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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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으로 인해 하루의 개념이 헷갈리고 있다.   쉬는 잠이 하루의 개념인 것이다.
  환타지를 좋아해서 적지 않게 읽어왔지만 이책은 읽는내내 특이한 소재와 사고방식으로 인해 처음엔 억지다 싶은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리고 차츰 중반으로 들어서면서는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었을때의 신선한 충격을 다시금 맛보았다.  
  환경,시간개념, 생활방식, 가치추구의 기준, 다양한 종족과 그들만의 특성, 목적지를 향한 모둠원들의 결속과 파란만장한 여정등 온전히 작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의 산물들이 따지고 보면 스토리가 그닥 복잡하지도 않건만  스케일이 장엄하게 다가왔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타 다른 종족들에 비해 월등한 능력을 타고나지 않은 어중간한 능력을 타고난 무르무르 종족.
  무르무르의 고돈은 어려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   전통적으로 암컷을 하나밖에는 둘 수 없는 종족인데다가 혈혈단신인지라 암컷을 구하지 못하던 차에 숲에서 쓰러져 있던 정체모를 암컷을 몰래 데려다가 자신의 아이를 잉태시키고, 암컷은 아이 하나를 낳고는 죽는다.   고돈은 실망감을 뒤로하고 허약한 아이를 정성껏 키우며 버섯의 포자라는 의미의 '스포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후손이 포자처럼 번창하길 바란다.   스포러는 자라면서 배움에의 욕심이 남달라 아버지 고돈의 재주는 물론이고 다른 종족들의 능력까지도 체화하느라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게 된다.   그러다가 '흰머리산'으로 가는 모둠을 만나 합류한다.   여기서도 배움에의 욕망을 놓지 않고 무르무르 종족 답지않은 사고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모둠의 신임을 얻고 능력또한 일취월장하게 된다.   거갑충의 알을 얻어 '자그니'의 주인이 되고 서로 의지하며 험난한 여정을 함께한다.   모둠의 일원중에는 은신술을 사용하는 종족이 다수 있었고, 그중에 키메리에스 미료라는 암컷이 항상 모습을 감추고 스포러의 주위를 맴돌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중 시험의 관문 앞에서 무르무르 종족의 반려이면서 암컷인 고모리종족을 만난다.   짝이 없는 무르무르와 고모리 이 두 종족은 만나는 순간 운명적인 힘에 의해 맺어지게 되어있지만 스포러와 고모리 자매들과의 만남은 싱겁게 끝나버렸는데, 그 이유는 스포러도 모르는 사이에 여정에서의 동고동락으로 키메리에스 미료와 가족의 끈이 이어졌던 걸까?   그렇지만 무르무르 종족은 고돈과 스포러 단 둘뿐이고 그나마 스포러는 아직 정식으로 짝을 맺지  않았기에 고모리 자매들은 한가닥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스포러일행을 쫓아다니게 되는데...   우여곡절끝에 수백명으로 시작한 여러모둠의 종족들은 스포러일행을 포함해 겨우 50여명만이 흰머리산에 도착하게 된다.    그들은 기적의 순간 잊힌달의 의지로 황풍의 엘로를 향해 날아가는데, 누가 끝까지 살아남았을지, 그들은 어떻게 될지, 그 세계는 어떤곳일지 수많은 궁금증과 의문을 남기는 결말에서 머지않아 속편 내지는 2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주인공인 무르무르의 고돈과 스포러 부자는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재미는 물론이고 호기심, 창의력,탐구력, 임기응변,끈끈한 가족애,도전정신,신의를 중요시하는 등 너무도 매력적인 존재였다.   이러한 특성은 물론 스포러에 대부분 국한되었지만 부자 모두 애정이 간다.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뛰어난 능력과 재주를 익히는 과정을 통해 가능성을 심어줄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이야기인데다가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전개로 적지 않은 분량의 이책을 지루한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어 며칠동안 너무도 행복했다.   끝으로 작가님께 다음 이야기가 빨리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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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혼식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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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모토 후미오님의 글은 [블랙티]이후 두번째 만남이다.
  [지혼식]을 읽으며 이제 이분만의 스타일에 익숙해져야 할법도 한데, 여전히 혼란스러워 커피를 몇잔이나 새로 타서 마셨는지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10년이상 살았고, 애지중지 키우는 아이까지 있지만 단편속의 주인공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은 낯설고 혼란스럽다. 

