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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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간격으로 두 권의 책을 구매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번갈아 읽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종종걸음으로 달리다시피 걷는데, 조그마한 체구의 신입 뒷통수와 마주쳤다. 슬그머니 어깨를 건드렸는데 화들짝 생각 외로 반응이 컸다.


게임에 열중하느라 놀랐단다..허걱..게임이라니..그것도 걷는 중에? 나야말로 그 대답에 놀랐다.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출근길 거리에서 걸으면서 게임을 하다니, 나의 문화권에서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문화가 다르군....그러곤 약간의 경멸감을 ..느낀 나자신에 또 놀란다. 아니 내가 편견이 심하구나..


요즘 계속 나자신의 경멸감에 나 스스로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미워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얼마나 근사할까..얼마나 좋을까...


박완서는 굳이 "여북해야"라는 말을 썼을까? 오죽했으면..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이상하게 그 말이 자꾸 의식되네.


....권여선의 <안녕 주정뱅이>는 책이 나오던 해에 사서 곧바로 읽었다. 그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 되었다. 이번 작품은 잘 모르겠다. 각각의 단편들이 <주정뱅이>처럼 하나의 모티프로 연결되어 있진 않다.각양각색의 사람들, 처지, 사건,.....그 끝엔 역시, 우리는 왜 사는가? 어디에 서 있는가?인가?

권여선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다양한 군상을 통해 보여준다. 안녕 주정뱅이가 어떤 공통 비감에 쌓인 배경음악을 깔고 각각의 이야기를 끌고 갔다면, 이번 책에서의 각 이야기들은, 각자의 배경음악, 그러나 어딘지 단조를 닮은, 배경음악을 깔고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느낌.. 아 어쨌든 안녕 주정뱅이는 최고라는 말을 다시 하는 거다.ㅎ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이다.

나도 나름 마스크를 쓰고 말을 삼가고, 손을 자주 씻는다.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걸어나와 각 대륙으로 삶의 반경을 넓히면서, 그리고 인간 존재가 서로 모여살기로 한 이상, 감당해야 할 다종의 숙명 중의 하나가 전염병이란 것이 아닐까 싶다.

숲속에 혼자 또는 동굴 속에 홀로 살 것이 아니라면, 다 같이 감당해야 할 공동의 과제 같은 것.

해서 이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일단 물리치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여전히 정쟁의 도구, 정치적 공세에 빠져 있는 집단이 있으니...미혹되는 무리들도 있고

어떤 과학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과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제자들에게 ,과학자가 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할 것 같다고.그게 자신의 사명이라고.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작은 교훈 중에 하나라면, 바로 그 과학교사가 성찰한 내용이 아닐까. 

권여선의 아직 멀었다는 말...을 다 읽고 박완서의 예전 작품선을 다시 읽으면서....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약한 우리가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은, 아마도 이런 반성과 성찰, 덕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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