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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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여행] 탁PD의 여행수다 / 탁재형, 전명진 / 김영사

 

입으로 하는 여행

 


 

 

  여행을 다녀온 다음 자신의 여행담은 두고두고 수다꺼리가 돼요. 저는 외국이라곤 중국에 일 때문에 두 번 가본 게 다지만 중국 얘기만 나오면 마치 중국에 살다온 사람처럼 신 나서 얘기를 하거든요. 아마도 자신의 경험만큼 좋은 수다꺼리는 없는 듯 생각해요. 겨우 한 나라를 다녀온 제가 이러니 세계의 다양한 나라를 다녀온 사람은 얼마나 할 말이 많을까요? 그래서 이런 여행팟케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탁PD는 세계테마여행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PD에요. 팟케스트 <탁PD의 여행수다>를 진행하는 그는 팟케스트 방송분 중에서 특히 좋았던 10곳의 여행지를 모아 이렇게 책으로 냈어요.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제주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거예요. 저자는 제주도를 언어가 통하는 외국이라고까지 표현하더라고요. 그만큼 제주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제주에 갔더니 주위에 온통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제주 현지인이 각자 자신의 나라말과 방언으로 얘기해서 마치 외국에 온 느낌이었다는 표현도 재밌었어요.

  제주도는 1박2일로 짧게 다녀온 게 전부라서 나중에 꼭 긴 일정으로 다녀오고 싶어요. 기왕이면 한 달 정도 다녀오면 좋겠지요? 올레길을 따라 걸으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는 일정 어때요?

 

 


 

 

  여행에세이를 읽으면 인도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는데요,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알았어요.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가 바로 인도라고 해요. 길거리에 똥이 널려 있고 기차가 6시간 연착은 기본인 나라. 기차를 운전하는 차장이 기차를 몰다 말고 친구와 짜이 한 잔 하고 오겠다며 기차를 놔두고 사라지는 나라. 켘. 상식이 상식이 아닌 나라 인도는 베낭여행 중에서더 끝판왕이더라고요. 어쩌면 그들은 평생 그렇게 살아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영국도 별 차이 없었거든요.

  영국은 100여년 전 지하철에, 마치가 다니던 도로에, 뭘 하든 1주일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 그런 나라거든요. 영국인들도 어쩌면 불편함을 못 느낄 수도 있다고 해요. 원래 그런 나라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렇게 살았으니까요. 해외에 나가 봐야 우리나라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여행수다를 읽으니 마치 외국에 다녀온 기분이 드네요. ^^

 

 


 

 

  저도 언젠가는 이 팟케스트 진행자와 출연자들처럼 여행담을 잔뜩 풀어놓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아직은 아기도 어리고 몸이 직장에 묶여 있지만 곧 그럴 날이 올 거라 믿어요. 1박2일이나 2박3일 짧은 일정은 여행이라기 보다는 관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여행은 구경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머물다 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한 여행자가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꼭 멀리 가야만 여행이 아니라 내 집, 내 동네, 내 지역을 여행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도 여행이라고요. 오늘 저는 아내와 함께 100일 된 아들 민준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을 돌았어요. 아내와 수다를 떨며 유모차를 끌며 공원을 산책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미치도록 행복하다.'라는 아내의 말에 저도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있으니까 행복하다.'라고 말해줬어요.  아침밥은 아내의 볶음밥, 점심밥은 제가 만든 떡볶이, 저녁밥은 제가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하루 세 끼 함께 먹으니 행복하다는 아내의 말에 저도 행복해졌어요. 꼭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먹어야 행복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꼭 비행기 타고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아시아로 여행을 가야 행복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행복 별거 있나요? 해외여행은 탁PD 팟케스트를 듣고 읽는 것으로 대신하고, 아내와 함께 동네 공원을 도는 것도 여행이고 추억인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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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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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스릴러] 알렉스 / 피에르 르메트르 / 서준환 / 다산책방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

 


 

 

  이 소설의 정확한 장르는 로망 폴리시에(Roman Policier)라고 해요. 유럽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스릴러 소설의 인기가 미국을 지나 우리나라에도 상륙했어요. 요즘 서점에 가면 유독 장르소설들이 인기인데 그 중에 스릴러도 상당히 많아요. 저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소설을 써선지 로망 폴리시라는 장르에도 관심이 가더군요. 사랑이라는 소재는 어떤 장르소설 적용해도 거부감이 없잖아요. 특히나 한국사람인 경우엔 더더욱이요.

