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펜로즈의 실체에 이르는 길 1을 읽고 있다. 

처음엔 좀 만만하게 보았던게 사실이다. 어쨌거나 그동안 물리학에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며 이것 저것 들추어 본 책이 꽤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적어도 용어는 이해하리라고 자만했던 것 같다(자만은 나의 독!). 

물론 로저 펜로즈를 이해하는 사람이 전세계에서 버스 한대 분량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긴 하였지만, 그래도 설마 싶었다. 

책의 두께는 이미 판단의 중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간의 독서를 통해 체득하였으나, 이번 경우에는 책의 두께가 주는 위압감 만큼이나 끔찍하게 어려운 수식이라니, 처음부터 현기증이 났다.  

수학을 통한 현대 물리학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 책이라는 취지는, 정작 어지럽고 어려운 수식의 나열을 보는 순간, 저 먼 우주만큼이나 달아나 버린다. 이제 겨우 16장을 읽고 있는데, 서문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낯익다고 생각할 만한 수식이라면 피타고라스 정리 정도라고 한다면, 그간의 책읽기를 너무 평가 절하하는 것일까? 실은, 리만이나 오일러의 식들은 겉핥기식이지만, 대충은 어느 책에서든 읽어는 보았던 것이다. 헌데, 막상 찬찬히 유도과정을 수학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사실은 거의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게 정직할 터이다. 해서 목차를 다시 훑어 보았다. 정녕 내가 따라가기가 수월한 장이 어디 한 챕터도 없단 말인가 하는 절망적인 심정에서.  

인문학의 바다 근처에 잠시 서성였던 적이 있는 나, 논리와 수리적 체계는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나의 선택치고는 너무 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오기로라도 끝까지 읽을 참이다.  수식을 건너뛰고 문장만을 따라잡아도 대충 얻는 게 있을 거란 저자의 소개대로라면, 뭔가 실체의 일부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예시로 제시한 문제의 그 어느 하나도 선뜻 풀 수 있을 듯하지 않는 데 이르자, 혹시 나는 난독증이 아닐까 하는 갑작스런 의심을 진지하게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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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0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어려운 책을 읽고 계시는 군요. 물리학의 '물'자도 모르는 제가 읽는다면 난독증 말기라며 마구 애를 먹을 것 같네요 ㅠㅠ 인문학 서적으로 치면 [율리시스]가 연상되는걸요? 부디 건승하시길! :)

테레사 2011-08-0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하지만 저는 제 존재의 비밀을 따라가면서 물리학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존재가 최초 10의 마이너스 43초만에 아주 극미의 극미의 극미한 대칭의 파괴로 시작되었다는, 이론은 거의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해서 난해하고 어렵지만..실은 지적 허영도 꽤나 채워지는 분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