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씨의 결혼 서문문고 178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 서문당 / 197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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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뒤렌마트의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 읽은 적이 있다. 내딴에는 번역된 모든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어딘가 미처 만나지 못한 어떤 미지의 작품이 남았을 수도 있다.
여튼,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늘 그렇듯이 좋은 책들을 만나는 것도 운이다.
평생 좋은 책을, 만나고 읽고, 그런 생각을 하면 설렌다.
이런 인생에서도 설렘이 남아 있다니,

도처에 넘쳐나는 불의와 분노, 혐오와 갈등, 분열의 세계에서, 여전히 설렘이 남아있다니, 아이러니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프로젝트 헤일메리.
좀 독특한 작품이다.
절대 고독이 존재할 것 같은 우주의 어느 곳, 한점 같은 곳에서, 어떤 존재를 만날 수 있다는 상상...
그리고 인간의 감정 중 가장 따뜻하면서도 드문 감정을 느낀다는 설정...
물론 굉장히 어렵다. 거의 서술 자체가 과학적 방법, 과학적 도구, 과학적 이론...이라고 느껴질 수 있으니.
어떤 페북 친구가 매월 읽은 책 리뷰를 올린다.
오늘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거의 열권 이상을 읽네..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물론 이 분은 전문 서평가이긴 하지만.
물리적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그냥 이 사람은 하루 종일 책을 읽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약간 질투를 느꼈다. 선망과 질투 사이...부러움과 시기 사이에서 왔다 갔다 했다.
나는 늘 질투를 느낀다.
세상에나..질투의 화신이라니..
질투라니...질투...도대체 질투란 감정은 왜 진화한 건가?
왜왜왜?
이토록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가 말이다.

여튼 미시시피씨의 결혼을 서재친구가 다 읽었다고 뜨는 북플 뉴스피드 덕에 이런 저런 생각이 이어진다.(나 항상 왜 이러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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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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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에게 나는 늘 후하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이 다 평균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책이 나온 직후 샀다.뭐 이런 대단한 신인이라니 했던.
최근에 작품을 안내고 있나? 바깥은 여름 산문집 이후 읽은 기억이 없네.

늦었지만, 다시 김애란의 시절이 오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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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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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글쓰기는 당혹스럽다.어디까지 자전이며 어디까지 작-그야말로 지을 작-인지.
그러나 이 책은 일기다.스러져가는 노인여성 아니 어머니..아니 미래의 나에 대한 병상일기다.
나는 어머니...엄마..라는 말앞에서..할 말을 잃는다.

아직은 그 주제에 대해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어쩌면 내가 죽을 때까지도..ㅜ

그저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은 어떤지,기웃거리면서,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엇그제 아는 분의 노모께서 운명하셨다.
나도 모르게 그분과 내 나이를 셈하면서, 나보다 8살이 많으니 적어도 8년은 더 어머니를 보셨구나..하면서 그분을 부러워하는 나를 느꼈다.
내가 이렇다.
누군가의 슬픔보다 나를 견주며 셈을 해보는 나라니.

‘‘미쳐돌아다닌다해도 살아있기를 바랐다‘‘는 아니 에르노의 진심,이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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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짐 열린책들 세계문학 266
조셉 콘래드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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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열대야는 인내를 시험하는 것 같다. 인간의 혹은 이 한반도에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인내심..같은 거 말이다.
동생은 버티고 버티더니 끝내 지난 주 수요일 에어컨을 주문했다.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며 자기라도 에어컨을 사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겠노라고 선언했는데, 결국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걸, 보여주듯, 열대야에 삶이라고 할 수 없는 나날들을 아흐레나 보내고서야, 두손두발 다 들듯, 백기투항했다.별로 더위를 안타는 녀석인데도, 이번 여름의 혹독한 더위에는 어쩔 수 없었단다.
그러나 문득 우리는 조용해진다.
우리처럼 마음 먹으면 살 수 있고, 전기요금을 걱정하긴 하지만, 내 생명이 먼져야 하면서 켤 수 있는 조건이 안되는 사람들은, 이 더위에 어떻게 살아낼까? 피할 수 없는 태양의 열기, 한밤중까지 남아있는 그 뜨거운 낮의 흔적들을 털어낼 수 없는 사람들, 이 분명히 우리 이웃에 존재할 것인데...
이제 더위와 추위는 생존의 문제인 것 같다. 에너지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같다.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으니까...그가 가난하든 부자인든. 적어도 너무 더워서 혹은 너무 추워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게 아닐지.