 

  평소 스릴러를 즐겨 읽지 않는데 최근 우연히 자주 읽고 있어요. 읽다 보니 어쩌면 제 취향엔 스릴러가 더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고 잘 읽히더라고요. 흥미롭고 재밌는데다가 사회적인 이슈를 던지거나 로맨스까지 더해지면 작품성까지 더해져요. 최근 읽은 스릴러 소설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사회에 던지는 주제도 있는 소설들이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사회적 이슈보다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더욱더 잘 녹인 스릴러라고 할 수 있어요.

 

  배경은 프랑스 파리. 파리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은 매력있는 케릭터에요. 키는 겨우 154cm의 단신.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키가 작은 탐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탐정소설은 꼭 파트너가 있잖아요. 카미유의 파트너는 미남 형사 루이라고 할 수 있어요. 파리 경시청의 카미유 형사 팀이 맡은 사건은 납치사건. 아름다운 여성 알렉스가 납치되어 공중의 새장에 갖혀요. 사건을 해결하는 카미유의 모습은 예리하고 정확하며 직감까지 뛰어나요. 납치 상황에 몰입하며 범인이 누구인지, 납치된 사람은 누구인지 풀어가는 과정은 마치 짜맞춰진 것처럼 하나하나 풀려가요.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은 읽는 내내 저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했어요. 한 챕터는 형사반장 카미유를 비추고 한 챕터는 납치된 여인 알렉스를 비추는 구성도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어요.

 

  저는 잔인한 영화를 잘 보지 않아요. 끔찍한 장면들을 보고 나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는 잘 보지 않아요. 그런데 소설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읽다 보니 빠져든다고나 할까. 흡입력이 있어요. 제가 최근 읽은 스릴러들만 그런 걸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피에르 르메트르의 문장은 저를 책 속으로 빨아들이는 자석같은 놀라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금새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 있더라고요.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읽다 보니 반을 넘기고 있었어요.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고 또다시 피해자가 되는 과정을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진실이라, 진실이라…… 바로 이 자리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반장님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한테 가장 절실한 미덕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정의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카미유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예심판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528쪽)

 

  소설을 읽으며 진실과 정의 사이에서 저도 고민을 했어요. 만약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난 무엇을 선택할까 등의 생각도 해봤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나 개인의 행복보다는 전체의 행복을 위해 나를 희생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어요. 이런 게 바로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카미유 반장은 정의로운 사람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그의 선택에 지지를 하지만, 나 였어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어요. 1편인 《이렌》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2편인 이 소설을 읽는 덴 별 무리가 없었어요. 다음엔 1편도 읽고 3편과 외전인 4편까지도 읽고 싶어요. 피에르 르메트르의 매력에 빠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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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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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경제] 문화 유전자 전쟁 / 칼레 라슨, 애드버스터스 / 노승영 / 열린책들

 

인류를 망치는 경제학

 


 

 

