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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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을 읽고나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나라면....', '나에게 이런일이 생긴다면...'등을 가정해 보며 달콤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틱하면서도 애틋하고 진실된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부러움이 들테니까.
  가능성이 무한대로 열려있는 지금 현재 미혼들은 말할것도 없을테고, 나처럼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이를 둔 엄마라는 신분의 사람도 가슴속에 커다란 파문이 이는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이만큼이면 좋겠다.
  내가 만약 고토미라면 말이다.
  나오키가 고토미를 세상 어떤것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사랑한다는 것과, 이 사랑을 지키고 얻기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전제된 경우라면 더할 수 없이 힘든 상황이라도 기끼어 받아들일것이다.
    그렇지만, 내 삶이 그리고 내 사랑이 만천하에 드라마화 되어 보여진다면 내키지 않는다.   아니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실수 많고 단점 투성이인 내인생이 여과없이 나올텐데말이다.   적절히 미화하고 나에게 결제(?)를 거친다면 또 모를까.   욕심이 넘 과했나? ^^;


  나오키는 사랑하는 고토미에게 최고의 행복과 반전의 짜릿한 기쁨을 선사하기위해 결정적인 고백의 시간을 벼르다가 야속한 운명의 장난처럼 어긋나서 극한의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술집의 바텐더로 일하면서 보고, 들었던 단골들의 일상을 시나리오로 쓰게 되면서 재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촌스런 라멘집 딸인 고토미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서 들어보니 그렇게 하찮고 일상적인 이야기들 속에 각자의 인생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P100 -
  베스트셀러 드라마 [Q]의 시나리오 작가로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후속작의 기대와 스트레스로 잠적해버린 나오키.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자포자기하며 바텐더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의 내면엔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운명이 결코 손에서 놓지못하는 숙명이었던것이다.
  고토미를 사랑하며 함께 보냈던 행복한 일들은 새로운 히트작 [눈물을 닦아 준 미소]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승화되었다.
  비록 오해속에서 괴로움을 겪었지만 긴장과 재미없이 안락한 삶에 안주해서 미지근하고 순조롭게 맺어졌다면 기쁨과 행복 또한 반감되었으리라.
  나오키가 고토미에게 최고의 행복감을 주고싶은 욕심으로 인하여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스릴과 흥미진진한 맛깔스런 스토리가 되었기에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골손님들의 이야기들도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걸 보여주는것처럼 제각각이지만 나름 깊이있고 맛깔스럽다.
  트렌스젠더로 살아가는 아케미의 삶에서는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이의 진한 아픔이 배여있었다.   나와 다르고,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들또한 함께 어우러져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이웃임을 인정하게 한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타니할배도 젊은 시절부터 함께 고생하던 부인이 몇십년만에 계획한 여행을 앞두고 쓰러져 몸도 못 가누고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아픔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다음에도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   -P 98 -
  타니할배의 이야기를 보면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면서, 그에 앞서 무슨일이든 때가 있다는것과 하고싶은 일들, 해야만 하는 일들을 너무 미루기만 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이쯤이면 됐다고 생각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하고 미루다간 인생이 끝날때까지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일당장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  
  가수가 되겠다고 중고의류 가게에서 일하는 토시가 10년이상 사귄 애인과 헤어진 사연, 건축사 사무소에서 설계일을 하는 히라노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된 사연들을 보면서 나오키는 인생에 대한 참맛, 즉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인생의 맛이 진국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끝까지 나오키를 믿고 이끌어주며 재기하도록 도와준 가마타 PD라는 존재이다.   사람의 능력과 인간성을 제대로 볼 줄 알고 기다려주며 믿어주었기에 나오키가 재기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전폭적인 신뢰와 기다림, 그리고 애정어린 가르침을 주는 스승같은  가마타 PD가 있다면 우리의 인생에도 무지개가 뜰 것이다.

