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아파도 힘껏 살아가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주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삐삐를 부르는 상냥한 소리,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소리~ 삐삐를 부르는 ~~~


내 기억속의 삐삐가 나타났다.

사람 친구들 이름이 아니카와 토니였나? 

생각해보면 내가 어릴적 TV는 정말이지 꿀단지였다.온갖 재미난 만화, 재미난 어린이드라마, 재미난 영화를 많이 해 줬으니

지금?

지금은 글쎄 나이가 들어서 들여다보는 TV는, 다를 터이다. 어릴 적, 맑고 산뜻한 어린이의 뇌에게는 모든 게 재미있고 신기하고 새로울 테니까


그렇게 삐삐가 나에게 중년의 나에게 소환되었다.

조울병이란 즐거웁지 않은 병명과 나란히 만들어진 제목으로.


이제 나는  이주현이란 기자를 좀더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페북 사진은 표정이 너무 맑아 살짝 질투가 날 정도였고, 다정한 이모같았고, 여행을 제법 다닌 국제부 기자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혼자 감당하기에 무거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러낼 용기를 가진 이이기도 하였구나.

..

삐삐 언니에게 박수를, 그리고 외롭지 않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어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다보니, 어제 다 읽었다. 물론 주말이 끼어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의 많은 일상적인 부분들이 흐트러진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는 이야기.


무너진 일상, 갑갑함, 무료함까지 한꺼번에 닥쳤다. 재택이 체질에 안맞아 쭈빗쭈빗 출근하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일이 손에 안잡히고, 헤매는 날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 나는 참 게으른가?

정말이지 주말 내내 아무것도,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오로지 자다가 먹다가 책만 읽었다.

책도 뭐 건성건성, 가끔 음악을 듣긴 했다.

갇혀 있는 건 아닌데, 갇힌 것에서 오는 조급함, 답답함까지, 너무 답답해서 앞 베란다에서 뜀뛰기를 했다.

그리곤 한 인생에 대해, 그리고 그 인생과 관계를 맺은 또 다른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했다.

도어,

신형철 평론가가 세번이나 읽었다지만, 솔직히 고백한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

에메렌츠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무엇인가?

나에게는 그 성격형성이 어려웠다.

책을 읽으면, 주인공이 나오고 주인공의 성격에 나름 몰입하게 되고, 그 성격의 전체를 대충이라도 그리면서 읽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작품의 에메렌츠는 도무지 나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보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어떤 인물이다라고 파악이 안된다고나 할까.

이런 경우가 좀 있긴 했다.아고타 크리스토프...라는 작가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란 작품도, 그런 느낌이었던가?


도어....문....그 너머로 가야하지만 갈 수 없었다....

도어,...문,,,열려야 들어올 수 있는데.....

꿈이었고,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칠 내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왜? 꿈이니까..

한 존재와 맺었던 신뢰, 사랑, 인간으로서의 관계...그런 것들에 대해 .....타인과 맺을 수 있는 관계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내 속의 어디까지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지...누군가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지....신뢰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이며, 인간이 존엄을 잃은 후 할 수 있는 일이란, 죽음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하는.

뒤죽박죽인 생각들이 뒤죽박죽 튀어나온다..


에메렌츠, 당신의 성격, 당신의 생...당신의 행동...그 어느 한가지도, 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문지작가선 7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읽은 작품들이다.
그런데도 새롭다.
기억의 임의성...이라고나 해야 하나. 소설은 무엇인가? 다시금 묻게 되는 순간이다. 나는 소설을 읽는 자로서,이것이 도대체 내 인생과 무슨?이라고 말해야 하나? 진지해지는 몇 안되는 시간, 생각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타인에게 공감하는 또 다른 시간.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너무 감정이입을 했나보다. 환각의 나비도...무엇인지 모를 어떤 것이 나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그게 무엇인지 한참, 생각해 본다.
최근에 다시 근시로 돌아오고 있다. 17년간 안경 없이 살았는데, 다시 2017년 2월부터 다시 끼었다.
불행한 느낌이었다. 다시 안경이라는 세상과 나 사이의 매개물이 있어야 한다니. 그리곤..지금 나에게 보여지는 세상은 실재하는 것과 동일한 것일까? 안경의 렌즈가 술을 부리는 건가? 어쩌면 나는 평생 세상의 진면목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지도 몰라.
쓸쓸한 생각으로 우울했다.
"어디 끼여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의 당신이 말했지..그 말이 오늘 문득, 나에게 던져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주일 간격으로 두 권의 책을 구매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번갈아 읽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종종걸음으로 달리다시피 걷는데, 조그마한 체구의 신입 뒷통수와 마주쳤다. 슬그머니 어깨를 건드렸는데 화들짝 생각 외로 반응이 컸다.


게임에 열중하느라 놀랐단다..허걱..게임이라니..그것도 걷는 중에? 나야말로 그 대답에 놀랐다.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출근길 거리에서 걸으면서 게임을 하다니, 나의 문화권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문화가 다르군....그러곤 약간의 경멸감을 ..느낀 나자신에 또 놀란다. 아니 내가 편견이 심하구나..


요즘 계속 나자신의 경멸감에 나 스스로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미워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얼마나 근사할까..얼마나 좋을까...


박완서는 굳이 "여북해야"라는 말을 썼을까? 오죽했으면..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이상하게 그 말이 자꾸 의식되네.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는 책이 나오던 해에 사서 곧바로 읽었다. 그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 되었다. 이번 작품은 잘 모르겠다. 각각의 단편들이 <주정뱅이>처럼 하나의 모티프로 연결되어 있진 않다.각양각색의 사람들, 처지, 사건,.....그 끝엔 역시, 우리는 왜 사는가? 어디에 서 있는가?인가?

권여선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양한 군상을 통해 보여준다. 안녕 주정뱅이가 어떤 공통 비감에 쌓인 배경음악을 깔고 각각의 이야기를 끌고 갔다면, 이번 책에서의 각 이야기들은, 각자의 배경음악, 그러나 어딘지 단조를 닮은, 배경음악을 깔고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느낌.. 아 어쨌든 안녕 주정뱅이는 최고라는 말을 다시 하는 거다.ㅎ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나도 나름 마스크를 쓰고 말을 삼가고, 손을 자주 씻는다.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걸어나와 각 대륙으로 삶의 반경을 넓히면서, 그리고 인간 존재가 서로 모여살기로 한 이상, 감당해야 할 다종의 숙명 중의 하나가 전염병이란 것이 아닐까 싶다.

숲속에 혼자 또는 동굴 속에 홀로 살 것이 아니라면, 다 같이 감당해야 할 공동의 과제 같은 것.

해서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일단 물리치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정쟁의 도구, 정치적 공세에 빠져 있는 집단이 있으니...미혹되는 무리들도 있고

어떤 과학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과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제자들에게 ,과학자가 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 것 같다고.그게 자신의 사명이라고.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작은 교훈 중에 하나라면, 바로 그 과학교사가 성찰한 내용이 아닐까. 

권여선의 아직 멀었다는 말...을 다 읽고 박완서의 예전 작품선을 다시 읽으면서....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약한 우리가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은, 아마도 이런 반성과 성찰, 덕이 아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테레사 > 커피의 재발견!

이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어 버렸다...물론 내게 하룻동안 허용된 양은 기껏 한잔..남짓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