   제가 아주아주 어렸을 적,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0년여전 제가 초등학생 시절 TV에선 늘 '경제를 살리자'고 했어요. 심지어는 코미디프로에서도 이경규가 나와서 '경제를 살립시다'라고 했어요. 그러고 세월이 흘러 중학생이 되었지만 TV에선 여전히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외쳤어요. 그 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사람들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했어요. 어른이 되어 투표권이 생긴 이후 IMF가 터졌고 나라를 살리자고 정치인들이 외쳤어요. 그 후로 잠잠했지만 다시 보수가 권력을 잡은 이후 또 경제를 살라지고 외치더군요. 지난번 보궐선거에서도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들의 외침을 들으며 'xxx들 xx하네'라는 욕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더군요. 도대채 30년 동안 경제 살라지 않고 뭘 했다는 걸까요?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길은 두 가지다. 첫째, 명백한 모순을 죄다 무시하고 현 상태를 받아들인다. 낡은 패러다임이 앞으로 몇 십년은 더 목숨을 부지하기를, 그 안에서 자신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가슴에 성호를 긋는다. 둘째, 처음부터 비주류 편에 선다. 선동가, 밈 전사, 점령가가 되어 교내 게시판에 저항적 대자보를 붙이고 강의 시간에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하며 패러다님 전환에 여러분의 미래를 거는 것이다. (27쪽)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사기꾼이라는 걸 아시나요? 정부와 손잡고 가짜 경제분석을 하고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게 바로 경제학자에요. 유럽에선 이미 200여년전부터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외쳤다고 해요. 수백년 동안 경제를 살리지고 외쳤고 이젠 학습이 되어 통하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지 않아아직 유럽의 100여년전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고 해요. 국가는 경제학자와 손잡고 '경제가 죽었어니 살립시다'라고 거짓말하며 국민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자, 더 허리띠를 졸라매자'라고 희생을 강요하고는 부자들은 부자감세와 온갖 혜택을 받으며 부를 점점 더 키워 세상을 1%의 부자와 99%의 서민으로 갈라놓았자요. 우리나라도 그 길을 똑같이 걷고 있고요.

   도대체 경제가 얼마나 심하게 죽었기에 30여년간 살리자고 외친 걸까요? 이젠 속지 마세요. 경제는 죽은 게 아니랍니다. 죽지도 않았으니 살릴 필요도 없지요. 경제가 죽은 게 아니라 시장의 돈이 부자들에게 더더욱 쏠리기 때문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이지요. 게다가 임금상승율이 물가상승율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노동자는 수천년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어요. 물가가 10% 오르면 임금은 5%나 오르나요? 이런 현상이 100년 지속된다면? 물가는 10배 올라도 임금은 겨우 두 배나 올랐으려나요? 결국 서민은 쓸 돈이 부족하고, 돈을 못 쓰니 기업은 돈을 못 버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유럽에선 이를 교훈삼아 이미 부의 재분배를 하고 있어요. 국가의 역할은 부자에게서 세금을 많이 걷어서 재분배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우리날 보수정권 6년 동안 무엇을 했나요. 부자들 세금 깍아주고 대기업 규제 풀어서 혜택을 주며 부자와 서민의 간격을 더 벌려놨지요.

   게다가 규제 풀어준 것 때문에 세월호사고도 났어요. 선박의 수명을 연장하도록 법을 고쳐 규제를 풀었고 그 결과 매우 노후한 배를 여객선으로 쓸 수 있었지요. 이런게 바로 경제학자들이 사기꾼이라는 증거에요.

 

 


 

 

   신뢰성이 이만큼 땅에 떨어진 학문이 또 있나요?

   교수님, 그런데 왜 아무것도 변한 게 없죠?

   어떻게 전과 똑같은 내용을 가르칠 수 있죠?

   우리 대학 교과 과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81쪽)

 