  첫편 「도게자」에서는  부부간의 팽배한 심리전 이후 아내의 엽기적인 복수가 마치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씨처럼 허트러짐 없는 미소 띈 얼굴로 실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남편이라도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을것이다.   불만이 있으면 대화로든 의사소통을 해서 풀든지, 그도저도 안되면 이혼을 하든지 할것이지 이처럼 교묘하게 배우자를 괴롭히다니... 정말 독한 사람이구나 혀를 내둘렀다.  
  「금지옥엽」편은 정략결혼을 거부감없이 순순히, 그리고 아무런 준비와 대책없이 해버린 주인공이 기대하지 않았던 남편 사랑에 자신의 존재의미를 고뇌하게 되고, 남편애인과의 만남으로 아이를 임신하는 용기를 얻으며 결혼생활의 주체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살아있는 게를 대책없이 키우려는 생각을 하고 생선을 다듬지 못하는 모습에서 내 결혼생활 초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또한 생선을 사오면 엄마한테 바로 구울 수 있을만큼 다듬어 오고,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만질 수 없어서 사온 즉시 엄마에게 조리를 부탁했었다.   몇년이 지난후 내 아이가 말을 할 즈음 내손이 생선과 육고기를 만질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점에서는 나도 할말이 없다.
  여동생의 시각에서 바라 보는 오빠부부의 잉꼬같은 다정함에 숨겨진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그린「원앙」편에서는 가정불화와 불륜이 자식들의 인생관을 얼마만큼 좌우하는지 보여주고 있고,「정숙」편에서는 머 묻은 개가 겨 묻은 개에게 뭐라하듯 바람피는 일이 일상인 남편이 성실하고 정숙한 아내의 정신적인 사랑에 질투같은 미묘한 감정묘사를 그리고 있다.
  「마스오」편에서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마스오란 데릴사위를 뜻한다고 한다.우리나라에도 옛부터 '보리가 서말이면 처가살이는 하지마라'는 말이 있는것처럼 남자가 굶어 죽을 지경이 아니면 왠만하면 처가살이 또는 데릴사위로 살지 말라고 한다.   주인공의 남편이 보이는 이중적인 생활모습에도 놀랐지만, 이혼하고 싶냐는 물음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마지막 모습에서 보는 내 마음이 몹시도 불편했다.  「도게자」편에서도 느낀거지만 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않고 배우자를 교묘히 괴롭히거나 한방 먹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쓰이치」편에서는 이혼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만남과 사고방식을 그리고 있다.
  「가을가지」편이 이책에서 내가 유일하게 행복한 결혼생활의 가능성을 엿보는거 같아 지금까지의 불편한 심기를 다독일 수 있었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해 내면에 사랑을 갈구하는'아이'로 성장을 멈추어 버린 남편을 보듬으며 상처받은 가족을 치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의 마음이 예쁘게 와 닿았다.   당혹스러움과 잔잔한 미소를 맛보게 하는 단편이라는 것을 읽어본 사람이면 느낄 수 있을것이다. 
  너무도 쿨한 결혼생활을 10년째 지속해오고 있는 「지혼식」에서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결혼생활은 결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했다.   생활,가사,경비분담등 100% 각자 따로 해결하며 심지어는 혼인신고도 하지않고 각자의 애인문제까지 간섭하지 않는 모습에서 도대체 왜 결혼했을까하는  황당함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아내에 대해 결코 부양의무를 지지 않음과 동시에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남편을 쿨한 아내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따로 살기'를 선언하면서도 아무런 갈등이나 망설임도 없는 모습을 보였고, 그제서야 혼인신고를 하자는 남자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자기만의 세상을 통해 가치기준에 부합된 배우자임이 10년의 결혼생활로 증명되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다면 경비절감등 기타 편의적인 사유로 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룸메이트와 배우자와의 차이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배우자는 인생의 반려자이다.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생에 단 한명뿐인 아내나 남편을 말하는 것이다.
  이책의 단편들을 통해  결혼과 배우자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미혼인 사람들은 결혼에 대해 두려움과 회의가 들거같다.
  결혼으로 현실을 회피하려는 사람과 배우자에게 너무 많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깨닫는 바가 많을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통해 자기성장과 자기계발에 발목을 붙잡힌 사람들도 각성하는 계기가 될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제의 내모습보다 오늘과 내일의 발전된 내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자신감과 자기만족으로 인해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되어 배려하는 결혼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아울러 야마모토 후미오의 다른 작품들도 내가 읽은 두개의 작품처럼 독특하고 황당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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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환상문학전집 10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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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이 60년대에 출판되었던 책이라니 마지막 페이지의 <끝>이라는 글자를 볼때까지 읽었음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오랜만에 570여페이지라는 장편을  읽으면서 작가 하인라인이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C.클라크와 더불어 SF 3대 거장이라는 수식어에 결코 과장이나 과찬이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실제 달에서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취재한듯한 생생함과 현실감이 느껴지는 긴박한 상황묘사에 페이지가 물 흐르듯이 넘어갔다.   

