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가격 - 예술품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지적 미스터리 소설
가도이 요시노부 지음, 현정수 옮김 / 창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예상을 뒤엎는, 다시말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천재적인 감각과 추리능력에 혀를 내둘 지경이라고나 할까.
  옴니버스형식의 다섯편의 단편들이 짜릿하고 스피드하게 펼쳐지면서 조화롭게 이어지는 이 소설은 끝까지 긴장감과 흥미를 잃지않게 해주었다.
  막판까지 봐야만 정답을 알 수 있으니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것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가 철저히 속아넘어가게 만들어 놓고 반전을 제시하는 기술이 여느 추리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소재의 신선함 때문인지, 작가의 탁월한 필치때문인지, 아마 둘다겠지만 특별히 강하게 흡입력을 가지는것같다.
 
  다섯편 모두 재미있지만, 그중에서 제일을 꼽으라면 '천재들의 가격'과 '유언의 빛깔'이라고 하겠다.
  '천재들의 가격'편에서는 첫번째 단편을 접하는지라 작가의 필치에 익숙하지 않은탓도 있겠지만 거듭되는 반전에 전율과 강한 쾌감을 맛보았기에 다음편들의 기대감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들 중에 유독 멋진 글귀들이 많아서 책이 온통 학생들이 수업받은 교과서처럼 줄들이 그어지게 되었다.   "한 인간을 아는 것은 하나의 도서관을 통째로 독점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네." -P 47-   기타등등...

  '유언의 빛깔'편에서는 추잡한 가족사가 펼쳐지려나 우려속에 읽었었다.   이모쪽 도우미인 시미즈가 혹시나 속임수를 쓰는게 아닐까하는 염려로 주인공쪽에 접근하는 시미즈를 경계했으면 하는 참견을 하고 싶어서 입안의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울러  소설속 인물이지만 주인공의 외할머니의 혜안에 존경스러웠다.
 
  온갖 돌출행동을 서슴치 않는 늦깎이 학생이자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이본느의 기발함은 이소설의 재미에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아마 이 소설의 속편이 나온다면 그 행보가 기대가 되는 인물이다.   악의없는 천방지축 캐릭터가 넘 사랑스럽다.


  '논점은 베르메르'편에서 부자와의 대결모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정치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고배를 마신후 외동아들에게 결핍을 주고, 과제를 주어 능력을 시험함으로써 단련시키는 속깊은 부성애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마치 절벽에서 떨어뜨려 살아남는 새끼만을 기르는 사자의 처연한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은 아이들의 기를 살려준다는 명목으로 원하는것을 다 들어 주려 애쓰는 부모들이 많다.   누군들 제자식 이뿌고 사랑스럽지 않은 부모가 있을까마는, 진정으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부족함도 느껴보게 해야한다며 '결핍의 양육'을 강조하셨던 이상미선생님이 생각나서 무척 그리웠다.   그리고 정치가의 경험으로 체득한 상대를 설득하는 진정한 의미도 인상적으로 각인되었다.   설득함에 있어서 상대가 자신이 항복했다고 생각하게 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자발적으로 항복시키려 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는데 무척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책을 읽다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작가의 해박한 지식으로 탄탄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스토리의 깊이감에 독자로 하여금 지적만족도를 높이는 매력을 실감할 수 있다.

  요즘처럼 춘곤증이 밀려오는 따사로운 낯시간이나, 저녁만 먹으면 졸음이 밀려올때 이책이면 읽는동안 만이라도 잠이 달아나면서 인생이 즐거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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