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제일 교귀발
하오루춘 지음, 문은희.김남희 옮김 / 왕인북스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이책이 다루는 교귀발은 우리나라 사람에겐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중국에선 그렇지 않다고 한다. 사실 본인도 서점에서 두툼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책의 표지에 '올바른 부자가 되고 싶은 이들의 필독서'란 말이 적혀 있지 않았다면 이상한 소설책으로 생각하고 손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책이 다루는 교귀발은 명청시대 중국상계를 주름잡던 진상(한위조 3진이 있던 산서성 출신의 상인이란 말) 중 10대가문의 하나인 교씨가문의 창업주이다. 교귀발이 일으킨 교씨가문과 함께 진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교씨가문 전에도 진상은 있었고 흥성했었다. 그러나 이책이 다루는 교귀발은 성실과 신용 의리란 유가적 가치를 중시하던 진상문화를 대표하는 상인으로 진상을 대표하는 상인이다. 

교귀발은 10살이 되기 전 부모를 잃은 무일푼의 가진 것이란 몸 하나뿐이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기에 외가에서 무시당하고 가난하기에 애인을 뺐기면서 돈을 벌어야 겠다는 결심으로 상계에 뛰어들기로 한다. 당시 진상중 가장 잘 나가던 상회에 2년간 일하면서 몽고와 청나라간의 무역흐름을 알게 된 교귀발은 큰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몽고와 청나라 국경에 새로 떠오르는 지역을 거점으로 택해 사업을 시작한다. 처음 외가에서 배운 콩나물과 두부장사로 시작해 돈을 모으고 국경의 길목이 되는 교통요지를 골라 여관과 말먹이상을 세워 입지를 선점한 후 곡물가격이 풍년과 흉년에 따라 요동치는 것을 예측, 입도선매를 하는 곡물선물사업을 생각해내 큰돈을 만진다. 이후 그의 사업은 한가지 전문분야에 국한된 당시 상인들과 달리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내부에서 키워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 지금의 기업조직형 사업으로 확장해 누대에 걸친 사업기반을 완성한다. 

교귀발은 일본의 이나모리 회장이 말하는 인생의 방정식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인생의 성공 = 가치관*노력*재능 이란 방정식을 통해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를 말한다. 교귀발은 재능이 있었다. 무역의 흐름을 읽고 어느 지역이 앞으로 떠오를 지역인지 볼 수 있었고 곡물선물이란 사업을 생각해내는  등 상인으로서 뛰어난 감각이 있었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교귀발이 돋보이는 것은 그의 가치관이다. 사람이 상인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성실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에게 신용을 지키는 것은 상인으로서 성공하려면 당연하다. 상인은 돈을 잃더라도 다시 벌면 되지만 이름 즉 신용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교귀발은 상인은 의(義)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역로의 길목으로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해 진출한 곳에 이미 장사를 하고 있던 기존의 상인들이 신참경쟁자를 경계할 때 교귀발은 상점이 많을 수록 손님은 더 많이 오게 된다는 요즘의 상권개념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업아이디어를 상권을 키우기 위해 그들과 굥유한다. 이후에 그가 자리잡은 지역상권의 사실상 맹주가 되었을 때도 그는 지역상인공동체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서 지역상인들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전체상권에 필요한 투자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 이책을 구입했을 때는 두께에 지레 겁을 먹고 이걸 언제 다 읽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다 읽는데 일요일 하루가 걸리지 않앗다. 소설형식이라는 쉽게 읽히는 형식의 덕도 있지만 저자가 교귀발이란 인물은 물론 청나라 당시의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그리고 있기에 만들어지는 흡인력이라 생각이된다.  

출생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성공하고 실패, 재기 번창, 은퇴까지 한 거상의 일생을 보면서 나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릴까에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와 좋은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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