  [행복한 거짓말]이책은 일상에 지친 영혼들에게는 피로회복제로, 하루하루 그날이 그날같은 따분한 일상이 반복되는 나와 같은 일상에는 톡 쏘는 청량음료같은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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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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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상을 뒤엎는, 다시말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천재적인 감각과 추리능력에 혀를 내둘 지경이라고나 할까.
  옴니버스형식의 다섯편의 단편들이 짜릿하고 스피드하게 펼쳐지면서 조화롭게 이어지는 이 소설은 끝까지 긴장감과 흥미를 잃지않게 해주었다.
  막판까지 봐야만 정답을 알 수 있으니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것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가 철저히 속아넘어가게 만들어 놓고 반전을 제시하는 기술이 여느 추리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소재의 신선함 때문인지, 작가의 탁월한 필치때문인지, 아마 둘다겠지만 특별히 강하게 흡입력을 가지는것같다.
 
  다섯편 모두 재미있지만, 그중에서 제일을 꼽으라면 '천재들의 가격'과 '유언의 빛깔'이라고 하겠다.
  '천재들의 가격'편에서는 첫번째 단편을 접하는지라 작가의 필치에 익숙하지 않은탓도 있겠지만 거듭되는 반전에 전율과 강한 쾌감을 맛보았기에 다음편들의 기대감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들 중에 유독 멋진 글귀들이 많아서 책이 온통 학생들이 수업받은 교과서처럼 줄들이 그어지게 되었다.   "한 인간을 아는 것은 하나의 도서관을 통째로 독점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네." -P 47-   기타등등...

  '유언의 빛깔'편에서는 추잡한 가족사가 펼쳐지려나 우려속에 읽었었다.   이모쪽 도우미인 시미즈가 혹시나 속임수를 쓰는게 아닐까하는 염려로 주인공쪽에 접근하는 시미즈를 경계했으면 하는 참견을 하고 싶어서 입안의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울러  소설속 인물이지만 주인공의 외할머니의 혜안에 존경스러웠다.
 
  온갖 돌출행동을 서슴치 않는 늦깎이 학생이자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이본느의 기발함은 이소설의 재미에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아마 이 소설의 속편이 나온다면 그 행보가 기대가 되는 인물이다.   악의없는 천방지축 캐릭터가 넘 사랑스럽다.


  '논점은 베르메르'편에서 부자와의 대결모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정치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고배를 마신후 외동아들에게 결핍을 주고, 과제를 주어 능력을 시험함으로써 단련시키는 속깊은 부성애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마치 절벽에서 떨어뜨려 살아남는 새끼만을 기르는 사자의 처연한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은 아이들의 기를 살려준다는 명목으로 원하는것을 다 들어 주려 애쓰는 부모들이 많다.   누군들 제자식 이뿌고 사랑스럽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마는, 진정으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부족함도 느껴보게 해야한다며 '결핍의 양육'을 강조하셨던 이상미선생님이 생각나서 무척 그리웠다.   그리고 정치가의 경험으로 체득한 상대를 설득하는 진정한 의미도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다.   설득함에 있어서 상대가 자신이 항복했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자발적으로 항복시키려 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는데 무척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책을 읽다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작가의 해박한 지식으로 탄탄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스토리의 깊이감에 독자로 하여금 지적만족도를 높이는 매력을 실감할 수 있다.

  요즘처럼 춘곤증이 밀려오는 따사로운 낯시간이나, 저녁만 먹으면 졸음이 밀려올때 이책이면 읽는동안 만이라도 잠이 달아나면서 인생이 즐거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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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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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전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거지왕 김춘삼’의 삶과 사랑이 생각났다.  용이와 순이의 로맨스는 김춘삼과 기생 채연이와의 애달픈 사랑을 연상하게 했다.  잘 생기고 우직한 용이의 캐릭터가 거지왕 김춘삼의 카리스마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작가가 배우였기에 배우로서 보였던 모습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고, 독자인 나도 배우로 분했던 모습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연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책은 인기 배우였던 직업적인 밑천에 편승한 책이 결코 아니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   끝까지 읽어보면 안다.   읽으면서 함께 가슴 아파하고, 예쁜 마음들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으니까.   오히려 첫 등단 책으로 나온 소설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구성이 탄탄하고 스토리가 짜임새 있다.   시선을 확 끄는 흥미가 아닌, 미소를 머금게 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감성동화로써 보이지 않은 힘에 이끌려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에 대한 선입견을 염두에 두지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나는 몇해전부터 도서관에서 독서토론 모임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시작으로 아이들에게 좋은책을 제대로 알고 읽혀주기위해 시작했다.   시작동기는 내아이에게 좋은책을 많이 접하기 위한 학습지도 모임이었으나, 엄마들도 동화책을 읽다보니 재미와 감동을 주는 동화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동화책은 어린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작가를 중심으로 장르에 따라 읽다보니 두루 섭렵하게 된것이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웃고, 눈물 흘리며 재미있게 읽다보면 마음이 따스해지고 행복의 기운이 가득 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이 재미에 더욱더 동화책을 찾아 읽게 되는것같다.   어른인 나의 마음이 이럴진대 하물며 자라나는 꿈 많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동화가 주는 힘을 맛보게 하고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가지게 하고 싶다.   