   책은 이렇게 말해요. 하버드 학생들이 맨큐의 수업을 거부한 사례와 ‘보이지 않는 손’, GNP, GDP의 경제적 지표의 문제점, 상품 가격의 생태적 진실을 제안하며 경제학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요. 경제의 춍량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대학에서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지표와 기준들은 과연 오류가 없는 걸까요? 경제가 살아나면 누구에게 이득일까요? 경제가 성정하면 누가 더 행복해지고 누가 더 불행해질까요? 우리는 이런 것들을 거짓으로 배우고 세뇌당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경제가 매년 3% 성장하는데 왜 우리 가게의 소득은 매년 3%씩 성장하지 않는 걸까요?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제 우리는 어리석지 않아요. TV와 신문만으로 세상을 읽는 시대가 지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토론하는 온라인 토론장인 아고라뿐만 아니라 1인미디어의 발명품인 트위터가 있어요. 이제 정보는 고위층들의 독점물이 아니라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든 얻을 수 있어요. 세상의 돌아가는 진실을 알 수가 있지요.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거짓말을 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아직도 속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고리대금업을 죄로 여겼지만 은행가들은 교리에서 허점을 찾아냈다. 돈을 빌려 주면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 변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었는데, 이것을 '보상'이라 불렀다. 은행가들은 보상의 정의를 점차 확장하여 예전에 '이자'라고 불리던 것까지 뭉뚱그렸다. 존재하지 않는 금에 대한 영수증을 빌려 주는 일은 순조로웠다. 단, 은행권을 가진 사람들이 금이나 은을 한꺼번에 청구하지 않는 한. 다행히도 이런 일은 매우 드물게만 일어났기에, 예금보다 더 많은 돈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하는 행위는 '부분 지급 준비'라는 이름의 버젓한 금융 제도가 되었다. - 리처드 하인버그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45쪽)

 

   GDP가 5% 상승하면 나도 5% 행복해질까요?

   언제까지 속으실건가요? 나는 이렇게 살았어도 내 아들과 딸들에겐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내 후손들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물려줄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도대체 언제까지 속으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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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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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요나스 요나손 / 임호경 / 열린책들

 

핵폭탄 들고 다니는 여자

 


 

 

   제목부터 눈에 확 띄는 책이에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쓴 바로 그 작가랍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어요. 책도 영화도 보지 않았지만 '유명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재밌으니까 유명하겠다는 생각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재밌게 읽었거든요. '매우 두꺼운 책'임에도  빠르게 읽었거든요. 읽는 내내 어쩜 이리도 유쾌하고 흥미롭던지요. 제목이 실제 이 여자를 정확하게 표현한 건 아니지만 '제목 참 잘 지었다'라는 칭찬을 하며 읽었어요.

 

   셈을 할 줄 아는 여자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셈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차원적인 계산을 해요. 수학 천재에요.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이 스스로 공식까지 만들어내요. 아무리 어려운 계산식이라도 암산으로 해버리지요. 그녀는 응아를 치우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한 사기꾼을 만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흑인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역시 그녀도 글자를 읽을 줄 몰랐어요. 그녀는 사기꾼에게 글자까지 배워요. 게다가 라디오를 들으며 똑똑하게 말하는 법도 배우지요. 수학 천재에데가 글자까지 배웠으니 큰 인물이 되겠지요?

   그녀는 큰 꿈을 가지고 도시로 갔는데 하필 그날 차에 치이고 핵폭탄을 개발하는 연구소에 갖혀서 종살이를 해요. 여기서부터 드디어 일이 꼬이기 시작한답니다. 연구소 책임자급인 한 연구원의 종이 된 그녀, 그런데 그 연구원은 아버지의 권력으로 그 자리에 앉은 것이지 사실은 실력이 하나도 없었어요. 천재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위해 꾀를 내다 보니 어쩌다가 연구원을 도와 핵폭탄 개발에 관여하게 돼요. 자, 여기서부터 드디어 그녀에게 반전이 와요. 그녀가 어찌어찌해서 핵폭탄을 손에 들고 연구소를 탈출하는 데 성공하거든요. 사기꾼에게서 얻은 다이아몬드 28개와 핵폭탄이 있으니 세상 무서울 게 하나도 없어요.