  요즘은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과 활약으로 인간의 능력과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인간의 지각능력과 유사한 컴퓨터의 설정이 예사롭지만, 그당시에는 퍼스널컴퓨터도 보급되기 전이라 일명 '마이크'로 불리는 슈퍼컴퓨터의 존재와 활약상은 온전히 작가의 천재적인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당시에 미국의 나사와 같은 곳에서는 슈퍼컴퓨터가 있었고 왠만한 집채만한 규모에 획기적인 용량처리 성능(그당시 기준)을 발휘했지만, 컴퓨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를 상상하기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조물주의 능력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첩보 소설가 톰 클랜시의 평가처럼 우리는 하인라인이 예전에 닦아 놓은 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으며 우리에게 미래를 보여준다는 찬사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일류는 아니지만 달세계에서 지구로 두번이나 유학하여 졸업장을 딴 컴퓨터기술자인 나(화자이며 주인공,이름은 마누엘 가르시아 오켈리)와 교수(베르나르도 데 라 파즈), 금발의 미인 혁명전사(와이오밍 낫),그리고 '자유의지'를 지니고 스스로 나날이 깨우치는 슈퍼컴퓨터 마이크(혹은 미셸)가 주축이 되어 달세계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혁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치밀한 전략과 인간군상들의 활약상은 작가의 과학적인 통찰력에 힘입어 장편임에도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았다.   작가의 위트 넘치는 문장또한 유쾌함을 주었다.

  달세계는 남녀 성비가 2:1로써 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러한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공동아내','공동남편'이라는 독특한 가족제도가 자생적으로 생겨났지만 모두들 순응하고 함께 나누어 살아가는 방식이 내 사고기준으로는 적응이 되지는 않았지만 공동육아의 효율성은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 남성의 절반으로 수적 열세에 있었기에 결정권은 여성이 쥐고 있었고,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은 점은 기분좋은 설정이었다.
  재화가 적으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 P 251 -

  달세계의 규범과 관습을 모르는 지구여행객 스튜가 티쉬라는 소녀에게 스킨십을 했다는 죄목으로 소년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살해의 위기에 처했던 상황에서 마누엘이 즉석 재판장이 되어 판결을 내리는 장면은 아찔함을 느꼈다.   즉석 재판장의 재량에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니...

  혁명을 추진하는 전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관리 면에서도 3진법이라는 기능적인 조직을 구성하여 배신으로 인한 조직의 와해를 차단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추방된 죄수들의 유배지인 달세계와, 지배와 착취 및 탄압을 가하는 지구와의 갈등과 독립쟁취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배경을 빗대어 역사적 당위성을 부여한다고 하겠다.

