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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평점 :
해야 할일이 산더미 같은데, 손을 어디다 먼저 대야할 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지금이 딱, 그런 때다. 그런데 이건 뭔가. 노트라니...
아무튼, 페이스북이 일종의 공개된 일기장이라는 데 동감이다. 제일 처음 페이스북에 올라온 누군가의 글을 보고,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각외로 사적인 그러나 또 친구들과 그런 정도의 이야기는 나눌 수 있는 뭐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음...난 일기 따위를 쓰진 않을테다. 했는데, 역시나 나도 일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단상들을 적기 시작했으니.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장례식 이후 3주 동안 줄곳 잠만 잤다. 그야말로 잠만 잤다. 식사도 입에 점만 찍듯이 하는 듯 마는 듯, 그리곤 곧바로 침대로 미끄러져 들어가 잠만 잤다.
렉싱턴의 유령이다. 다시 그 대목을 읽는다. 여전히 어떤 지점에서는 선뜻, 다음 장으로 넘길 수 없다.
누워서 우연히 책장을 보다가 모로 누워 도무지 제목을 짐작할 수 없는 책들이 갑자기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권이었다. 다시 펼쳐 보았다. 여전히 렉싱턴의 유령은 기묘하다. 오컬트적이라는 해석이 붙긴 하지만, 예전에 지금 유행하는 용어로 말하자면 미드 중 하나였던 환상특급 같은. 취향으로 보자면 환타지나 호러나 미스터리 같은 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난 SF는 좋아한다- 그리고 토니 다키타니도 여전히, 좋다. 이건 뭐랄까...한겨울 아이스크림 같은, 차가움과 달달함을 한꺼번에 맛보는 느낌이랄까.
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며 대면하게 되는, 담담한 듯하면서도 울리는 자기만의 비밀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 비밀은 누구나 변주된 모양으로 하나씩은 있을 법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의식적으로 피하는 작가였다.
좀 솔직하게 말하면, 그 시절 좀 젠체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너도 나도 하루끼였고, 대형서점에는 아예 한코너를 따로 둘 정도였으니까. 해서 일부러 피하거나 무시했던 거다. 상실의 시대 이후 내가 하루키를 읽은 적은 없다. 이 책 역시, 토니 다키타니 때문에 손에 넣은 책이었다. 기대를 별로 안하고 펼쳤는데, 의외로 각각의 단편들이 산뜻했다.
다양한 글쓰기의 시도가 엿보이기도 하고, 각각의 단편들이 저마다 색채가 달랐으니까.
피츠제랄드의 단편집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 하루끼가 리츠제랄드의 작품들을 많이 번역했다고는 한다...흠..어쨌든...
노트에 이런 것들을 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