  이책을 읽는 내내 문장이 곱고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제비의 눈에 비치는 일련의 사건들이 흥미롭고, 유쾌함을 주면서 동화책을 보듯 가슴 따스함을 느꼈다.   일제시대의 무자비한 일본인들 중에서도 가즈오대위와 같은 정의롭고, 감성이 살아있는 인간애적인 인물도 있음을 보여주며, 일본인을 무작정 증오하고 혐오하는 생각을 가다듬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명제를 던져주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애정이 가득한 편지글에서는 미술학도였던 가즈오에게 인간적인 호감으로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또한 초인적인 저력으로 살아남아 순이를 찾고 기다리는 용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책은 용서와 사랑을 느낌으로 가르치는 지침서같은 동화책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중학년부터 읽을만하고,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부터는 꼭 읽혔으면 하는 책이다.
  가슴저며오는 아픔은 있으되 분노와 우울함은 남지않는 참말 예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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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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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면 음식이 저절로 맛있어진다.   온 몸에서 좋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손에서는 맛있는 기운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 P132 -

  책을 읽다가 이 페이지에서 잠시 멈추어 내가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들었는지 곰곰 되돌아 보았다.
  배고프니까, 아이가 밥달라고 하니까, 남편이 밥 차리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부엌으로 가서 성의없이 음식을 만들어오곤 하던 내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음식솜씨가 없어!..., 다람쥐 쳇바퀴 도는것도 아니고 허구헌날 밥때는 오는구나..., 밥해주는 아줌마 고용해서 해주는밥 먹는 여자들이 부러워라..., 아~ 이책만 다보고 밥하고 싶은데, 에구~ 귀찮아라..., 아유~ 더자고 싶은데, 일어나서 밥해서 먹여야 되는구나..., 홈쇼핑 홍**만두가 맛있던데 고기만두랑 김치만두랑 시켜야지~..., 오늘은 신랑도 늦게 오는데 아들이랑 돼지국밥 시켜먹어야지~..., 오늘은 무슨날이니까 외식하자~..., 제과점가서 맛난빵 사와서 아들 간식 줘야지..., 오늘은 특별히 피자랑 B*Q후라이드치킨 배달시켜먹자~...등등...
에휴~~~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나쁜밥상타령에 가슴이 뜨끔했다.
  음식솜씨가 없으면 정성을 쏟든지, 마음이라도 곱게 써야하는데, 이런생각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는 남편이 안됐고, 학교로 학원으로 공부하러 다니는 아들이 안쓰럽고 미안하다.
  나름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조미료는 구비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지만, 하기 싫은마음으로 마지못해 만든 음식이 어찌 건강을 장담할 수 있으랴...
  그리고 솜씨가 없는데다가 조미료를 쓰지 않으니 가끔가다가, 아주 가끔 맛있다^^;
  몹쓸병에 걸려도 마음먹기에 따라 병이 호전될 수도 악화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어야하는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이토록 허술하고 성의가 없어서야 말해 무엇할까...
  이책은 그어떤 자기계발서의 가르침과 훈계보다 나를 질책했다.
  바른먹거리를 찾아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먹거리를 즐겁고 기쁜마음으로 다루어야함을 가르쳐주는 책이기때문이다.

