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기획하라 - 홈쇼핑만 봐도 돈 버는 방법이 보인다
박내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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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마케팅] 욕망을 기획하라 / 박내선 / 21세기북스

 

보이는 게 전부다

 


 

 

   다시 작은 회사에 근무하니 마케팅 서적에 손이 가요. 전 회사는 연구소 인원만 수백 명인 기업이었기에 마케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제 본 업무인 개발만 하면 됐어요. 그런데 작은 회사로 이직하며 저는 다시 예전처럼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더군요. 본 업무인 기구설계(캐드로 제품을 설계하는 것) 외에도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마케팅, 행정업무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마케팅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다 보니 이렇게 홈쇼핑 서적에도 눈이 갔어요. 저희 회사가 내년부터 홈쇼핑에 제품을 내보내려고 준비 중이거든요.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보기 싫어도 홈쇼핑을 몇 초 정도는 보게 돼요. 쇼핑 호스트들의 단골 멘트인 '마지막 기회' '매진 임박' '다시는 없는 할인' 등을 들으며 저 말들이 진실인지 의심도 품어 보지만 귀가 솔깃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게다가 팔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해야 할까, 온갖 시각적인 도구들을 총동원해서 방송을 하지요. 먹고, 운동하고, 바르고, 입고 등 직접 제품을 사용해보며 최고의 제품이라는 찬사를 늘어놔요. 자연적으로 전화시기에 손이 가더군요.

 

   이 책은 그동안 홈쇼핑에서 대박을 친 제품들이 어떤 전략을 썼는지에 대한 책이에요. '녹즙기'를 '원액기'라는 이름으로 바꾼 휴롬에서부터 하유미 팩에 이르기까지 구매해본 적은 없어도 홈쇼핑에서 익히 보았던 제품들이에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각 제품들이 성공한 원인을 몰랐는데, 정말 다양하고 획기적인 전략을 사용했더군요.

 

   지금은 프레젠테이션의 시대에요. 스티브 잡스가 서류봉투에서 맥북 에어를 꺼내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난 거예요. 노트북이 얼마나 얇은지 서류봉투에도 들어간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전 세계는 이 프레젠테이션에 감동했고 애플은 상상을 초월하는 매출을 올렸어요. 스티브 잡스는 그전에도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며 '주머니 속에 천 곡'이라는 멘트를 날리며 아이팟을 대박을 냈던 사람이에요. 저도 그 당시 MP3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껏 해봐야 30곡~50곡을 저장할 수 있었거든요. 보이는 것이 전부인 시대에요.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감동해요.

 

 


 

 

   휴롬은 채소장수?

   휴롬은 방송 내내 채소를 홍보해요. 이 채소는 어디에 좋고, 이 채소는 뭐에 좋고, 이 채소는...... 이렇게 방송 내내 채소 홍보만 열심히 하며 채소를 먹으라고 먹으면 건강하다고 말해요. 얼핏 보면 휴롬은 자사의 제품을 팔러 나온 게 아니라 채소를 홍보하러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게 바로 전략이라는 것. 이렇게 좋은 채소를 자사의 녹즙기로 먹으라는 것!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온몸에 닭살이 돋을 만큼 소름 끼쳤어요. 눈앞 화면에 그렇게도 몸에 좋은 채소들이 갈려 나오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책에선 '야채'라고 했지만 '야채'는 일본식 표현이고 '채소'가 우리말입니다.)

 

   재밌는 돈까스 도니도니

   검색어 1위를 치며 난리가 난 도니도니를 기억하시나요? 정형돈이 나와서 믿을 수 없는 기록을 남긴 돈까스에요. 아무리 좋은 제품을 아무리 싸게 내놔봐야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세상에는 좋은 제품들이 넘쳐나고 돈 많은 회사들의 광고에 밀릴 수밖에 없지요. 이런 전쟁터 같은 시장에 정형돈이 아주 코믹스럽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구매욕을 자극했어요. 이처럼 연예인 마케팅은 큰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콘셉트을 잘못 잡거나 어정쩡하면 오히려 적자를 볼 수도 있다고 해요. 이번 꼭지에서는 너무 유명해지면 여러 곳에서 공격당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어요. 제 생각엔 아마도 돈까스 매출에 타격을 받은 대기업이 손을 쓴 게 아닐까...

 

   한경희에게 과학을 입힌 한경희 과학

   제가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기 때문에 한경희 과학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선지 이번 꼭지도 세심히 읽었지만, 제품에 대한 내용보다는 '한경희'라는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한경희'라는 이름을 내세운 브랜드는 기존의 이름을 붙인 상호와는 반대로 매출이 수직으로 상승했어요. 게다가 스팀으로 출발한 한경희 브랜드는 가전제품은 물론 뷰티에까지 확장하며 이제 가전 회사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지요. 책은 한경희의 성공 비결을 스토리라고 말해요. 주부가 직접 개발했다는 거예요. 주부니까 주부가 필요한 게 무엇인 잘 알잖아요.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기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런 스토리로 대박을 냈어요.

 

   홈쇼핑, 잘만 사용하면 회사를 살리는 수단이 될 것이고 잘못 사용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어요. 지인 중에 홈쇼핑 관련 업종에 일했던 분이 있어요. 그분의 말이 사실이라면, 홈쇼핑으로 돈을 버는 회사는 홈쇼핑 방송사뿐이라고 해요. 제조회사는 아주아주 잘해야 겨우 본전이고, 대박을 내야 이익을 된다고 해요. 이는 홈쇼핑의 기가 막힌 수수료 때문이에요. 저희 회사도 최근 홈쇼핑 업체들과 미팅을 했는데요, 판매가에 대략 1/4로 납품을 하라고 하더군요. 10만 원에 팔 제품이라면 2만5천 원에 납품하라는 거예요. 제조사는 죽도록 개발해서 잠도 못 자고 연구해서 2만5천원에 납품하면 겨우 1~2천 원 벌고 나머지는 홈쇼핑과 관련 회사들이 먹지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매방식이 바로 홈쇼핑이에요. 그래서 전략을 아주 잘 짜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해요.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한 회사들 중에 홈쇼핑 때문에 망한 회사들도 있어요. (그 회사가 어딘지는 말씀 못 드림. 궁금하면 쪽지 주세요.)

   이 책은 홈쇼핑을 다루고 있지만 홈쇼핑만 다룬 책은 아니에요. 마케팅이 무엇인지 소비자는 보이는 것에 감동한다는 것과 동일한 제품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진다는 걸 말해요. 중요한 건 표현 방법이라는 거예요. 마케팅은 제품에만 적용하는 건 아니에요. '나'를 표현하는 것도 마케팅이에요. 나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내 상품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지요. 제가 마케팅 책을 즐겨보는 이유에요. 독서의 즐거움이기도 하지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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