. 2권에 대한 리뷰에선 몇가지 부가적인 특징을 덧붙인다.

이책의 기본적인 입장은 컬러의 물리적 특성이나 인간의 어떤 심리적, 생물학적 특성으로 부터 컬러의 의미가 부여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빨강이 피의 색이고 불의 색이고 따듯한 색이란 물리적 특징 때문에 문화권마다 비슷한 의미가 부여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책의 기본 입장은 컬러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드는 예 한가지는 소위 베이비 컬러이다. 분홍은 여자애 하늘색은 남자애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은 역사가 짧다는 것이다. 1차대전이 끝난 이후로 거슬러 올라갈 뿐이다. 이전까지 빨강은 남성의 색이었고 작은 빨강인 분홍은 남자애의 색이었다. 파랑은 여성의 색이었고 작은 파랑인 하늘색은 여자애의 색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종전 이후 의복개혁이 시작된 후 세일러복이 남자아이들의 옷이 되었고 세일러복의 염색에 많이 쓰인 값싼 염료 인공 인디고가 쓰이면서 하늘색이 남자애들의 색이 되었고 상대색인 빨강의 작은 색 분홍은 여아들의 색이 되었다.

그외에도 저자는 색의 계급적 지위를 결정한 것은 염료의 가격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컬러의 사회적 결정을 보여준다. 보라색이 로마시대 황제의 색이었던 것은 원료가 되는 달팽이 수백만마리를 잡아야 한벌을 염색할 수 있었던 것에서 가격이 결정한 것이고 빛나는 순수한 빨강을 얻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비싼 아랍산 벌레를 잡아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빨간 의복은 귀족의 색이 되었다. 그외에 갈색, 회색, 순수하지 않은 파랑이 천대받은 것도 염색의 문제였다고 밝힌다.

이런 입장에서 저자는 색채치료라는 것의 효과를 매우 의심스럽게 본다. 심리적 의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색의 물리적 성질과 인류 공통의 경험에서 색에 부여되는 1차적 의미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시면서 너무나 많은 의미가 그러한 객관적 특징과는 다른 사회적 요인에 의해 우연적으로 결정된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색의 의미들은 무엇인가? 그것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독일사람에게 설문조사를 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문제가 생겨난다.

그러나 슬픈 이유 때문에 이책의 내용은 상당부분 우리나라에서도 유효하다. 지금의 한국의 문화를 규정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전통이 아니라 지난 200년동안 형성된 유럽의 문화라는 것이다. 컬러의 의미 역시 상당부분 유럽문화의 의미에 따라 생각할 정도가 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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