  이책의 저자 윤혜신작가는 재료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낸다.
  우리엄마나 친구들 엄마처럼...
  거기에 먹는사람들의 입의 기쁨으로 행복을 주기위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음식을 만든다.
  친구들과 생일잔치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등뼈찜, 봄동무침,홍합탕,호박범벅, 견과류를 넣은 오곡밥 등등..
  재료비도 저렴하고 만드는것도 일이 아니라면서, 친구들이 좋아하니  생일상 차리는 것을 계속하겠다는 모습이 참 예쁘고, 그의 친구들이 부러웠다.
  호박범벅은 만들기도 쉽고, 영양가도 높아서 간식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

  아카시아 꽃튀김을 보니 작년에 시누가 한소쿠리 따와서 튀겨주던게 떠올라서 반가웠다.
  처음 먹어본 꽃튀김은 아카시아 꽃 특유의 향긋함이 살아있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아들도 어찌나 잘 먹던지 입으로 가져가기가 무섭게 입을 벌리는 통에 금방 동이 났었다.
  튀기는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은 떨어진 꽃들은 절대 한데 다시 뭉쳐지지 않는거였다.
  조심해도 꽃송이가 떨어진게 많았는데, 다른 튀김재료는 작은것들을 한데 뭉쳐서 튀기면 그모양을 유지하는데 반해, 아카시아 꽃은 절대 홀로 떨어져 버린다.
  물 흐르는 듯한 튀김반죽이 아닌 수제비 반죽처럼 되직하게 해서 뭉친다면 아마 붙어 있으려나...
  올해는 아카시아 꽃이 피면 커다란 소쿠리를 들고 따와야겠다.

  이책을 읽으며 반드시 만들어 먹어봐야 겠다는 음식을 따로 다이어리에 적으면서 보니 아무리 제철재료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음식값이 만만치 않게 나올거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냉장고가 터지도록 재료를 사다 날라도 엄두가 나지않아 썩혀버린 일들이 많아서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시각에도 먹을 음식이 없어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곤 했기때문이다.
  음식을 잘 만들어 먹는것만큼이나 쓸데없이 사재기해서 썩혀버리는 일이 없도록 계획적인 장보기도 함께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우선은 일주일에 두세가지씩만 만들어 먹고,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나름 선정해보았다.
  온갖 뿌리채소를 넣고 만드는 구근조림,게장,파래전,다시마전,오미자화채,단호박찜,돼지등뼈조림,콩국수 등이다.
  여름이면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집을 찾아다니곤 했는데, 올여름에는 내손으로, 즐겁고 기쁜마음으로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리고 더위에 지쳤을때 먹는 이쁜 분홍빛깔에 달콤 새콤 쌉싸름한 오미자화채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음료수 대신 먹도록 하고싶다.
  몇년전에 이벤트성으로 한번 만들어 줬더니 맛있다고 해마다 해달라며 조르던 아들의 성화에도 굴하지않고 안 만들었는데, 이책 덕분으로 올해 여름에는 맛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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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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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가 담긴 이책을 받자마자 재빠르게 훑어봤다.
  헉~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들이었다.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마구 휘저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커피 한잔 곁에 두고 향과 맛을 음미하며 책을 다시 펼쳤다.

  공장으로, 창고등으로 쓰이던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박물관으로 기념관,전시관등으로 리모델링하여 성공적으로 재탄생한 건물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건물에 사용된 자제를 최대한 재활용하여 이질감없이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하며 새것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깊은맛이 전해져왔다.
  빼어난 주위 경관과의 조화로움 또한 산업도시의 천국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삿포로팩토리 맥주공장은 담쟁이 덩굴이 마치 초록색 털옷으로 감싼듯한  외벽으로 인해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우주선을 닮은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은 부자나라 선진국 일본의 위상이 느껴지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의 동그란 외벽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어디서나 바깥을 내다 볼 수 있고, 어디서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아들아이의 손을 잡고 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내가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고 들여다 본곳이 있다.
  그곳은 나고야의 토요타산업기술기념관이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관.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아들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생산과정, 나무자동차와 밀랍인형의 시연장면, 시대별 변천사 등등, 자동차 매니아가 아니라도 단박에 매료될만한 곳이었다.
  이책을 읽기 전에는 나의 꿈인 일본어통역 자원봉사자로서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의 곳곳을 여행해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책을 읽으며 감탄과 부러움을 느끼면서는 아들과 동행을 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움텄다.
  내아들이 여기 토요타 자동차관에 와 본다면 얼마나 기뻐하며 좋아할지, 생각의 키또한 쑥쑥 자라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일본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라는 강한 자극과 채찍이 느껴진다.
 
