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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
서보 머그더 지음, 김보국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11월
평점 :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다보니, 어제 다 읽었다. 물론 주말이 끼어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의 많은 일상적인 부분들이 흐트러진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는 이야기.
무너진 일상, 갑갑함, 무료함까지 한꺼번에 닥쳤다. 재택이 체질에 안맞아 쭈빗쭈빗 출근하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일이 손에 안잡히고, 헤매는 날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 나는 참 게으른가?
정말이지 주말 내내 아무것도,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오로지 자다가 먹다가 책만 읽었다.
책도 뭐 건성건성, 가끔 음악을 듣긴 했다.
갇혀 있는 건 아닌데, 갇힌 것에서 오는 조급함, 답답함까지, 너무 답답해서 앞 베란다에서 뜀뛰기를 했다.
그리곤 한 인생에 대해, 그리고 그 인생과 관계를 맺은 또 다른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했다.
도어,
신형철 평론가가 세번이나 읽었다지만, 솔직히 고백한다면, 나는 잘 모르겠다.
에메렌츠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무엇인가?
나에게는 그 성격형성이 어려웠다.
책을 읽으면, 주인공이 나오고 주인공의 성격에 나름 몰입하게 되고, 그 성격의 전체를 대충이라도 그리면서 읽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작품의 에메렌츠는 도무지 나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보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어떤 인물이다라고 파악이 안된다고나 할까.
이런 경우가 좀 있긴 했다.아고타 크리스토프...라는 작가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란 작품도, 그런 느낌이었던가?
도어....문....그 너머로 가야하지만 갈 수 없었다....
도어,...문,,,열려야 들어올 수 있는데.....
꿈이었고,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칠 내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왜? 꿈이니까..
한 존재와 맺었던 신뢰, 사랑, 인간으로서의 관계...그런 것들에 대해 .....타인과 맺을 수 있는 관계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내 속의 어디까지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건지...누군가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지....신뢰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이며, 인간이 존엄을 잃은 후 할 수 있는 일이란, 죽음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하는.
뒤죽박죽인 생각들이 뒤죽박죽 튀어나온다..
에메렌츠, 당신의 성격, 당신의 생...당신의 행동...그 어느 한가지도, 실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