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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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치 금단현상처럼 마음이 떨렸다..앗, 이제 읽을 책이 없네...왜 아직 주문을 안했지? 하다가, 참..'불쌍한 캐럴라인'이 있었지하면서 안도했다.


그러나, 밤에 자기 전 읽을 책과 출근하면서 잠깐 전철에서 읽을 책은 다르므로, 책을 고른다.

나는 사 놓고 안 읽는 책을 보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화가 나서 되도록 읽을 만큼만 사는 축이다. 그러다보니 가끔, 이런 사태가 벌어지네.

두권의 책 사이에서 망설인다..

창조적 유전자와 진보와 빈곤



"부패한 민주정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인물에게 권력이 돌아간다. 정직성이나 애국심은 압박받고 비양심이 성공을 거둔다. 최선의 인물은 바닥에 가라앉고 최악의 인물이 정상에 떠오른다. 악한 자는 더 악한 자에 의해서만 쫓겨날 수 있다. 국민성은 권력을 장악하는 자, 그리하여 결국 존경도 받게 되는 자의 특성을 점차 닮게 마련이어서 국민의 도덕성이 타락한다. … 부패한 민주 정부는 결국 국민을 부패시키며,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중


이 문장을 발견하고 나서 진보와 빈곤을 장바구니에 안 넣을 수가 없었다. 

현재의 상황을 이토록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책이라면, 당장이라도 사서 봐야지 싶은 마음.

헨리 조지는 토지공산주의자라고 알고 있었고, 그의 책을 읽은 적은 없다. 

아주 아주 오래 전, 부활의 네흘류도프가 자신의 토지를 포기하는 장면에서 헨리 조지의 논문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그의 이름을 들었고, 찾아본 기억이 있다. 사실 너무 오래 전의 이상적 가치이거니, 그래서 현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낡은 이상주의적 관념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이 대목을 읽으면서..아니, 이건 지금의 현실에 너무 딱 맞는 진단이 아닌가...무릎을 쳤다.

너무 답답하던 차에, 누군가 바보야 문제는 민주주의의 부패야..하고 답을 딱 가르쳐준 격이랄까?


어제 저녁에 다 읽은 나이가 든다는 착각은, 사실 큰 임팩트는 없다.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남는다. 

나이가 든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세포가 제 기능을 조금씩 잃어간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않는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하느냐의 문제는 문화적, 사회적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저자가 하는 말이라고 이해했다. 물론 다양한 실험과 연구결과를 언급하고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내 주름살이 주름살이 아닌건 아니다. 다만, 늙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적인 것이 아닌 긍정적인 것, 이를테면, 연륜이 쌓이면 메타인지는 더 좋아지고, 뇌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나이가 들면 패턴 인식은 더 좋아지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운동능력이 쇠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놀라운 결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기억력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진짜인가? 의심이 드는 나도 연령차별주의자이겠지? 

일본의 노인에 대한 존경 문화가 장수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아닌가하고 제시하는 증거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정도의 동의는 되지만,확신을 주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생각해 보니, 정년을 늘이는 것에 프랑스 사회는 반대한다지? 그건 노동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의미일까? 

그런데 미국의 노인차별반대 운동진영은 정년을 폐지하라고 하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대상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는데...일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된 나라에 살면서 이런 상반된 이야기를 들으면, 혼란스럽다.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인간이 점점 더 오래 사는 시대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더 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 존재의 의미를 숙고할 가치는 충분하다.

내 삶은, 그동안 어땠는지,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남을 것인지.

그리고 노인이 되어서도 삶을 여전히 활력있게,자발적으로 일하면서..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도 가지게 되고..연령차별..이라는 용어도 알게 되었고..

주변에 존경하거나 롤모델이 되는 노인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긍정적 나이 인식에 도움이 될 것라면서...아무리 생각해도 없다..이게 문제다..나의 인간관계가 내 또래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관심갖고 볼 만한 노인이 없기도 하고, 노인 하면, 뭔가 잘 흘리고, 잘 안씻고, 젊은애들 훈계나 하려들고, 자신의 생각을 마구 강요하고, ...어버이연합 같은.....그런 노인들만 떠오른다.

하지만, 또 궁리해 보니, 최재천 같은 노인학자도 있다. 그 분의 생활은 내가 모르지만, 적어도 언행일치의 모습, 여성을 존중하는 태도, 약한 존재에 대한 배려, 자연과 우주에 대한 폭넓은 사유 그리고 사회에서 받은 것을 다시 되돌려 주려고 하는 선한 영향력, 무엇보다 조곤조곤하고 설득력있게 말하는 솜씨.....(ㅋㅋ 최재천 샘 광팬인가 싶을 정도군...)

그리고 또 없나? 없네..ㅜㅜㅜ일단 롤모델이 될 만한 노인 한명 더 생각해 보기를 나에게 숙제로 준다...고 하면서 이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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