  짙은 삼나무 숲 속 여관마을, 쯔마고 마을의 전경은 얼핏 어디서 본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전 직원들과 청송에 1박2일로 등산여행을 간적있다.
  토욜오후에 도착해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이른아침에 산을 오르기위해 걷던 마을길...
  멀리 우거지고 푸르른 산을 배경으로 오래된 목조건물들이 즐비해 있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자세히 보면 분명 다른점이 많다.   아니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어스름 어둠이 깔리기 직전의 쯔마고 마을은 청송 등산길 마을의 이른아침 파란색 풍광과 이미지가 닮아있다. 
 
 
  이책에는 너무 아름다운 정경들이 너무 많다.
  이책은 나에게 '너무'라는 단어를 남발하게 만든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내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은 일본의 산업도시를 보면서 로맨틱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가장 아름답고 지금 당장 가보고 싶은 곳(볼때 마다 추가되어 고르는데 무진장 애를 먹었다^^;)은 오타루 운하였다.
  아사쿠 사다리에서 바라본 운하의 전경은 물의 도시 이태리 베네치아 운하의 압도하는 웅장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탁트인 전망과 폭 넓은 운하, 운하옆 인도를 오고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고즈넉한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물씬 풍겼다.
  사진속 관광객의 대열에 합류하고픈 강한 충동을 억제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시다 아유미의 '부루라이또 요꼬하마'를 좋아해 가끔 흥얼거리곤 하면서, 일본의 항만도시 요꼬하마에도 함 가보고 싶어했는데, 이책에 소개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딱히 눈에 띌만한 고풍스런 아름다운 곳보다는 세련된 도시미가 느껴지는 항만도시로 보였다.
  야마시타공원에 정박 중인 히가와마루 선박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화가의 화폭에 담긴 그림은 사진이야? 그림이야? 할정도로 마치 유리창을 통해보는 것처럼 정밀하고 정교했다.
 
  시민들의 힘으로 존속이 되고 있는 삿포로 노면전차.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전면 폐쇄되기전에 실시한 '시민설문'으로 존속되었고, '북해도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삿포로의 상징인 노면전차가 비록 오래되어 구닥다리일망정 도시의 흔적과 역사적인 기억을 담고 있는 '생활문화재'로써 살아 움직이고 있기에 진정한 역사문화도시라는 사명에 일조를 하고있지 않나 하는 공감을 했다.
  흑백사진속 또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한 TV드라마에 서울도심에서 운행되던  노면전차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곳곳은 해방후 새마을운동등으로 산업화가 가속화 되면서 무차별 개발 및 일제시대 잔재를 털어낸다는 취지로 거의 대부분 헐고 도시경관이나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건물을 마구잡이로 신축해왔다.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들도 관리하지 않아 폐허로 남아있던지, 재활용을 하더라도 그 건축물의 특성이나 주위경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일제시대 건물이 몇채 남아있다.
  한곳은 현재 은행으로, 한곳은 사료공장으로, 한곳은 미술학원을 거쳐 현재 주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남아있는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이책을 보면서 제일 부러운것은 물론 빼어난 주위경관과 조화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유럽의 어느마을을 연상하리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도시미관이지만, 그에 앞서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지키고 가꾼 위대한 시민정신이다.
  쇠고기파동으로 전국을 들끓었던 촛불시위의 파장만큼이나 우리의 문화유산, 산업유산을 지키고 가꾸는데도 힘을 모은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받아야겠다는, 본받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옴을 느꼈다.
  이책을 나랏일하시는 대통령이하 국회의원들과 지역시청공무원들이 보고 각성했으면 좋겠다.
  벤치마킹하라고 해서 주특기(?)인 따라하기, 모방하기가 아니라 우리실정에 맞고 그지역 특성 및 주위경관과 조화롭게 해주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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