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보고, 영화찾아보고, 이제 기억의 저장고에조차 남아 있지 않아 어리둥절한. 오래 전 읽은 가스통 르루의 책까지 ....나의 휴가는 온통 오페나의 유령으로 가득찼다.

재상영을 한다면, 반드시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
그러나 그럴리 없지..지금은 2023년. 사람들의 인식은 이전에 비해 과감하고, 날카롭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가령, 유령은 억지로 여주인공을 납치한다. 사랑을 강요한다. 이건 요새 감수성이라면 범죄다. 해서 아마도, 이 작품은 상영되긴 어렵지 싶다.ㅜㅜ
그렇다고 해도 나는, 이 작품을 옹호하련다. 아니, 가스통 르루의 팬텀이 아닌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을. 옹호하련다.
그는 크리스틴이 노래하는 걸 듣고, 자신의 음악을 위해 크리스틴을 필요로 한다. 결국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한다. 자신의 외모를 그녀가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녀 또한 자유로웠을 수 있다. 책에서는 팬텀의 목소리가 너무도 아름다워 가면에 가려진 얼굴을 상상하며 계속 팬텀에게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맗한다. 그러나 얼굴을 확인한 이상 무섭고 진저리 쳐서 멀리 달아나려하기 때문에 팬텀은 크리스틴을 납치하거나 영원히 달아날 수 없도록 붙잡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외모라...외모...목소리는 천사의 그것인데, 외모가 괴물이라면?
쉽지 않네.
웨버의 영화는 전혀 책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티브는 적절히 차용했을 지언정, 성격과 인물이 새로운 창작물이다.
나는 웨버의 영화 속 팬텀이 좋다.
어렸을 때 세상으로부터 학대당하고, 오페라하우스를 은신처로 살 수밖에 없었던 팬텀이 어느날, 크리스틴이라는 천사같은 목소리를 만나,자신의 뮤즈로 점찍어 버린 것. 그리고 사랑을 갈구하지만, 흉측한 외모를 가리고서야 가능한 일. 노래를 부르는 그에 홀린 듯한 크리스틴의 모습이라니... 아름다운 목소리는 사람을 홀릴 수 있을까?
...
넋이 나간 듯한 크리스틴의 모습. 
그리고 웨버의 영화는 무엇보다 노래들이 일품이다. 하나같이 귀에 남고 흥얼거리게 된다. 몇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를 지경.
팬텀의 사랑은 사랑일까?
그리고 입맞춤, 편견없는 입맞춤은 괴물을 사람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것. 사랑을 갈구하던 팬텀은 그 입맞춤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일까? .
크리스틴이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도록 하고, 자신은 영원한 은둔자로 돌아간다...음악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 끝이야, 너만이 내 음악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는데...이제 모든 것이 끝이야 나의 밤의 음악...이라는 마지막 독백을 끝으로 그는 어딘가로 가버리는데.....크리스틴의 무덤가에 놓여있던 붉은 장미 한송이와 결혼반지....는 그가 평생 크리스틴을 그리며 어딘가에서 은둔하며 살았음을 짐작케 한다..
영화는 이렇지만, 원작은 다르다.
오페라의 유령은 나이가 무척 많을 것이다. 석공이었다고 하니...오페라 하우스가 지어질 때 무언가 관여한 듯하다.
크리스틴은 16살이고,
라울은 20살 청춘이다.
사랑할 나이다. 
결혼해서 평범하게 파리거리를 산책하며 살고 싶은 유령...
흉측한 외모를 하였을 뿐 아니라, 잔인하다...
살인도 한다...고문실도 고안해서 사람을 죽인다.
헉..이런 주인공....에 연민을 느낄 수 있으려나...책은 오히려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뭐 여튼....2주 동안 오페라의 유령에 사로잡혀 있었네..
.결론은 웨버의 영화 오페라의 유령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것.
뮤지컬은 찰나로 지나가버려, 인상만 남아있고, 전동석이 노래를 아주 잘하는구나 정도...눈이 나빠 주인공들의 표정이 잘 안보이기도 했고..여러모로..시간 예술답게 획 지나간 느낌이나..여러번 돌려본 영화는 가슴에 파고들었다..아...팬텀..팬텀....
조승우의 팬텀도 보고 싶었으나.....매진이라니..두달 전 이미 매진...


