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면 음식이 저절로 맛있어진다.   온 몸에서 좋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손에서는 맛있는 기운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 P132 -

  책을 읽다가 이 페이지에서 잠시 멈추어 내가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들었는지 곰곰 되돌아 보았다.
  배고프니까, 아이가 밥달라고 하니까, 남편이 밥 차리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부엌으로 가서 성의없이 음식을 만들어오곤 하던 내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음식솜씨가 없어!..., 다람쥐 쳇바퀴 도는것도 아니고 허구헌날 밥때는 오는구나..., 밥해주는 아줌마 고용해서 해주는밥 먹는 여자들이 부러워라..., 아~ 이책만 다보고 밥하고 싶은데, 에구~ 귀찮아라..., 아유~ 더자고 싶은데, 일어나서 밥해서 먹여야 되는구나..., 홈쇼핑 홍**만두가 맛있던데 고기만두랑 김치만두랑 시켜야지~..., 오늘은 신랑도 늦게 오는데 아들이랑 돼지국밥 시켜먹어야지~..., 오늘은 무슨날이니까 외식하자~..., 제과점가서 맛난빵 사와서 아들 간식 줘야지..., 오늘은 특별히 피자랑 B*Q후라이드치킨 배달시켜먹자~...등등...
에휴~~~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나쁜밥상타령에 가슴이 뜨끔했다.
  음식솜씨가 없으면 정성을 쏟든지, 마음이라도 곱게 써야하는데, 이런생각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는 남편이 안됐고, 학교로 학원으로 공부하러 다니는 아들이 안쓰럽고 미안하다.
  나름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조미료는 구비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지만, 하기 싫은마음으로 마지못해 만든 음식이 어찌 건강을 장담할 수 있으랴...
  그리고 솜씨가 없는데다가 조미료를 쓰지 않으니 가끔가다가, 아주 가끔 맛있다^^;
  몹쓸병에 걸려도 마음먹기에 따라 병이 호전될 수도 악화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어야하는 식사를 책임지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이토록 허술하고 성의가 없어서야 말해 무엇할까...
  이책은 그어떤 자기계발서의 가르침과 훈계보다 나를 질책했다.
  바른먹거리를 찾아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먹거리를 즐겁고 기쁜마음으로 다루어야함을 가르쳐주는 책이기때문이다.

  이책의 저자 윤혜신작가는 재료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낸다.
  우리엄마나 친구들 엄마처럼...
  거기에 먹는사람들의 입의 기쁨으로 행복을 주기위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음식을 만든다.
  친구들과 생일잔치를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등뼈찜, 봄동무침,홍합탕,호박범벅, 견과류를 넣은 오곡밥 등등..
  재료비도 저렴하고 만드는것도 일이 아니라면서, 친구들이 좋아하니  생일상 차리는 것을 계속하겠다는 모습이 참 예쁘고, 그의 친구들이 부러웠다.
  호박범벅은 만들기도 쉽고, 영양가도 높아서 간식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따로 메모를 해두었다.

  아카시아 꽃튀김을 보니 작년에 시누가 한소쿠리 따와서 튀겨주던게 떠올라서 반가웠다.
  처음 먹어본 꽃튀김은 아카시아 꽃 특유의 향긋함이 살아있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아들도 어찌나 잘 먹던지 입으로 가져가기가 무섭게 입을 벌리는 통에 금방 동이 났었다.
  튀기는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발견한 특이한 점은 떨어진 꽃들은 절대 한데 다시 뭉쳐지지 않는거였다.
  조심해도 꽃송이가 떨어진게 많았는데, 다른 튀김재료는 작은것들을 한데 뭉쳐서 튀기면 그모양을 유지하는데 반해, 아카시아 꽃은 절대 홀로 떨어져 버린다.
  물 흐르는 듯한 튀김반죽이 아닌 수제비 반죽처럼 되직하게 해서 뭉친다면 아마 붙어 있으려나...
  올해는 아카시아 꽃이 피면 커다란 소쿠리를 들고 따와야겠다.

  이책을 읽으며 반드시 만들어 먹어봐야 겠다는 음식을 따로 다이어리에 적으면서 보니 아무리 제철재료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음식값이 만만치 않게 나올거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냉장고가 터지도록 재료를 사다 날라도 엄두가 나지않아 썩혀버린 일들이 많아서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시각에도 먹을 음식이 없어서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들곤 했기때문이다.
  음식을 잘 만들어 먹는것만큼이나 쓸데없이 사재기해서 썩혀버리는 일이 없도록 계획적인 장보기도 함께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우선은 일주일에 두세가지씩만 만들어 먹고,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나름 선정해보았다.
  온갖 뿌리채소를 넣고 만드는 구근조림,게장,파래전,다시마전,오미자화채,단호박찜,돼지등뼈조림,콩국수 등이다.
  여름이면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집을 찾아다니곤 했는데, 올여름에는 내손으로, 즐겁고 기쁜마음으로 만들어 먹어야겠다.
  그리고 더위에 지쳤을때 먹는 이쁜 분홍빛깔에 달콤 새콤 쌉싸름한 오미자화채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음료수 대신 먹도록 하고싶다.
  몇년전에 이벤트성으로 한번 만들어 줬더니 맛있다고 해마다 해달라며 조르던 아들의 성화에도 굴하지않고 안 만들었는데, 이책 덕분으로 올해 여름에는 맛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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