 

 


 

 

  요나스 요나손.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그는 첫 소설을 아주 늦은 나이에 썼어요. 첫 소설을 쓰기까지 47년이 걸렸다고 해요. 일을 하며 사업을 하며 열심히 살고 성공을 했어요. 그 정도면 이룰 만한 것은 많이 이뤘을 텐데 어렸을 적 품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매각해요. 그렇게 자유로운 몸이 된 후에 쓴 첫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쳤어요. 뒤이어 나온 두 번째 소설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출간하는 나라마다 초판이 매진되고 있다고 해요. 정말 대단한 작가에요. 읽어보니 왜 이렇게 유명한지 알겠더군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 저절로 웃게 만드는 유머 코드, 사회를 풍자하는 주제까지 더해져서 정말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어요. 소설이라는게 너무 문학성만 강조하면 어렵고 지루해지고, 재미만 강조하면 그냥 시간때우기 용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이 소설에서 말하는 핵폭탄이 뜻하는 게 있다고 해요. 핵폭탄은 터지면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지요. 실로 생명을 위협하는 물건이에요. 그런데 이런 물건이 핵폭탄 뿐일까요? 우리 주위에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이 많은지요. 소설속에서도 보면, 능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아버지의 힘으로 연구소 높은자리까지 올라간 연구원이 있어요. 늘 술에 취해 있고 수학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데다가 핵폭탄을 개발할 능력은 커녕 핵폭탄이 뭔지도 모를 그런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니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토록 어처구니 없는 세상에는 소설속 까막눈이 같은 여자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여야가 야합하여 말도 안 되는 합의를 했어요. 정작 유가족들이 항의하러 가자 출입을 막아버렸지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세상에 까막눈이여자가 핵폭탄 하나 들고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요나손만의 재치와 매끄러운 문장을 맛볼 다음 소설이 나오기 전에 백세 노인부터 읽어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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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기획하라 - 홈쇼핑만 봐도 돈 버는 방법이 보인다
박내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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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마케팅] 욕망을 기획하라 / 박내선 / 21세기북스

 

보이는 게 전부다

 


 

 

   다시 작은 회사에 근무하니 마케팅 서적에 손이 가요. 전 회사는 연구소 인원만 수백 명인 기업이었기에 마케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제 본 업무인 개발만 하면 됐어요. 그런데 작은 회사로 이직하며 저는 다시 예전처럼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더군요. 본 업무인 기구설계(캐드로 제품을 설계하는 것) 외에도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마케팅, 행정업무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마케팅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다 보니 이렇게 홈쇼핑 서적에도 눈이 갔어요. 저희 회사가 내년부터 홈쇼핑에 제품을 내보내려고 준비 중이거든요.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보기 싫어도 홈쇼핑을 몇 초 정도는 보게 돼요. 쇼핑 호스트들의 단골 멘트인 '마지막 기회' '매진 임박' '다시는 없는 할인' 등을 들으며 저 말들이 진실인지 의심도 품어 보지만 귀가 솔깃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게다가 팔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야 할까, 온갖 시각적인 도구들을 총동원해서 방송을 하지요. 먹고, 운동하고, 바르고, 입고 등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며 최고의 제품이라는 찬사를 늘어놔요. 자연적으로 전화시기에 손이 가더군요.

 

   이 책은 그동안 홈쇼핑에서 대박을 친 제품들이 어떤 전략을 썼는지에 대한 책이에요. '녹즙기'를 '원액기'라는 이름으로 바꾼 휴롬에서부터 하유미 팩에 이르기까지 구매해본 적은 없어도 홈쇼핑에서 익히 보았던 제품들이에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각 제품들이 성공한 원인을 몰랐는데, 정말 다양하고 획기적인 전략을 사용했더군요.

 

   지금은 프레젠테이션의 시대에요. 스티브 잡스가 서류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 거예요. 노트북이 얼마나 얇은지 서류봉투에도 들어간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전 세계는 이 프레젠테이션에 감동했고 애플은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을 올렸어요. 스티브 잡스는 그전에도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며 '주머니 속에 천 곡'이라는 멘트를 날리며 아이팟을 대박을 냈던 사람이에요. 저도 그 당시 MP3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껏 해봐야 30곡~50곡을 저장할 수 있었거든요. 보이는 것이 전부인 시대에요.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감동해요.

 

 


 

 

   휴롬은 채소장수?