  이책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우리의 친구 슈퍼컴퓨터 마이크의 활약상이었다.
  마이크는 어느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하고 기분파이며,외로움을 싫어하는 살아있는 기계이다.   우스개 이야기를 좋아하고 창작할때 부터 무한한 애정이 느껴졌다.   갠적으로 유머란 언어의 유희이며 묘한 뉘앙스를 감지해야하는 고도의 지적 감각기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제2외국어로 하는경우 연기자보다 코미디언을 더 대단하게 평가한다.   주인공은 이렇듯 마이크가 유머를 이해하고 토라지는 행위를 보인 점등을 종합해서 진짜감정을 가졌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와 현명한 노인이 기묘하게 뒤섞인 존재이다.   ...하지만 천재를 1개 소대 모아 놓은 것 이상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P 18 -
  이처럼 혁명의 핵심에서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아담 셀리니'라는 가상의 지도자로 활약했던 마이크는 원인불명의 자극으로 다시금 평범한 데이터 처리 기계가 되어버린 점은, 혁명의 성공으로 행복하게 생을 마감한 교수의 죽음보다 가슴 아팠다.

  책을 덮으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버린 천재적인 악동컴퓨터 마이크가 다시 깨어나길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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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신진혜 지음 / 창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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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영국이며 현재까지도 여왕이 존재한다.   물론 정치적 실권은 수상이 대신했지만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위상은 아직도 대단하다.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넓은 땅을 차지하며 호령했었다.   특히, 엘리자베스1세 여왕은 오늘날에 와서도 훌륭한 여왕으로 평가받는데,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의 한 나라였던 신라에서도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 비견될만큼 뛰어나고 훌륭한 여왕이 바로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 이시다.
  선덕여왕은 우리민족 최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외에도 지혜와 예지력이 뛰어난데다 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 지금까지도 성군으로 존경받는 분이다.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그림속의 꽃이 예쁘기는 하나 향기가 없다고 확신하며 신라의 왕까지도 좌지우지 하는 실세를 거머쥐고 있는 당대의 여걸 미실궁주와 겁없는 당찬 내기를 했는데, 그 이유는 그림속에 향기로 찾아드는 나비와 벌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 꽃에 향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미루어 짐작한 일화는 선덕여왕의 총명함과 범상치 않은 비범함을 보여주는 일례라 하겠다.
  왕의 후계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행복한 엄마로서의 평탄한 삶을 선택한 천명공주와 재기를 노리는 부마 용수의 야심이 잘 그려져 있고, 천명공주의 사랑보다 덕만공주, 즉 선덕여왕을 선택한 용수의 동생 용춘의 그늘같은 외조, 그리고 지귀 비형랑.
  천명공주도 덕만공주도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비운의 여인들이었다.   여인의로서의 행복은 이루지 못했으나 춘추를 낳음으로 인해 엄마로서의 행복을 누리는 천명공주의 삶과 내모습이 겹쳐졌다.   언니의 사랑과 부부의 연을 맺은 덕만공주의 가슴에는 비형랑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너무도 애달프게 덕만공주를 힘들게 했다.   그렇지만 이시대에는 여자들의 삶이 지금만큼이나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남녀가 어울리는 것이 특별한 제제를 받지 않았고 자유로웠다.   문득 조선시대에 와서 유교가 들어오면서 여자의 입지가 좁아지고 자유를 박탈당했음을 깨달았다.   덕만공주가 조선시대에 공주로 태어났다면 결코 여왕이 될 수 없었음을 안다.  그래도 너무 아쉽다.   왜 그리 몸이 허약해서 원대한 이상을 실현하지도 못하고 꿈을 접게 만들었으니...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업적이 결코 작지 않겠지만, 하늘이 정한 사람이라면 그가 가진 포부를 펼칠 수 있는 힘또한 받았어야 옳지 않았을까. 