로드 짐을 마침내 다 읽었다.
더우니까 외려 더 집중이 잘된다고 해야 하나..일종의 오기같은 심리로 그래...한번 어디 겨뤄보자는 심정으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어 내려갔다.
지난 번 읽은 데가, 짐이 선원자격 박탈이라는 선원으로서 최악의 판결을 받고 난 직후였고,
이제 그 이후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느냐가 주된 줄거리이다. 짐은 파트나호라는 난파선에서, 개인적 고뇌, 양심의 가책, 선원으로서의 의무 이런 여러가지 심리적 갈등을 겪었다고 해도 어차피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간 선원이라는 불명예는 자신을, 그리고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관건은 이 사건을 알고 있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달아나는 것이었다.
어쩌면 자신으로부터도.
그래서 찾아간 곳이 말레이반도의 어느 섬. 오지 중의 오지. 그 섬을 방문한 백인은 짐이 두번째라고 하니...어쩌면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서 제대로 숨어든 것이 맞겠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곳에서 원주민들의 불신과 경계를 극복하고, 마침내 신임을 얻어 여차여차 해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잘 먹고 잘 살았다면?,로드짐이란 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자신의 불명예를 알고 있거나 언급할 수 있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었던 짐이라고만 해두자.

처음 이야기의 시작부터 섬으로 가기까지는 꽤나 지루하기도 하고, 무슨 천일의 야화도 아닌데 말로라는 선장이 이야기를 혼자서 계속 이어가는 것이 지루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야기는 흡입력을 가지면서, 점점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급기야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든다.
짐이,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이웃과 친구를 얻고, 신임을 받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이룬 뒤에, 어떻게 파멸하는지. 왜 그렇게 파멸해야 했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착가의 말이다.이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런 저런 말이 많았다고 하면서, 어떻게 한 사람이 저렇게 긴 이야기를 혼자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비평이 있었다며,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은 그런 비평이 수긍이 안된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명예, 인간에게 명예란 무엇인가...그리고 그것을 잃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보편적 물음인가.
...명예라..명예.(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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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열대야는,

 솔직히 견디기 어렵다. 에어컨바람을 쐬며 잠드는 것도 곤혹이다. 아직까지는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다. 두렵다.에어컨을 켜야 하는 시점을 맞게 되는 것이, 두렵다. 이 무더운 더위에는 속도감 있는 추리소설, 탐정소설이 제격인 듯하다. 그래서 말타의 매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품절이라네. 흠...그렇다면? 눈에 띄는 소설이 없다. 다만, 로드짐...이 책 읽으려고 책상 위에 빼 둔 것은 오래 전인데, 그간 잊고 있었다. 솔직히 좀 지루했다. 확 끌어당기는 맛은 없다. 조셉 콘라드...의 생김새 만큼이나 완고한 그 무엇에 따라 소설이 전개되는 느낌. (뭔 말이래?)

열대야에 지치고 땀으로 젖은 몸에서 열기가 가시지 않은 밤, 잠들기 전에 조금씩 더위를 참 듯, 그렇게 인내하며 읽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제법 재미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제밤에 읽은 대목은 이렇다.

선원 짐이 이제 막 재판에서 선고를 받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앞에 짐과 대화를 통해 그 문제의 밤에 도대체 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이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를 듣는다. 그리고 그 문제의 밤에 일어난 사건이 선원들에게 어떤 식으로 회자되는지도 듣는다.

짐에게 우호적이면서도 동정(이게 내가 파악한 갑정의 형태인데, 아닐 수도 있다)심을 갖고 있는 그조차도 인간의 말초적인 호기심에 못이겨 재판의 결과를 보러 간다. 판사는, 짐에게, 선원인! 짐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을 내린데, 선원자격 박탈!

선원이지만 선원의 자격이 사라진 짐을 기다리는 건, 협잡꾼 같은 노회한 선장이다. 한몫잡이 섬생활의 일꾼 감독자리에 짐을 고용(착취하려는 의도)하게 다리를 놔 달라는 그에게 화자인 선장이 버럭 화를 내긴 하지만.

전락한 짐을 기다리고 있는 남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열대야로 불리는 여름밤, 조금씩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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