   휴롬은 방송 내내 채소를 홍보해요. 이 채소는 어디에 좋고, 이 채소는 뭐에 좋고, 이 채소는...... 이렇게 방송 내내 채소 홍보만 열심히 하며 채소를 먹으라고 먹으면 건강하다고 말해요. 얼핏 보면 휴롬은 자사의 제품을 팔러 나온 게 아니라 채소를 홍보하러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바로 전략이라는 것. 이렇게 좋은 채소를 자사의 녹즙기로 먹으라는 것!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온몸에 닭살이 돋을 만큼 소름 끼쳤어요. 눈앞 화면에 그렇게도 몸에 좋은 채소들이 갈려 나오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책에선 '야채'라고 했지만 '야채'는 일본식 표현이고 '채소'가 우리말입니다.)

 

   재밌는 돈까스 도니도니

   검색어 1위를 치며 난리가 난 도니도니를 기억하시나요? 정형돈이 나와서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남긴 돈까스에요. 아무리 좋은 제품을 아무리 싸게 내놔봐야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세상에는 좋은 제품들이 넘쳐나고 돈 많은 회사들의 광고에 밀릴 수밖에 없지요. 이런 전쟁터 같은 시장에 정형돈이 아주 코믹스럽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구매욕을 자극했어요. 이처럼 연예인 마케팅은 큰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콘셉트을 잘못 잡거나 어정쩡하면 오히려 적자를 볼 수도 있다고 해요. 이번 꼭지에서는 너무 유명해지면 여러 곳에서 공격당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어요. 제 생각엔 아마도 돈까스 매출에 타격을 받은 대기업이 손을 쓴 게 아닐까...

 

   한경희에게 과학을 입힌 한경희 과학

   제가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기 때문에 한경희 과학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선지 이번 꼭지도 세심히 읽었지만, 제품에 대한 내용보다는 '한경희'라는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한경희'라는 이름을 내세운 브랜드는 기존의 이름을 붙인 상호와는 반대로 매출이 수직으로 상승했어요. 게다가 스팀으로 출발한 한경희 브랜드는 가전제품은 물론 뷰티에까지 확장하며 이제 가전 회사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지요. 책은 한경희의 성공 비결을 스토리라고 말해요. 주부가 직접 개발했다는 거예요. 주부니까 주부가 필요한 게 무엇인 잘 알잖아요.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런 스토리로 대박을 냈어요.

 

   홈쇼핑, 잘만 사용하면 회사를 살리는 수단이 될 것이고 잘못 사용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어요. 지인 중에 홈쇼핑 관련 업종에 일했던 분이 있어요. 그분의 말이 사실이라면, 홈쇼핑으로 돈을 버는 회사는 홈쇼핑 방송사뿐이라고 해요. 제조회사는 아주아주 잘해야 겨우 본전이고, 대박을 내야 이익을 된다고 해요. 이는 홈쇼핑의 기가 막힌 수수료 때문이에요. 저희 회사도 최근 홈쇼핑 업체들과 미팅을 했는데요, 판매가에 대략 1/4로 납품을 하라고 하더군요. 10만 원에 팔 제품이라면 2만5천 원에 납품하라는 거예요. 제조사는 죽도록 개발해서 잠도 못 자고 연구해서 2만5천원에 납품하면 겨우 1~2천 원 벌고 나머지는 홈쇼핑과 관련 회사들이 먹지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매방식이 바로 홈쇼핑이에요. 그래서 전략을 아주 잘 짜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해요.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한 회사들 중에 홈쇼핑 때문에 망한 회사들도 있어요. (그 회사가 어딘지는 말씀 못 드림. 궁금하면 쪽지 주세요.)

   이 책은 홈쇼핑을 다루고 있지만 홈쇼핑만 다룬 책은 아니에요. 마케팅이 무엇인지 소비자는 보이는 것에 감동한다는 것과 동일한 제품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진다는 걸 말해요. 중요한 건 표현 방법이라는 거예요. 마케팅은 제품에만 적용하는 건 아니에요. '나'를 표현하는 것도 마케팅이에요. 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내 상품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지요. 제가 마케팅 책을 즐겨보는 이유에요. 독서의 즐거움이기도 하지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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