 그동안 접해왔던 여왕으로서의 고귀함과 범접할 수 없는 기상, 그리고 완벽한 위인의 모습만을 보아왔던 나에게  이책에서의 덕만공주는 여왕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여인으로서의 고뇌와 고통을 그리고 있어서 잔잔한 감동과 아픔이 전해져왔다.
  그렇다.   선덕여왕은 위대한 여왕으로서만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게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었지만 그도 한 인간이었고, 사랑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 짓는 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이책을 읽다보니 모든 권력의 으뜸에 서서 후세에 까지 존경을 받는 여왕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의 삶은 평범한 행복을 내 놓아야 했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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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다섯시의 외계인 Nobless Club 10
김이환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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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소 어른들도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을 수없이 읽었다.   즐거움으로 웃고, 감동으로 눈물 지으며 읽다보면 가슴속에 행복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어 너무나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면 일반 열람실 보다는 어린이 열람실에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들의 책을 골라주기 위함도 있지만 내가 보기 위해 빌려오곤 한다.   술을 싫어해서 왠만한 자리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기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슬픈일이 있어도 남들처럼 술로 달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힘들어지면 이른아침이나 늦은밤이 아닌 시간에는 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을 향한다.   이곳은 나의 해우소인것이다.   적지 않게 읽었건만 아직도 내가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아서 어떤때는 아무것도 안하고 맨날 도서관에서 동화책만 읽고 싶다는 소원을 가지게 되었다.   하루에도 수백권의 책이 쏟아지고 있으니 죽을때까지 읽어도 다 못 읽을테지만, 그래서 한숨이 나올때도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모든 시름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않는 것을 느끼게 되어 너무나 마음이 편해진다.   키득거리며 읽는 모습에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자기도 보겠다며 읽어버린 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재밌으면 재밌는대로 소리내어 웃으며 읽고,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 지으며 읽는것을 감추지 않게 되었다.   내가 그만큼 재밌게 읽은 책을 아들도 읽고서 내가 느끼는 기분좋은 행복을 맛보게 하고 싶어서이다.

  이책 역시 유쾌한 동화책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나왔겠지만 아이들에게도 읽히고 싶을 만큼 즐거움과 대리만족을 주는 책이다.   분량이 좀 많은 장편이라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인 아이들에게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다소 황당무계한 일들이 수없이 등장하지만 어차피 환타지라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아니, 그래서 더 잼있고 이야기속에 빠져들게 되어 힘들이지 않고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책을 보고나면 착한 생각을 하면서 착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를 자극할 것으로 본다.   요즘은 착하면 손해본다는 논리를 펴며 약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데 반해 이책에서는 착한 사람 즉, 착한 주인공에게 찾아 온 복(福)의 당위성을 제시한다. 

  어려서 엄마를 여의고 외톨이로 자란 주인공 성우에게는 소망이라는 여자친구 밖에 없었다.   소망이로 인하여 교회에 나가고 대학까지 함께 가지만, 소망이마저 멀리하는데다 과친구들의 따돌림과 버거운 학업으로 인하여 휴학하며 우연히 얻게 된 아르바이트.   어이없는 일자리를 얻으면서 외계인과 FBI의 세계에 합류하게 된다.   영화광인 외계인 왕자 용관이는 영화때문에 혼자 지구에 남게 되고 성우와 함께 살게되면서 용관이의 생일선물 찾기에 동참한다.   FBI에 소속된 사장과 사장의 여동생인 사모님과의 황당한 일상, 그리고 이웃가게 사람들과, 용관이를 찾으러 온 외계인들과의 재미있는 애피소드에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그리고 용관이가 잃어버린 선물들의 쓰임새를 보면서 하나쯤 가져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너무 멋질텐데 말이다^^    궁금하던 북극곰의 정체가 털이 파랗게 변했다는 장면에서 아하! 했고, 찾아오는 여정이 약간은 억지스런 설정이라 이책의 옥의 티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도 나의 닉네임이 곰탱이라서 사장이 북극곰에게 '미련 곰탱이'라고 부를때 폭소와 함께 친근감이 들었다. 
  더불어 혹시 내 주위에는 이같은 외계인의 존재가 없나하고 둘러보면서 기분좋은 상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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