‘내가 자는 곳이오.‘ 에릭이 말했어요. ‘사람은 인생의 모든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법이라오. 심지어 영원한 잠까지도‘ - P2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의 루돌프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주에 가고 싶다.
내가 아는 제주는, 고요한 사람들의 섬.파도, 바람, 할매들이 있다.
왁자지끌하지 않고 오롯이 바람,바다, 순박한 해녀...
이게 도시인이 생각하는 제주

그러나 언제부터 그곳이 망가지고있다는 소리가 넘친다.

돈,이야기는 하고싶지 않다.
그냥 오롯이, 이렇게 제주를 떠나온 사람이, 가끔 고향 찾아가서 쉬고 오는 이야기, 할망이야기, 곰베국 이야기,물질하는 이야기를,눈으로 본다.
아마도.내가 떠나 온 고향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 그 어떤 연결고리도 남지 않은 그곳.
그림이 좋아서, 따뜻해서, 나는 내가 두고 온,이제 아무 것도 없는 그곳과 떠난, 사람을 그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움직임의 뇌과학 - 움직임은 어떻게 스트레스, 우울, 불안의 해답이 되는가
캐럴라인 윌리엄스 지음, 이영래 옮김 / 갤리온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히 알고 읽어온 내용이지만 최신 연구결과를 디미니 압축적이면서 설득력이 있다.
뇌와 몸은 별개라는 이원론적 사고는 이제 서서히 뒤로 물러나는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인간의 아주 깊은 역사 - 생물과 인간, 그 40억 년의 딥 히스토리
조지프 르두 지음, 박선진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연 최고의 책!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끼고 아는 존재를 읽고 나니 조지프 르두의 이 책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지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풍부하고도 세심한지 새삼 알것 같다.
감정이 왜 인간에게 독특하고도 고유한지를 왜 하필 그토록 먼 과거, 지구가 생긴 후 약 15억 년이 지난 어느 시기 생명의 시초가 꿈틀거리던 그때까지 가야만 하나 싶었던 의아함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
아름답고, 지적이다.
서술도 쉽다.다양하고 확고한 과학적 증거가 신뢰를 주면서, 우리 인간존재의 수수께기에 해답을 주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체국 아가씨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전, 반핵, 양키 고우홈


오래전 일이다.

그때는 영문도 모르고, 이런 구호들을 따라 했다.

서울 아닌 지방에서 나고 자라고 고등학교도 제2의 수도에서 다녔건만, 나는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쑥맥이었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옳은 것으로 믿고 자란, 흔한 학생.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구호라니.

분위기에 흽쓸려서, 시절을 거스를 수 없는 환경의 산물로서 그리고 뭔가 불의에 항거해야 할 것 같은 시대에 부응하느라고, 

나의 대학시절은 그렇게 구호로 도배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척없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나 했던가? 깊은 사고의 결과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정열의 표효도 아니고, 


그리고 나는 생활인이 되었다.


북한이 쏘아대는 무슨 미사일인지 뭔지, 정확하게 명칭도 모르지만, 뭔가 지금 상황이 이전에 비해 위험하다는 건 알겠다. 그리고 작년에는, 대명천지에 러시아가 이웃나라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우리는 무슨 한미일 합동 뭔가를 한다고 하지 않은가...무섭다. 

이런 와중에 나는 이 책을 읽는다.


우체국 아가씨와 그가 만난 남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냥저냥 중산층 그 누군가로 살아갔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전쟁은 이들의 삶,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저냥한 삶을, 뭉개버린다.  꿈을 앗아갔고, 풍족함을 빼앗았고 젊음을 훼손했다.


전쟁이 끝나고 6~10년이 흐른 시기이건만,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는 질기고 끈질지고, 죽음보다 나을 것이 없다. 순진한 국민들을 꼬드겨 전쟁터로 내몬 고위 공직자, 그 누구도 이들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ㅜ

그래서 그들이 감행한 건?


슈테판 츠바이크가 죽고 나서 발견된 작품이라고 한다. 

미완성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이 정도의 끝맺음도 충분히 완성적이다.


더 무엇이 필요하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3-07-25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레사님까지!!! 벌써 몇 분의 알라디너의 칭송을 받는 작품인지! 책 표지가 얇아서, 들고 다니며 책 읽는 저는 이 소설만큼은 실내에서 얌전히 한 장소에서 읽어봐야겠다 하고 있습니다! 완성적인 명작에 기대를 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