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계를 버리기로 하였다.
어쩐 일인지 시계는 10시 20분에 멈춰 있었다.
프랑스 샤모니 근처에서 산 것이라고, 그는 부끄러워 하며 말했다.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 남자 넷이 프랑스 지방을 정처없이 떠돌수 있었던, 흔치 않던 호사를 자랑하던 그 8월의 여행.
정확하게 기억한다. 나는 그때 "팔월의 일요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팔월의 일요일들에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분간하게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미스 해비셤을 생각한다.
결혼식을 20분 앞둔 아홉시 이십 분 전, 공기의 순환도 시계의 초침도 화려한 순백의 웨딩드레스의 떨림도 그리고 여인의 생기 넘치던 심장 박동도, 바로 그 순간 멈추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