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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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가 담긴 이책을 받자마자 재빠르게 훑어봤다.
  헉~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들이었다.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마구 휘저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커피 한잔 곁에 두고 향과 맛을 음미하며 책을 다시 펼쳤다.

  공장으로, 창고등으로 쓰이던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박물관으로 기념관,전시관등으로 리모델링하여 성공적으로 재탄생한 건물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건물에 사용된 자제를 최대한 재활용하여 이질감없이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하며 새것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깊은맛이 전해져왔다.
  빼어난 주위 경관과의 조화로움 또한 산업도시의 천국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삿포로팩토리 맥주공장은 담쟁이 덩굴이 마치 초록색 털옷으로 감싼듯한  외벽으로 인해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우주선을 닮은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은 부자나라 선진국 일본의 위상이 느껴지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의 동그란 외벽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어디서나 바깥을 내다 볼 수 있고, 어디서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아들아이의 손을 잡고 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고, 내가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하고 들여다 본곳이 있다.
  그곳은 나고야의 토요타산업기술기념관이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관.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아들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생산과정, 나무자동차와 밀랍인형의 시연장면, 시대별 변천사 등등, 자동차 매니아가 아니라도 단박에 매료될만한 곳이었다.
  이책을 읽기 전에는 나의 꿈인 일본어통역 자원봉사자로서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의 곳곳을 여행해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책을 읽으며 감탄과 부러움을 느끼면서는 아들과 동행을 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움텄다.
  내아들이 여기 토요타 자동차관에 와 본다면 얼마나 기뻐하며 좋아할지, 생각의 키또한 쑥쑥 자라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일본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라는 강한 자극과 채찍이 느껴진다.
 
  짙은 삼나무 숲 속 여관마을, 쯔마고 마을의 전경은 얼핏 어디서 본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전 직원들과 청송에 1박2일로 등산여행을 간적있다.
  토욜오후에 도착해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이른아침에 산을 오르기위해 걷던 마을길...
  멀리 우거지고 푸르른 산을 배경으로 오래된 목조건물들이 즐비해 있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자세히 보면 분명 다른점이 많다.   아니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어스름 어둠이 깔리기 직전의 쯔마고 마을은 청송 등산길 마을의 이른아침 파란색 풍광과 이미지가 닮아있다. 
 
 
  이책에는 너무 아름다운 정경들이 너무 많다.
  이책은 나에게 '너무'라는 단어를 남발하게 만든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내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은 일본의 산업도시를 보면서 로맨틱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가장 아름답고 지금 당장 가보고 싶은 곳(볼때 마다 추가되어 고르는데 무진장 애를 먹었다^^;)은 오타루 운하였다.
  아사쿠 사다리에서 바라본 운하의 전경은 물의 도시 이태리 베네치아 운하의 압도하는 웅장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탁트인 전망과 폭 넓은 운하, 운하옆 인도를 오고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고즈넉한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물씬 풍겼다.
  사진속 관광객의 대열에 합류하고픈 강한 충동을 억제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시다 아유미의 '부루라이또 요꼬하마'를 좋아해 가끔 흥얼거리곤 하면서, 일본의 항만도시 요꼬하마에도 함 가보고 싶어했는데, 이책에 소개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딱히 눈에 띌만한 고풍스런 아름다운 곳보다는 세련된 도시미가 느껴지는 항만도시로 보였다.
  야마시타공원에 정박 중인 히가와마루 선박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화가의 화폭에 담긴 그림은 사진이야? 그림이야? 할정도로 마치 유리창을 통해보는 것처럼 정밀하고 정교했다.
 
  시민들의 힘으로 존속이 되고 있는 삿포로 노면전차.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전면 폐쇄되기전에 실시한 '시민설문'으로 존속되었고, '북해도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삿포로의 상징인 노면전차가 비록 오래되어 구닥다리일망정 도시의 흔적과 역사적인 기억을 담고 있는 '생활문화재'로써 살아 움직이고 있기에 진정한 역사문화도시라는 사명에 일조를 하고있지 않나 하는 공감을 했다.
  흑백사진속 또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한 TV드라마에 서울도심에서 운행되던  노면전차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곳곳은 해방후 새마을운동등으로 산업화가 가속화 되면서 무차별 개발 및 일제시대 잔재를 털어낸다는 취지로 거의 대부분 헐고 도시경관이나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건물을 마구잡이로 신축해왔다.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들도 관리하지 않아 폐허로 남아있던지, 재활용을 하더라도 그 건축물의 특성이나 주위경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일제시대 건물이 몇채 남아있다.
  한곳은 현재 은행으로, 한곳은 사료공장으로, 한곳은 미술학원을 거쳐 현재 주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남아있는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이책을 보면서 제일 부러운것은 물론 빼어난 주위경관과 조화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유럽의 어느마을을 연상하리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도시미관이지만, 그에 앞서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지키고 가꾼 위대한 시민정신이다.
  쇠고기파동으로 전국을 들끓었던 촛불시위의 파장만큼이나 우리의 문화유산, 산업유산을 지키고 가꾸는데도 힘을 모은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받아야겠다는, 본받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져옴을 느꼈다.
  이책을 나랏일하시는 대통령이하 국회의원들과 지역시청공무원들이 보고 각성했으면 좋겠다.
  벤치마킹하라고 해서 주특기(?)인 따라하기, 모방하기가 아니라 우리실정에 맞고 그지역 특성 및 주위경관과 조화롭게 해주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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